내부자들

by 돌돌이

극장판과 감독판 둘 다 봤다. 감독판이 1시간 정도 더 길었고 그만큼 인과관계나 연결 부분이 자연스러웠다. 극장판만 보더라도 내용 이해와 몰입엔 문제가 없었지만 개인적인 기준에선 감독판이 더 매끄러웠고 몰입하기 좋았다. 깡패 안상구(이병헌)의 시점이 극장판이었다면, 감독판은 조국일보 논설주간 이강희(백윤식)의 시점도 동일한 비중으로 담고 있었다. 3시간이라는 러닝타임이 있었지만, 집중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대권 주자와 재벌 회장, 유력 일간지 논설주간이라는 공공의 적을 설정하고 상대적으로 힘이 없는 깡패와 검사가 위기를 겪으며 그들을 무너뜨리는 모습.


감독판에서는 이강희와 안상구의 과거 인연에 비중을 두었고 그만큼 안상구의 분노에 몰입할 수 있었다. 전형적인 선과 악의 구조에다가 마지막 반전까지. 영화를 끝까지 보면 카타르시스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5시간 동안 아무 생각 없이 영화를 볼 수 있었던 건 내가 몰랐던 권력에 대한 호기심과 못된 녀석들이 벌을 받아서였다. 만약 영화가 권력의 승리로 끝났거나 애초에 주인공이 논설주간 이강희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선주자이자 친구였던 유력 대선 후보자가 대통령이 되었고, 치부를 잘 아는 이강희를 토사구팽 하려 하자 안상구와 손을 잡고 싸우는 스토리 면 2탄으로 충분하려나?


난 권력의 핵심도 모르고 재벌의 삶도 모른다. 유력 일간지 논설주간의 글이 이와 같이 세상에 큰 영향을 끼치는지도 모른다. 수많은 신문과 언론이 범람하고 있어선지, 사설의 힘도 예전만 못하다. 정말 그들이 페니스를 휘두르며 술잔을 떨어뜨리며 마시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권력층에 대한 악의가 생긴다. 정말 그들이 그랬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간 쌓아왔던 언론과 정치인들과 재벌의 행태는 영화의 당위성을 높여준다. 소설이지만 실제와 흡사한 소설. 그 소설을 곧이곧대로 믿진 않지만, 그럴 거라는 믿음을 주기엔 확실했다. 영화에서 나오는 수많은 장면들과 사건들은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오마주 하거나 참고한 것 같았다. 그러니 더 실제 같을 수밖에 없다.


개봉날 영화관에서 봤었고 극장판도 영화관에서 봤었다. 그리고 오늘, 웨이브에서 극장판과 감독판 두 편을 보았다. 2015년에 봤을 때보다 조금은 더 멀리 떨어져 볼 수 있었다. 그 당시에 정치인과 재벌과 언론인에 대한 불편감이 컸지만 지금은 그냥 잘 만든 영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6년 전에는 더 감정적이어서 그랬을까? 지금은 독서도 잘 안 하고 유튜브와 영화를 보며 시간을 죽이지만, 2015년도엔 핸드폰보단 책을 보는 시간이 더 많았다. 생각하는 시간도 많이 있었고 여유 있게 일을 하고 있던 터라 지금보다는 머리를 더 썼던 시기다.


결론으로 이번에 영화를 보면서 느낀 점은 이와 같다.


1. 재밌는 영화는 다시 봐도 재밌다.

2. 영화의 내용과 결말이 내가 기억하는 것과 다르다.

3. 기억이라는 건 당시 분위기와 주변 환경이 만들어 놓은 착각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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