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우울한 밤

by 돌돌이

https://n.news.naver.com/article/014/0004638276


예전에 함께 일했었던 펠로우 선생님의 아버지가 코로나로 사망했다. 주변의 누군가가 코로나로 사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선지, 코로나에 대한 공포가 한층 다가온 느낌이다. 뉴스 기사로도 났었는데 고인은 기관장으로 이번 승선을 마지막으로 은퇴할 생각이셨다고 하니 더더욱 안타깝다. 같이 일했었던 펠로우 선생님의 아버지가 그렇게 되어서 놀라웠는데 그 과정을 알고 나니 더 어이가 없었다. 배 안에서 증상이 발현하여 호흡곤란을 겪다가 병원을 가지 못한 채 배 안에서 사망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정부가 현지 영사관을 통해 한국 국적 선원의 치료 및 이송을 조치한다고 하는데, 정작 사망자가 나오고 나서야 뒤늦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니 참 씁쓸하다. 일본 선박이기에 특별한 제한이나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는 말은 유족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됐을 터다.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배 안에서 사망할 때까지, 대한민국의 영사관과 외교라인은 무엇을 했는지 궁금하다. 아랍에미리트의 항만 허가만 기다리다가 배 안에서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가족의 슬픔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펠로우 선생님이 장례나 시신 인도 등을 위해 직접 출국했다는 소리를 들었고 장례가 정해지면 우리에게 다시 연락 주기로 했지만, 연락을 하면서도 미안함이 들었다. 내가 특별히 해줄 수 있는 일은 없지만 관심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알리며 이 사건이 해결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감시의 눈이 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항에 대한 관심도 줄고 중간에 중재를 해야 할 정부와 외교부가 큰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영사관에서 발 벗고 나서서 일을 해결해 줄 거라 믿는다.


그 선생님과 같이 농담도 하고 취미와 공통된 관심사를 이야기하면서 내시경실에서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이런 부고를 듣게 되니 참 씁쓸해진다. 와이프의 이해할 수 없는 태도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했었다. 선생님은 화를 낸 적도 없었고 목소리를 높인 적도 없었다. 다른 방에선 어땠는지 모르지만, 내가 있는 방에선 특별히 문제 될 건 없었다. 기분에 따라 바뀌는 사람이 아니라 항상 평정심을 유지하는 양반 같은 사람이었다. 좋은 사람과 관련된 일이라 그런지 더더욱 회자가 된다.


욕도 나오고 화도 난다. 하지만 장례가 잘 치러지길 바란다. 그냥 우울한 밤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세금이 살살 녹는다, 녹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