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이의 등 센서

by 돌돌이

기쁨이가 울기 시작하면 집안에서 하던 모든 행동을 멈추고 울음이 잦아들길 기다린다. 소음에 민감한 기쁨이는 문 닫는 소리와 바스락거리는 소리 같은 사소한 소리에도 이때다 싶어서 울면서 존재감을 증명한다. 그냥 우는 것도 아니고 아주 그냥 떠나가라는 식으로 빽빽거리며 우는 것이다. 잘 자다가 갑자기 깨서 울기 시작하면 달래기 위해선 무조건 안아 줘야 한다. 눕힌 채로 울음을 멈추게 할 순 없다. 안아주는 버릇을 들이면 안 된다는 조언을 듣고 한번 뉘인 채로 다독여 봤는데 30분이 넘도록 칭얼거리면서 목이 쉴 때까지 울어서 두 손을 들게 만들었다. 서럽게 울고 또 우는 모습을 보면서 무조건 안고 보듬어 주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게 된다.


beauty%EF%BC%BF20210617210022.jpg?type=w1 서러운 기쁨이


안고 달래고 겨우 진정시키고 곤히 자는 것을 확인한 후에 침대에 바로 눕히면 여지없이 다시 울기 시작한다. 전보다 더 크고 우렁차게 자신의 서러움을 표현한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불만인 건지 집이 떠나가도록 울다가 내가 다시 안아주면 울음을 쏙 그친다. 안고 달래줘야 안정감을 느끼는 것일까? 인터넷엔 이런 증상을 가리켜 '등 센서'라고 한단다. 등만 대면 기다렸다는 듯이 울고 보채는 것이다. 지금도 기쁨이를 배 위에 올려두고 핸드폰으로 글을 쓰고 있는데 배 위에서도 한동안 울고 보채다가 이제 겨우 잠들기 시작했다.


사실 매번 품에 안은 채로 재우는 것을 힘들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힘들고 지치는 게 맞지만, 생각해 보면 내가 기쁨이를 이렇게 배 위에 눕혀서 재우는 일도 얼마 남지 않은 즐거움이다. 내 품에서 잠들다가 엄마 아빠랑 잠시 멀어지는 꿈이라도 꾼 양, 잠투정을 부리는 기쁨이를 안아주고 다독이는 것도 행복이다. 기쁨이가 자라면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더 큰 행복들이 쌓이겠지만, 온몸으로 서로의 체온을 공유하고 서로의 숨소리를 기척에서 느낄 수 있는 순간을 더 간직하고 싶다. 행복은 지나가 버린 것도 아니고 미래에 있는 것도 아니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삶도 충분히 중요하지만, 지금 누릴 수 있는 순간은 놓쳐선 안된다. 지금 이 순간, 아들과 보내는 시간을 놓쳐버리면 그 순간의 기쁨은 영원히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아직은 내 품에 안겨야지만 잠들 수 있는 귀여운 아기 천사지만, 조만간 아빠 엄마랑은 자기 싫다며 혼자서 자겠다고 선언하면 어떡하지? 아들바보가 이렇게 만들어 지나보다.


한 시간이 넘도록 기쁨이가 내 가슴 위에서 곤히 자고 있으니 팔이 아프고 가슴이 저려온다. 들릴 듯 말 듯 한 숨소리를 느껴가며 잠들어 있는 기쁨이 모습을 볼 수 있는 1등석의 비용치곤 비싸지 않다. 대신, 오늘은 조금 더 오랫동안 길게 잠들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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