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에 태어난 지 두 달이 갓 넘은 기쁨이와 첫 외출을 가졌다. 아파트 단지를 거닐거나, 친정과 시댁은 가본 적이 있었지만 유모차를 타고 어딘가를 돌아다니고 가는 것은 처음이었다. 우선 분유를 먹이고 트림을 시키고 기분이 좋아서 방긋방긋 웃고 있는 타이밍에 후다닥 카시트에 태워 마트를 향했다. 평일 오후 2시의 마트는 한산할 것이라는 판단과 함께, 집에서 먹을 삼겹살 재료를 사기 위함이었다. 고기를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기쁨이가 태어나고 나서 고깃집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대신 버섯, 쌈, 된장찌개, 쌈무 등 고깃집 부럽지 않게 한 상 챙겨 그 서운함을 달래고 있다.
기쁨이는 정차 중일 때는 얼굴을 찡그리고 울려는 시늉을 하지만 차가 다시 움직이면 울음을 멈추고 드라이브를 즐긴다. 오늘도 마트 유턴 신호에 결국 울음을 터트렸지만, 신호가 바뀌고 차가 움직이고 나선 울음을 그쳤다. 마트 주차장에서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마트를 거닐려는데 다행히도 기쁨이는 자고 있었다. 배도 부르고 트림도 개운하게 했고 드라이브도 마쳤고 남은 선택지는 꿀잠밖에 없었던 걸까? 우리는 1시간 동안 천천히 장을 보았고 그간 필요했던 물품들과 쓸모없지만 시선을 끄는 멋진 물건들, 당장 땡기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나중엔 먹을 것 같은 식품들을 쓸어 담기 시작했다. 돈을 버는 이유는 의식주와는 상관없는 쓸데없는 무언가를 하기 위함이라고 누누이 이야기를 해왔다. 술도 안 먹는 아내가 먹태를 집으며 이거 사도 되냐고 물어보면 기다렸다는 듯이 담으라고 한다. 그리고 나도 뜬금없이 구론산(?)을 한 박스 카트에 실었다.
장을 보면서 기쁨이는 눈을 뜨지도 울지도 않았다. 첫 외출이라 조금은 긴장되고 걱정도 됐지만 아주 조용하고 차분하게 끝난 것이다. 혹시나 울고 보챌까 봐 아기 띠를 따로 챙겨 왔고 공갈젖꼭지도 호주머니에 꼭 쥐고 왔지만 쓰임은 없었다. 외출이 끝나고 나서 집에서 삼겹살을 먹기 위한 세팅을 했는데, 기쁨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울기 시작했다. 잠투정을 다시 하기 시작했는데 아내가 야채를 다듬고 파 절임과 된장찌개 준비할 때는 내가 기쁨이를 안고 달랬고, 아내가 분유를 먹이고 트림을 시키는 동안에 난 식탁을 세팅하고 고기를 구웠다. 아기를 역류 방지 쿠션에 눕히고 나서야 밥을 같이 먹을 수 있었는데, 기쁨이는 우리의 마음을 이해라도 하듯이 먹을 동안엔 울지 않고 모빌을 보며 재밌게 놀았다.
오늘은 시술 스케줄이 많지 않았고 남은 진단 내시경은 다른 방에서 진행할 수 있었기 때문에 반차를 쓸 수 있었다. 기쁨이와의 첫 외출에 의미를 둔다기보다는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낸 것에 큰 의의를 두고 싶다. 주말마다 기쁨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울음소리만 들어도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배고파서, 잠 와서, 그냥 불편해서 여러 가지 이유로 우는데 돌보는 입장에서 울음소리는 공포 그 자체다. 새벽부터 내가 퇴근하기 전까지 기쁨이의 투정을 받아내며 육아에 매진하는 아내가 안쓰럽다. 그런 아내에게 같이 마트에 가자고 이야기하니 기다렸다는 듯이 가보자고 대답하는 아내가 사랑스럽고 고맙다. 이제 어느 정도 기쁨이도 컸고 더 많은 시간을 집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함께 보낼 생각이다. 물론 기쁨이의 행복도 중요하지만 아내가 더 기분 좋게 시간을 보내고 오랜만에 광합성(?)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내는 것은 내 몫인 것 같다. 분명 육아는 함께하는 것이란 것을 알지만 대부분은 아내가 책임지며 하는 중이다. 고마운 아내를 위해서라도 자주 싸돌아다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