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잠을 안 잔다.

by 돌돌이
KakaoTalk_20210610_232636367.jpg?type=w1 잘 때는 천사

정확하게 말하면 밤에 잠을 자지 않는다. 낮에도 칭얼거리다가 자다 깨다를 반복하고 저녁쯤 잠을 자기 시작하는데 정작 11시 이후부터는 꾸준히 칭얼거리고 잠을 자지 않는다. 새벽 5시가 넘어서야 잠이 드는데 와이프는 죽을 맛이다. 처음엔 네 식구(나, 아내, 아들, 고양이 토리)가 거실에서 함께 잤었는데 지금은 안방에서 아내와 기쁨이만 같이 자고 나는 토리와 함께 거실에서 잔다. 체질상 한번 잠들면 잘 깨지도 않고 코도 크게 골기 때문에 함께 잤을 때에, 아내는 아기의 울음소리와 내 코골이 소리로 2중고를 겪고 있던 거다.


출근 준비를 위해 7시에 일어나서 아내와 기쁨이가 자고 있는 안방을 들여다보면 제법 큰 인기척에도 반응하지 못한 채 꿈나라에 빠져있다. 조그만 소리에도 바로 반응하던 잠귀가 밝은 아내는 내가 옷방에서 옷을 꺼내고 저 멀리 화장실에서 드라이하는 소리조차 듣지 못한 채 잠에 빠져 있다. 출산휴가 기간 동안 밤새 기쁨이를 본 적이 있었는데, 정말 아빠이기 전에 밤새 우는 아기가 미워지는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잠을 자는 듯하다가 내려놓으면 깨고, 배 위에 올려놓고 자도 얼마 못 가서 칭얼거리고, 새벽 3시가 넘어서도 동그랗게 눈을 뜨며 세상을 보고 싶어 하니 답답할 따름이다. 겨우 달래고 눕히면 다시 분유를 먹일 시간이 찾아온다. 기저귀를 갈고 분유를 타서 먹이고 트림을 시키고 안아주면 30분이 또 훌쩍 지난다. 그리고 잘 자다가 갑자기 숨이 넘어가듯이 우는데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다. 원인을 모르니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는 알 수가 없으니 마냥 울음을 멈출 때까지 안고 있는다.


밤에 잠을 못 자다 보니 사람이 폐인이 되어간다. 아기를 보면서 정말 못된 생각도 하게 된다. 너무 울고 보채다 보니 기쁨이에게 화가 나기도 하고 짜증도 내고 싶다. 이러한 생각을 한 번도 아니고 몇 번이나 한 것이다. 내 안에 나도 모르는 악마가 살고 있었는지, 인간 이하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에 몸서리친다. 동료 선생님들 또한 자신이 겪었던 우울증 증상을 이야기해주며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과 100일이 지나면 좀 더 나아질 것이라는 것도 꼭 덧붙여 주었다. 하루 이틀 밤을 새우면서 기쁨이를 보며 느끼는 충동이 이 정도인데 매일 24시간을 밀착 마크하는 아내는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 거기다가 호르몬의 영향도 있으니 출산 여성이 산후우울증을 겪는 것도 당연하다.


새벽 2시. 여전히 기쁨이는 잠을 자지 않는다. 기쁨이의 울음소리에 깨서 보니 아내가 울고 있었다. 힘들고 지쳤을 아내. 또 밤새 칭얼 거리는 기쁨이를 혼자서 돌보다가 눈물을 훔쳤던 거다. 아내의 단잠을 깨우는 기쁨이에게도 화가 나긴 했지만 거실에서 편히 잠들면서 정작 해준 것이 없었다는 생각에 내가 더 미안하고 눈물이 난다. 직장 업무 핑계를 대면서 같이 할 수 있는 일들을 미루고 육아에 손을 떼고 있었던 거다. 아내에게 맡긴 채 나 혼자 편히 생활하고 있었던 거다. 아내의 희생 덕분에 밤 동안 깨지 않고 아침까지 잘 수 있었다. 이 모든 고생과 희생을 겪는 아내가 고맙다.


이번 주 기쁨이 주말 당직은 무조건 내가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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