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내전은 종족갈등이 아니다

아프리카 내전과 쿠데타에 대한 단상

by 그랑바쌈

지난 8월 말리에서 군사쿠데타가 일어났다. 대통령이 사임하고 정부는 해산됐다.

2020년 말 현재 에티오피아에서는 티그레이 지역 정부와 아비 총리의 중앙정부가 맞붙었다.

아프리카만큼 내전이나 쿠데타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은 드물다. 왜일까?

아프리카 전문가들이 나와서 하는 말들은 늘 한결같다. 지역 및 종족 갈등, 종교 분쟁.

과거 제국주의 열강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임의로 그어놓은 국경 때문에 종족이 강제로 갈라지고,

서로 다투던 이질적인 종족이 하나의 국가를 이루어 생겨난 현상이라고 설명하면 좀 더 전문가다운 설명이다.

이 문법은 아프리카, 특히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쪽 어느 나라에 적용해도 대충 맞아떨어진다.


자, 처음엔 그랬다고 치자. 그런데 아직도 그 이유 때문에?

종족이나 가문, 봉건영주 단위의 개념을 벗어난 이른바 국민국가가 자리 잡은 지가 언제인가.

가까이 프랑스혁명까지만 거슬러 올라가도 이백 년이 넘었다.

아무리 뒤늦게 독립한 아프리카 국가들이라지만 종족 다툼 때문에 내전과 쿠데타가 일어난다고 보는 것은 너무 오래된 문법이다. 아직도 현상만 놓고 보면 내전이 종족 갈등의 양상으로 전개되는 것은 틀림없다.

다만, 종족이라는 착시효과를 좀 걷어내고 객관적으로 아프리카 내전 문제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최근 반세기, 특히 2000년 이후의 내전이나 쿠데타는 대개 팽팽한 두 정치세력 간의 무력충돌이다.

정치지형에서 한 세력이 압도적인 힘의 우위에 있으면, 쿠데타가 일어나기 어렵다.

1960년대 전후로 독립한 대다수 아프리카 국가들은 초기 지도자가 장기집권의 유혹에 빠진다. 권력의 생리다.

코트디부아르 초대 대통령인 우푸에부아니는 34년을 집권하고 재임 중인 1993년에 갑자기 사망했다.

여당 야당이 정권을 주고받는 민주주의 실험이란 걸 해보지도 못하고 정권은 무주공산이 되었다.

이후 코트디부아르는 세 번의 내전을 치르게 된다. 2010년 선거가 끝나고 발생한 내전이 가장 최근 일이다.

당시 재임 중이던 바그보 대통령과 도전자인 전 국무총리 와타라가 맞붙었다.

이때 바그보는 남부 가톨릭 세력을, 와타라는 북부의 이슬람 반군을 동원한다.

외부에서는 이 내전을 남부와 북부의 종족, 종교 갈등으로 보도했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두 정치세력이 각자에 우호적인 무장세력을 내전에 이용한 것일 뿐, 실제 이 두 지역의 종족 간 다툼은 존재하지 않았다.


한 종족이 다른 종족을 지배하기 위해 전쟁까지 벌이는 것은 그 옛날 타잔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일이다.

오랜 식민지 탓에 아프리카는 사실 종족 색깔이 그리 강하지도 않다. 종족 언어라는 게 지역에 따라 제법 유지되고 있지만, 영어와 불어 등이 지배적인 공용어로 자리 잡았다. 따지고 보면 인도 같은 나라가 훨씬 지역 간 종족 간 이질성이 크다. 그런데 인도에서는 내전이나 쿠데타로 정부가 전복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군사적 무력은 오직 정부의 것이며, 정부는 선거에 의해 그 정당성을 인정받게 된다.

그런데, 아프리카에는 무력을 가진 세력이 정부 말고도 다양하게 존재한다.

또한 정부의 무력이 그다지 강하지도 않다. 따라서 언제든지 세를 규합하면 정부와 무력으로 다툴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이다. 1980년에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사무엘 도 라이베리아 전 대통령은 당시 하사관 출신으로 불과 몇십 명 군인들을 이끌고 대통령궁에 들어가 쿠데타에 성공했다. 어처구니가 없다.

아프리카 각국에 쿠데타와 내전에 의한 정권교체가 거듭되면서 총기가 민간에 만연하게 보급되었다.

내전이 종식되고 나서도 중앙정부 차원에서 총기 수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오죽하면 유엔에서 총기를 돈으로 바꿔주는 캠페인까지 진행했으랴.

쿠데타에 의한 정권찬탈은 의외로 쉽고, 성공 시 승자독식의 보상이 어마어마하다 보니 쿠데타의 유인이 매우 클 수밖에.


다시 돌아가서,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아프리카의 내전이 종식될 수 있을까?

처방은 간단하다. 실행은 쉽지 않겠지만. 먼저 정부가 압도적인 무력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다양한 당근과 채찍을 동원해 민간에 흩어진 총기를 회수하고, 군대와 경찰 등 치안정책을 보강하는 것도 필요하다. 다음으로 민주적인 선거를 보장해야 한다. 반대세력도 선거를 통해 얼마든지 정치권에 진출하고 이를 통해 정권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어야 한다. 만약 집권세력이 민주적 선거를 보장하지 않은 채 압도적인 무력을 자신의 정권을 연장하는 데 사용한다면 국민들에겐 최악의 시나리오다. 정권은 명분을 잃고, 국가는 다시 내전과 쿠데타의 악순환에 빠져들 것이며, 가장 안타깝게도 죄 없는 국민들은 피 흘리고 굶주리게 될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