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높은 시간 투자의 비법
나의 귀가 미친 듯 팔랑거린다.
TV에서 코인으로 떼돈을 벌고 파이어(조기은퇴)를 선언한 한 청년의 인터뷰를 들었다.
"전 이 돈으로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해요"
훌륭하고 옳은 생각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회사로부터 월급을 받기 위해 개인의 소중한 시간을 바쳤는데, 이제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것. 내 시간은 오로지 나의 것이다. 실제 돈이 있으면 많은 시간을 벌 수 있다. 세탁을 직접 하지 않고 세탁소에 맡기면 그만큼의 시간이 더 생긴다. 가정부를 쓰면 가사 노동하는 시간을 벌 수 있다. 그런데, 이 청년의 계획엔 중요한 것 하나가 빠져있다. 그렇게 번 시간을 어디에 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과연 그많은 돈과 시간을 어디에 쓰고 있을까?
요즘 강남 유흥가에 코인이나 주식으로 벼락부자 된 사람들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고 한다. 명품 인기가 하늘을 치솟으며 우리나라 명품시장이 세계 최고의 호황이란다. 유흥을 하고 명품을 사면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기억을 남기진 않는다. 유흥의 추억? 명품의 기억? 그런 건 없다. 있다면 말초적인 쾌락이고 으쓱하는 기분이다. 인생의 의미를 새벽안개처럼 증발해버리는 짜릿한 기분에 둔다면야 뭐 납득은 된다. 정말 센 걸로 한 번만 빨고 죽어도 좋아! 이런 멘탈? 글쎄다. 마약중독자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시간은 기분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남기는 것이다. 기억을 남기는 시간만이 그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 돈이 많다는 것은 기억을 생산하기 유리한 조건이 되지만 '기분'의 유혹에 걸려 넘어지기도 쉽다. 양질의 기억이 돈만으로 가공될 수 없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물질 만능'으로 재벌 3세의 자살을 설명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식을 돈으로 살 수 없으며, 지혜 역시 마찬가지다.
도넛을 든 아빠의 모습이 액자처럼 막둥이 기억의 박물관에 걸렸을 거라 생각하면 뿌듯하다. 이런 가성비 높은 투자가 또 있을까. 남들이 오해할까 봐 툭 터놓고 얘기는 못하지만 난 이미 경제적인 자유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기억을 만들 만큼의 물질은 소유하고 있다고 자신하기 때문이다. 그 물질의 크기란 것이 세상 기준으로 보면 보잘것없겠지만 나는 진심 별로(전혀라곤 말 못 한다) 부족함이 없다. 만 사천 원으로 이렇게 멋진 스틸컷 한 장을 남기는 법을 이미 알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