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사장은 인천공항 근처 호텔이었다.
세종에서 출발해 제시간에 도착하려면 KTX를 타고 광명역에 내려 택시로 이동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동료 A와 함께 출발해 1시간 회의를 참석하고 다시 세종으로 내려와야 한다.
광명역에 내리자 택시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인천공항 터미널 파라다이스 호텔로 가주세요"
"예?"
기사는 놀라면서도 기쁜 듯 내비게이션에 잽싸게 목적지를 찍었다.
장거리라고 해봐야 광명시내나 안양 정도를 기대했을 것이다.
도착 예정 시간을 향해 미터기는 열심히 달렸다.
"기사님 저희 내리고 나면 인천에서 손님 태우고 오실 순 없죠?"
"그렇죠 뭐."
그런 쓸데없는 기대 따위는 안 한다는 건조한 말투.
장거리 일방으로도 충분한 보상이 될 터이니.
"저희가 1시간 후에 다시 광명역으로 돌아와야 되는데 혹시 기다리실 수 있나요?"
"1시간이면 기다리죠"
기사의 목소리 톤이 두 키 정도 올라갔다.
약간의 흥얼거림도 섞여있다.
이윽고 호텔 앞.
"5만 9천4백 원입니다. 톨비랑 타 지역 할증이 붙어서.."
기사는 꽤나 큰 청구액이 미안했는지 돌아올 때는 훨씬 적게 나올 거라고 굳이 덧붙였다.
"기사님 전화번호 주세요. 제가 일 끝나면 전화드리겠습니다."
회의가 끝나고 로비를 걸어 나오는데 호텔 입구에서 손을 흔드는 기사가 눈에 들어온다.
건너편 다른 택시가 나를 슬쩍 흘겨본다. 왜 인천택시를 안 타고 굳이 경기택시를 콜 했냐는 눈치다.
다시 광명역까지 한 시간.
도착할 무렵 띵똥하고 장거리 콜이 들어왔다.
기사는 이게 웬 횡재냐는 표정으로 콜을 받았다.
택시가 정차하고, 기사가 영수증을 건네준다.
"보세요, 작게 나왔죠?"
48,500원
택시에서 내린 후 역사로 들어가면서 나는 A에게 말했다.
"기사님이 오늘 운이 좋으신 것 같네요. 그쵸?"
A가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
"글쎄 운 좋은 날로 만들어 주셨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