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에서의 캠핑
A.K.A Camping(야영)
콜로라도아재의 첫 천막생활 A.K.A Camping(야영)
얼마 전 미국 이민(나에게는 이사) 생활의 모범이 되어주시는 K 모 자동차의 사장님 업체의 K형님의 초대로 그랜비 호수를 다녀온 뒤(콜로라도 타임스 983호, 2021년 6월 9일 자 수기 참조)로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과 아내와 결혼 전 둘이 다녔던 캠핑도 다시금 떠올라 아내와 함께 조만간 캠핑을 떠나자고 다짐하고 월마트에서 캠핑용품을 주섬주섬 마련하여 드디어 캠핑을 떠나게 되었다.
우선,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오는 캠핑의 정의를 살펴보자면
“캠핑(Camping)[명사] 산이나 들 또는 바닷가 따위에서 텐트를 치고 야영함. 또는 그런 생활 [유의어] 천막생활, 야영 야영 [명사] 1. 군대가 일정한 지역에 임시로 주둔하면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시설들을 갖추어 놓은 곳. 또는 거기서 하는 생활. 2. 휴양이나 훈련을 목적으로 야외에 천막을 쳐 놓고 하는 생활”이라 정의되고 있다.
사실 이번 캠핑이 나에게 첫 캠핑이 아니라 안동권 씨 급사 중공파 37 대인 아이들의 첫 캠핑이기에 의미가 깊다. 나에게 사전적 의미의 첫 캠핑은 사관학교 생도생활 간 실시한 군사훈련 때의 야영이 첫 캠핑이었고, 그 이후로 캠핑은 하기 싫어도 각종 야외훈련, 진지공사, 경계지원 등의 명분으로 10여 년의 군생활 간 짧으면 분기별, 길면 반기별로 셀 수도 없이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기에 딱히 캠핑에 대한 흥미가 들지 않고 있었다가 제대로 된 여기 미국식 캠핑을 지난번 K형님으로부터 살짝 맛 본 뒤로 다시금 ‘야외 천막생활’을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게 된 것이다.
미국에서의 캠핑은 아직은 결혼하기 전이였던 여자 친구(지금의 아내)와 미국에(정확히는 여기 콜로라도) 함께 놀러 와서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파이크 픽스, 아스펜, 메사 베르드 등을 텐트에서 자면서 돌아다닌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이번에 당시 사용했던 캠핑용품을 처가댁 창고에서 꺼내봤는데 내가 나이를 먹었듯 10여 년 전에 아무 탈 없이 사용했던 장비들도 세월 탓인지 녹슬고 바스러져 쓸만한 것들은 남기고 텐트와 침낭 등은 새로 구입하게 된 것이다.
아내와 어디로 갈 것인지를 얘기하다 콜로라도 스프링스 ‘파이크 픽스 Pikes Peak’ 근처 크리플 크릭 Cripple Creek 캠핑장으로 정하였다. 여기를 정하게 된 이유는 아직은 장거리 운행에 완전히 적응이 안 된 아이들도 고려하고, 아내와 내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같이 놀러 간 곳이 파이크 픽스였기에 의미도 있다고 보였다.
예전 군생활을 떠올려 나는 ‘중대장’이 되어 전체적인 야영 계획을 총괄하고 아내는 ‘행정보급관’으로 만들어 야영 간 필요한 먹거리와 잠자리를 준비하는 것으로 임무분담을 하였다. 이번에 캠핑용품을 준비하면서 앞으로 지속적으로 손쉽게 캠핑이 가능하도록 숙영 물품, 취사도구, 식자재, 위생물품 등으로 나누어 박스화(BOX)하여 창고 자리도 확보하고 차량에는 어떻게 적재할지를 구상하기도 하였다.
집에서 차로 넉넉하게 2시간 정도의 거리(Parker에서 Cripple creek)에 중간중간 애들 바람 쏘이고 놀만한 장소(신들의 정원 Garden of the Gods Visitor and Nature Center, 우드랜드 파크 Woodland Park. Etc.)도 있어 천천히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캠핑장으로 향하였다.
불과 엊그저께 같기만 한 기억 속에는 둘이서 차를 타고 이곳에 왔었는데 강산이 변할 법한 시간이 흘러 이제는 새끼들을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것이 한편으론 우습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그 시간 동안 옆에서 동반자 노릇을 해준 아내에게 고마움을 느끼게 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캠핑장에 도착해서는 이번에 처음으로 사서 사용하게 된 텐트를 설치하였다. 사실 군에서 수많은 야영을 했었어도 내 손으로 직접 숙영지를 만든 거라곤 학교 다닐 적 해본 게 다인지라 텐트 제조사에서 제공해준 우리의 너튜브(Youtube)로 어떻게 설치하고 철수하는지 동영상으로 익힌 것을 처음으로 실전에서 해보는 날이었다. 그동안 애들은 아빠의 버벅대는 모습을 보이기 그래서 캠핑장 내에 마련된 놀이터에서 놀게 하였다.
그리 어렵지 않게 아내와 같이 하룻밤 동안 임시 거주할 집을 뚝딱 만들고, 이제 중요한 잠자리를 만들기 시작하였다. 마트에서 소비자의 주머니를 어찌나 잘 공략하는지 텐트만 사러 갔다가 텐트 바로 옆에 캠핑 매트리스가 함께 진열되어 있어 생각지도 않은 에어매트리스를 구입한 것이 있었다. 근데 이것이 이번 캠핑에 가장 큰 난관이 되고 말았다. 전기가 없을 경우 바람을 수동으로 넣어야 하는 상황이 있다는 생각에 수동펌프만 구입해왔는데 에어매트리스에 바람은 정말 끝도 없이 들어가고 있던 것이다. 해발고도가 높은 산이라 한여름인 낮에도 제법 시원한 날씨였는데도 바람을 넣다 보니 땀으로 범벅이 되고 말았다. 혹시라도 에어매트리스를 구입할 예정이라면 수동펌프에 꼭 전기모터펌프를 구매하기를 추천한다.
그래도 자식들과 아내를 차가운 냉기가 올라오는 바닥에서 재울 수는 없다는 집념으로 에어매트리스를 빵빵하게 만든 후 가진 뿌듯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누구는 캠핑의 꽃은 바비큐(삼겹살, 고기구이)라고 하던데 나에게 있어서 야영 간 가장 맛있던 것은 메뉴는 다름 아닌 라면이었다. 이번 첫 캠핑에도 ‘행정보급관’ 역인 아내에게 라면을 주문했고, 아내는 아이들도 함께 먹을 만한 순한 라면을 준비해 왔었다. 가끔씩 집에서 내가 먹는 한국 제품 라면은 아이들이 맵다고 못 먹었는데 이번에는 밖에 나와서 다 함께 라면 한 사바리(!)하는 추억도 남겼다.
역시 라면은 살짝 추운 바깥 날씨에 입으로 후후 불어가면서 면발은 차갑게 식은 듯 마는 듯 그렇게 쫀득하면서 라면궁물(!)은 따뜻하게 후루룩 마시는 이 맛이 참 라면의 맛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 맛을 아이들도 느꼈는지는 모르겠다.
밤이 될수록 쌀쌀한 바깥 날씨에 가족이 오랜만에 똘똘 뭉쳐서 온기를 나누며 보내니 ‘아무리 궁궐 같은 집에 금은보화가 많은들 지금 이 순간보다 행복하리오’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다시금 나의 미국 이민(이사) 생활의 모범이 되어주시는 사장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이러려고 미국 온 거 아니냐’
“네 이러려고 미국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