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거북은 왜 추락할까

몰디브

by 호림

원래 계획은 이게 아니었다. 만타가오리 프로그램을 신청했지만 만타가오리 시즌 전이라서 바다거북을 보러 가는 일정으로 수정해야만 했다. 만타가오리를 볼지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를 포기하진 않은 채 바닷물이 튀는, 보트를 타고 바다를 항해했다. 만타가오리를 볼지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를 포기하진 않은 채 말이다. 어느 지점이 되자 배는 깊은 바다 위에 출렁이며 멈춰섰다. 바닷속을 들여다보자마자, 첫 번째 바다거북을 발견하자마자 만타가오리는 여지없이 잊혀졌다. 100년을 살았을지 모를 바다거북 한 마리가 첨벙거리는 소리도 없이 바닷속으로 낙하(높은 곳에서 밑으로 몸을 던짐)한다한들 바다는 꿈쩍하지 않았다.


20190522_IMG_8625_셀렉, 바다거북, 몰디브.jpg


차디찬 물속에 들어가니, 물속에 침투한 햇빛이 길고 가느다란 차양을 드리운다. 뭍에서 바라볼 때 수면은 낮은 곳이지만, 물속에서 가장 높은 곳은 수면이다. 수면 위에서는 반짝이던 햇빛이, 바닷속까지 깊고 강한 빛으로 내리쬐고 있었다. 빛무리를 따라 하강하는 바다거북은 뭍에서 만큼 느려보였다. 차양을 드리운 햇빛이 물결에 일렁임에 따라, 바다거북은 햇빛의 인도를 받는 것처럼 해저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해저에 다다른 바다거북은 바위처럼 몸을 웅크리고 머리만을 곧게 든다. 바닷속으로 추락했다한들, 바다거북이 슬플까. 바다거북은 느리게 상승을 준비할 뿐이다. 바닷속을 더 잘 관찰하기 위해서 바다거북처럼 바다 깊은 곳으로 추락해야 할 때가 있다. 추락에서, 보이는 것들이 있다.


20190520_115232_셀렉.jpg


또 다른 날, 상어를 만났다.

리조트에서 바닷속으로 바로 연결된 나무 계단을 내려 갔다. 비현실적인 투명한 바다는 극사실주의 화가가 그린 그림 같았고, 컴퓨터 그래픽 같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그럴 리 없잖아'하며 머리를 도리질해야 했다. 계단 부근의 열대어들을 바라보며 놀다가, 좀 더 멀리 수영해서 나아가다가 발이 멈칫했다. 순식간에 얼마나 깊을지 모를 심연의 낭떠러지로 펼쳐져 있었다. 더 이상 나아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구명조끼를 걸치고 있었는데도 겁이 덜컥 났다.


20190520_094538_셀렉.jpg
20190520_115213_셀렉.jpg


남태평양에 있는 팔라우공화국에서는 상어를 보러 출발한 배가 악천후에 맞닥뜨렸다. 금방이라도 소나기가 올 거 같은 잿빛 하늘, 파도는 배를 집어삼킬 것처럼 요동을 쳤다. 선원들끼리 의논을 하더니 회선을 결정했었다. 팔라우에 갔을 때와 달리 몰디브의 바다에는 바다거북뿐만 아니라, 얕은 곳에서도 무리지어 수영하는 아기 상어들을 쉬이 볼 수 있었다. 몰디브에서 아기 상어를 만난 건, 팔라우에서 악천후 때문에 상어를 볼 계획이 무산된 지 근 5년 만이었다. 꼬리를 살랑거리며 노는 아기 상어를 보느라 발길을 떼지 못했는데, 물속에서는 그 자그마한 아기 상어의 등지느러미를 보고 놀랐다고 고백을 해야겠다.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했던 것 같다. 한편으론 가까이 와주길 바랐지만, 아기 상어는 이내 꽁무니를 감춰버렸다. 아기 상어의 꼬리는바닷속의 절벽으로 사라졌다.






























이전 26화파란색 나팔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