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디브
담장 없이 우거진 수풀이 섬 안에서 프라이버시를 온전히 보호해준다. 음향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 저녁에는 음악을 틀어놓고 여유를 즐겼다. 야외에 샤워시설이 있지만, 쏴- 시원한 물줄기 아래 나무 내음을 비누 삼아서 나체로 샤워하는 게 부끄러운 건 하루였다. 자연주의(?) 샤워 모습을 훔쳐 볼만한 이라곤 하늘을 날아다니는 박쥐와 도마뱀 정도이다. 순수한 몸으로 돌아가 자연과의 일체감을 느낄 수 있는 충만한 시간이기도 하다. 바닷가에는 투명한 게들이 소리 없이 아우성이다. 가까이 다가가면 소라 안에 쏙 숨어버린다. 프라이빗 해변을 거닐다보면 이쁜 빗살무늬가 죽 늘어선 것을 볼 수 있는데 다 이 놈들이 만드는 거다.
물줄기가 부드럽게 온몸을 쓰다듬어준다. 차갑지도 않고, 따뜻하지도 않은 물 온도다. 오디오에서는 크게 틀어놓은 K-POP 가요, 팝송이 귓가에 쟁쟁하다. 아는 노래가 나올 때는 콧노래부터 흥얼거려진다. 겨드랑이를 닦거나 머리를 감으며, 오늘 입을 옷을 생각하기도 하고, 아이에게 아침이나 점심으로 먹일 음식을 고민하기도 한다. 수도꼭지를 잠그려고 돌리니 끼익-하는 마찰음도 듣기 좋다. 둥그렇고 부드러운 자갈들로 빼곡한 바닥은 물기 때문에 샤워하기 전보다 색깔이 진해 보인다. 잠시 후 적도의 해가 중천에 떠오르면 돌바닥의 물기는 순식간에 공기중으로 증발할 것이다. 애석하게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저지대라서 종적을 감출지 모르는 섬에서의 어쩌면 다시 없을 최후의 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