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의 로마

이탈리아 로마, 괴테 <이탈리아 기행>

by 호림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

18세기는 유럽의 귀족 자제들 사이에 '그랜드 투어(Grand Tour)'가 크게 유행했다. 예술 기행이라고 볼 수 있는데, 몇 달에서 몇 년 간 그리스와 로마 등 문화 유적지를 순례하는 일정으로 가정 교사까지 대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괴테는 이탈리아 여행기를 통해 로마에 한시바삐 가기 위해 피렌체는 세 시간밖에 머무르지 못했다고 말한다. 로마에 도착했을 때 "드디어 세계의 수도에 도착했다"며 경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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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젊은 시절의 모든 꿈이 생생하게 눈앞에 되살아난다.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최초의 동판화 - 아버지는 로마의 조감도를 대기실에 걸어놓고 있었다-를 지금 실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림으로, 스케치로, 동판으로, 목판으로, 석고로, 코르크 세공 등으로 일찍이 보아서 알고 있던 것들이 이제 내 앞에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모든 것이 내가 벌써부터 상상했던 그대로인 동시에 모든 것이 또한 새롭다. (중략) 저녁엔 동향인과 산책을 하면서 미켈란젤로와 라파엘로 중에서 누가 더 우월한지에 관해 논쟁을 벌였습니다. 저는 전자가 낫다 했고 그는 후자 편이었는데, 우리는 결국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함께 칭송했답니다. 괴테 <이탈리아 기행> 中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역사책 속에서, 영화 속에서 숱한 '로마'를 만나면서도 로마에 갈 기회는 단 한 번이었다. 한번 본 로마를 예찬하지도, 맛집 하나라도 콕 짚어내지도 못하겠다. 비행기 안에서도 나는 트레비 분수에 동전을 생각만으로 가슴이 뛰었다. 트레비 분수에 도착하기 전까지 로마 시내를 헤매며 분수에 동전을 던지고 소원을 빌 생각으로 얼마나 설렜는지 모른다. 마치, 동전 하나를 던져 넣기 위해 한국에서 로마까지 온 사람마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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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작은 규모의 트레비 분수 앞에서 인파를 비집고 이동했다. 바다의 신인 포세이돈의 조각상이 분위기를 압도하고 있었다. 트레비 분수에 던지는 동전의 의미는 이렇다. 첫 번째 동전은 로마에 다시 돌아오길, 두 번째 동전은 사랑이 이루어지길, 세 번째 동전은 그 사랑과 결혼할 수 있길 바라는 소망이 담겨 있다. '3'이라는 의미를 지닌 'Trevi' 세 갈래 길이 만나는 곳. 트래비 분수 앞에서 등을 돌려, 동전을 던졌다. 동전은 야속하게도 쨍그랑 소리 한 번 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 그 많은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자신이 던진 동전의 소리만큼은 알아들을 수 있는데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라는 듯이 분수를 바라봤다. 지금도, 알 수 없다. 그때 던진 동전이 분수 속으로 퐁당 빠졌는지 무모할 만큼의 호기심으로 가득찼던 청춘의 분수 속에 잠겨버린 것인지. 그때, 그 트레비 분수에서 던졌던 동전은 지금은 어디쯤 있을까?


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 동안에도 열띤 토론을 계속했다. 리페타(로마 북쪽 테베레 강의 항구)에 도착했는데, 거기서 내려 헤어질 상황이었지만 서로가 아직 못 다한 말이 많이 남아 있었다. 그들은 헤어지지 말고 같이 배를 타고 다시 강을 오르락내리락하며 흔들거리는 배 안에서 자기들의 궤변에 숨통을 터주자고 합의를 보았다. 그러나 한 번 왕복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못했다. 이왕에 불붙은 논쟁인지라, 그들은 뱃사공에게 계속해서 오르락내리락하라고 했다. 한 번 오르락내리락할 때마다 두당 1바조코를 받는지라, 뱃사공은 이 일이 흐뭇했다. 그렇게 늦은 시간에 기대하지도 않았던 큰 돈벌이였기 때문에 그는 군소리 없이 시키는 대로 했다. 뱃사공의 어린 아들이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다.

“저 사람들은 도대체 뭐 하는 거예요?”

사공이 아주 조용히 대답했다.

“나도 몰라. 어쨌든 정신 나간 사람들이란다.”

괴테 <이탈리아 기행>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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