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와트에서
분명 눈에 보이는 탑의 수는 다섯 개가 맞다. 좀 더 자세히 보면 10개다. 바로, 수면 위에 선명하게 비치고 있는 5개의 탑 때문이다. 수면에 비친 모습이 선명해서 '물속에 또 다른 앙코르와트 세계가 있을 모른다'는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잔잔한 수면에 비치는 탑의 모습에 탄성이 절로 난다. 반영의 아름다움을 여실히 보여주는 건축물로 앙코르와트를 꼽을 수 있다. 점점이 떠 있는 구름의 모습이 데칼코마니인 양 수면 위에도 그대로 비친다. 때로 사물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보다 사물의 '반영'이 큰 울림을 준다. 천년이 넘도록 저 탑들과 저 연못은 계속 같은 자리를 끈기 있게 지켰으리라. 카메라 셔터를 누르던 손을 멈추기 전엔 몰랐다. 연못 위에 자잘하게 피어 천년 동안 피고 졌을지 모를 분홍빛 연꽃 군락 역시 얼마나 아리땁던지.
자화상/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 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 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 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며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