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강을 곱씹어본다. 그곳을 다시 떠올리는 것만으로 낭만적이다. 근사한 가을 날씨가 계속되는 어느 날 퐁네프 다리 위를 걸었다. 강 위로 배들이 오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눈부시게 빛나는 햇살에 눈을 살짝 찌푸리며. 센강,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어준 이 강이 특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오귀스트 르누아르, 클로드 모네, 빈센트 반 고흐, 구스타브 카유보트 등 인상파 화가들은 셀 수 없는 센강 작품을 남겼다.
엄마가 좋아하던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 속의 퐁네프 다리 위를 거닐며 영화 속 연인들처럼 미친 척 춤을 춰보고 싶기도 했던 그 곳.대낮부터 미친 척 춤을 출 용기는 나지 않아서 괜시리 더 열심히 잡화점을 기웃거리며 엽서들을 구경하고, 센강을 배경으로 지나다니는 여행객인지 파리지앵인지 모를 사람들을 구경하며 하염없이 발을 옮겼다.
미라보 다리 아래 센강은 흐르고
우리의 사랑도 흐른다
마음 속 깊이 깊이 아로새길까
기쁨 앞에 언제나 괴로움이 있음을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는 머문다
(기욤 아폴리네르 <미라보 다리> 中)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의 명시 <미라보 다리>.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가 화가였던 마리 로랑생과 결별한 후 써내려간 아름다운 시. 마리 로랑생은 아폴리네르가 먼저 세상을 떠난 후에도 죽을 때까지 그를 잊지 못했다고 한다. 아폴리네르와 마리 로랑생의 사랑은 아직 저 센강에 흐른다. 진한 입맞춤으로 사랑을 탐미하는 연인들의 사랑도 센강을 타고 흐르고, 다시 머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