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먹, 쉼표 모양

몰디브, 코타 키나발루

by 호림

봄여름이면, 춘곤증이 솔솔 눈꺼풀을 무겁게 한다.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해먹 위에 누워, 휴식을 취하는 상상을 한다. 해먹에 누워 있으면, 해먹과 '휴식'이 동의어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혼자 누워 낮잠을 즐기기도 하고, 책을 읽거나, 연인과 사랑을 속삭이기도 하고, 아이들과 해먹에 나란히 누워 쉬기도 해보는 것이다. 해먹을 걸어 놓은 나무 위에서 날갯짓 하는 새들의 지저귐을 듣는 일도 귀를 즐겁게 해줄 것이요, 좋아하는 책을 읽다가 그만 잠이 들어도 그만이다. 바다 옆에서 배불리 점심을 먹고서, 해먹으로 옮겨가 낮잠을 자는 특권을 누려본다.


IMG_20190521_075041_셀렉.jpg 몰디브 무인도의 바다 위 해먹


몰디브에 떠 있는 외로운 무인도는 우리가 머물던 섬에서 배로 5분 거리로 가까웠다. 새들만이 발자국을 남길 뿐 아무도 살지 않는, 그곳의 바다에는 해먹이 있었다. 그런데 눈요기로 밖에 바라볼 수 없었던 것이 보기보다 높이 매달려 있어서 양옆의 기둥을 타고 올라가서 누워야 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물론 시도는 여러 차례 해보았지만, 허탕이었다. 주르륵 미끄러지니 보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꼴이 우스울 뿐이었다. 아마 만조때 해먹이 잠기지 않게 하려고 높이 설치한 게 아닌가싶다.



IMG_5243_셀렉.JPG 해먹에 누워 한낮의 더위를 피하는 부자


아이는 해먹에 올려주니 처음에는 호기심어린 눈빛을 했다. 해먹을 앞뒤로 흔들어주기 시작하니 그물을 조그만 손을 꼭 쥐고 울기 시작했다. 아기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는 만큼 해먹이 출렁거리니, 울음소리는 더 커졌다. 아이 아빠는 이미 쥐도 새도 모르게 잠들어 있었고, 사진 찍던 손을 놓고 달려가 아이를 모래 위로 내려주었다. 파도는 철썩이고, 해먹은 그물 사이로 바다내음과 오후의 빛을 투과하고 있었다. 아이의 아빠는 파도처럼 일정한 간격의 숨소리를 내며 혼곤한 잠에 빠져들었다.



Banana_Hammock_-_A_surrealistic_painting_by_Vladimir_Kush.jpg Vladimir Kush <Banana Hammock>


러시아의 초현실주의 화가가 그린 해먹.

블라디미르 쿠시가 그린 해먹 그림을 보고 미소를 머금지 않을 수 없다. 나무에서 뻗어나온 바나나는 해먹이 되어 있고, 또 다른 바나나는 그 옆에 서서 직립보행을 할 듯하다. 다시 생각해봐도, 해먹이라는 말에는 '파도소리, 쉼, 그늘' 같은 기분 좋은 것들이 내포되어 있는 것 같다. 그러고 보니, 해먹은 모양도 '쉼표'처럼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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