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도의 별….

몰디브, 인도 마날리, 베트남 나트랑

by 호림

별을 보려면 어둠이 꼭 필요하다.

정호승 <상처가 스승이다> 中



20190520_192039_셀렉.jpg 몰디브의 밤하늘에 어떤 별자리가 있을까


적도의 밤하늘은 놀랍다. 고개를 젖히지 않아도 눈 앞에, 옆에 다이아몬드 가루를 뿌린 것처럼 사방에 별들이 총총히 빛나고 있다. 꺾어질 듯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보지 않더라도 단지 앞이나 옆을 바라봐도 수평선 높이에 별이 있다. 우리는 외딴 섬 위에 있었기 때문에 별을 가릴 그 무엇도 없어서 이곳에선 별들이 세상 구경을 하러 낮게 내려온 것처럼 보였다. 별천지 아래 아이는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다.


우리 주위에는 총총한 별들이 마치 헤아릴 수 없이 거대한 양떼처럼 고분고분하게 그들의 운행을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따금씩 이런 생각이 내 머리를 스치곤 했습니다. 저 숱한 별들 가운데 가장 가냘프고 가장 빛나는 별님 하나가 그만 길을 잃고 내 어깨에 내려앉아 고이 잠들어 있노라고.

알퐁스 도데 <별> 中


별. 사실 지구상 모든 여행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풀리지 않는 우주의 신비. 인도의 마날리에서는 순도 높은 별들은 밀도도 높아보여서 금방이라도 땅으로 뚝뚝 떨어질 것 같았다. 크고, 가까웠고, 무거웠다. 마날리는 히말라야 산맥의 관문으로 상당히 고도가 높았다. 물론 적도에서처럼 눈앞에 별들이 펼쳐지진 않아서, 숙소 마당에 있던 평상에 드러누워서 밤하늘을 관찰했다. 인도에서 낙타사파리를 하며 난생 처음 별똥별을 보았고, 베트남의 나트랑이나 하와이에서도 꽤 밝은 별을 볼 수 있었다. 빼곡하게 빛나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목이 뻐근해지도록 한참이고 쉽사리 눈을 거둘 수 없다. 밤하늘을 보며 북두칠성과 오리온자리를 찾아보는 것이다. 어떨 때는 카시오페이아를 발견하기도 한다. 다른 별자리는 유관으로 알아볼 수 없어서, 매번 한국에 돌아가면 별자리 공부를 해야겠다고 다짐하지만, 매번 일상에 쫓기듯 잊어버린다. 그러다가 다시 여행을 떠나면 같은 생각을 반복하는 것이다.


1552055761790.jpg 나트랑 밤하늘의 오리온자리


프랑스 화가 조르주 드 라 투르는, 키아로스쿠로 기법으로 관람자 역시 잡생각이 덜어지고 그림 속 인물에게 집중이 잘 될 수 있게 했다.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는 '명암법'으로 명암의 대비로 화면을 극단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이다. 키아로스쿠로 기법을 활용한 화가로는 렘브란트, 카라바조도 있다.


키아로스쿠로는,

어둡고 고통스러운 부분을 제대로 그리지 않으면 빛이라는 밝고 행복한 부분도 제대로 그릴 수 없다던 어느 책 문구를 생각나게 한다. 어둠 속에서 별빛과 달빛은 한층 찬란하다. 따뜻하면서 한껏 밝은 불빛이 오후 동안 오색의 색들로 칙칙하게 지쳤던 눈을 말갛게 씻어준다. 별을 보려면 어둠이 필요하고, 그림 역시 밝은 화면을 위해 어둠이 필요하며, 인생 역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어두운 시기를 극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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