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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loresprit Apr 30. 2016

새해를 낯설게 열어보기

타이베이 _ 프롤로그


2016년, 낯선 공기 속에서 새로운 시작을 시작해 보는 것도 나름 괜찮은 출발일지도 모르지 않는가.


타이베이를 가보고 싶다는 기억을 가지게 된 것은 '꽃보다할배'로 많이 알려지기 훨씬 전인 2010년 여름휴가를 다녀오는 사람들이 휴가 후유증을 겪고있을쯤인 초가을로 기억된다. 우여곡절 끝에 디자인 스튜디오를 다시 시작했던 나는 회사일에 이리저리 치이면서 개인적인 생활이나 여행은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빨리 회사를 안정권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시달리고 있었다.

평소 생각도 잘 통하고 식견이 넓어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후배와 회사일에 대한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의견을 듣고자 저녁을 함께 했었다. 업무상 출장이 잦아 해외여행을 많이 하던 그를 많이  부러워하곤 했었는데, 그날도 최근 다녀온 여름휴가 이야기를 듣던 중에 보게 된 몇 장의 핸드폰 사진 속 타이베이. 그때가 내가 타이베이를 처음 마주한 순간이다. 여행 당시 비가 많이 와서 흐리고 해상도도 좋지 않았던 당시 핸드폰 사진임에도 타이베이는 묘한 이끌림을 주던 곳이었다.
대만에서 몇 년을 살다 온 친구에게 숱하게 들었던 기억보다 그 몇 장의 사진이 오늘 내가 타이베이를 오게 한 시작이었다. 당시 내 안에 있던 해외여행에 대한 막연한 동경 비슷한
 존재 때문인 지도 모르겠다.

영화나 지브리 스튜디오 애니메이션의 배경지 등으로 익숙하지만 또 다른 분위기의 나라 대만. 관광보다는 여행이라고 우기는 나는 시끌벅적한 시내 분위기보다 그곳만의 자연과 역사가 느껴지는 곳을 선호하는 편이다. 여행 루트도 그것들을 반영한다. 반드시 가야 한다던 101 타워나 사람들로 넘쳐나는 시먼딩 같은 도심이나 쇼핑거리는 내게 별다른 흥밋거리로 다가오지 않는다. 물론 디자이너라는 직업 때문에라도 그 나라만의 분위기를 알아보기 위해 일부러 찾기도 하지만, 애써서 챙기지도 않는다고 보는 게 맞는 표현일 것 같다. 사실상 글로벌 시대로 많은 문화가 공유되고 있는데다 비슷한 문화권에서는 나라마다 도시들은 그다지 차이점들이 크다고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응답하라 타이베이 2016 


여름, 추억을 더듬는 드라마로 세상이 떠들썩할 때 즈음, 오랜지기 고등학교 친구와 몇 년 만에 얼굴을 보게 되었다. 고등학교 때의 기억과 스무 살 시절 국내 여기저기 여행을 함께 다녔던 추억을 더듬어가면서 시간이 지나면서는 여행을 한 번도 같이 다녀보지 못했던 것을 깨닫게 되었고, 그 시절을 다시 떠올리며 대만 여행은 갑작스럽게 결정되었다. 

원래 계획은 연말에 출발해서 연휴를 보내고 오는 것이었지만, 비행기 예매가 늦어진데다 저렴한 저가 항공권을 찾다 보니 출발을 새해 첫날에 하게 되었다. 급하게 항공권 예매를 하고 한동안 대만 여행에 대해 잊고 지내다 보니 어느새 연말이 코앞에 와있었다. 숙소도 교통 편도 예약하지 못했고, 여행 일정도 제대로 짜 놓은 것이 없는데 큰일이었다. 급한 마음으로 온갖 여행 앱과 블로그를 통해 알아보았지만, 너무 늦은 탓도 있지만 연말 연휴에 여행이 일상화된 탓인지 마땅한 숙소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엔 여행사를 하는 친구에게 신세를 지기로 했고 덕분에 교통 편도 좋고 가격도 적당한 호텔과 택시투어 예약을 무사히 할 수 있었다. 

보통 때 연말이라면 이른 종무식을 끝내고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곤 했었는데, 이번 연말은 마지막 날까지도 업무와 잦은 약속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퇴근 후에야 짐을 챙기고 간단히 여행 일정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 어쩌면 바쁜 일정 후 떠나는 빈틈 많은 꿀맛 같은 여행이 더 의미가 있는 거라며 나를 다독였다.
3박 4일의 짧은 기간이고
 여행 다니면서 짐 속에 파묻히는 건 질색이라 챙겨야 할 짐도 간단했다. 대만은 비가 자주 오기 때문에 우비와 아침저녁 기온차를 고려해 두터운 바람막이 외투, 여권과 호텔 바우처를 확인하고 잠을 청했다.


김포공항은 연휴라지만 한산했고 인천공항의 북적 함께 시달리지 않아도 되고 저가항공이라 좌석이 정말 좁은 것 빼고는 좋았다. 2시간가량의 짧은 비행이 끝나고 나는 타이베이의 송산에 도착했다. 
송산공항松山機場은 김포공항처럼 아담하고 조용했다. 영상 20도의 따뜻한 
바람을 품은 태양이 나를 반겨주었다. 왠지 이 여행이 편안하고 즐거울 것 같은 생각에 사로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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