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9막
2015년 8월 29일, 태양아 고맙다! 바다야 고맙다! 인생아 고맙다!
크로아티아의 노래 "태양아 고맙다!'의 가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크로아티아의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감사의 찬미로 이어진다. 그리고 결론은 "인생아 고맙다!"이다.
두브로브니크의 올드 포크에는 저녁이 되자 하루를 마감하던 배들이 오밀조밀 불을 밝히며 달빛 아래도 모여든다. 마치 불빛을 향해 날아드는 나방들처럼.
바다는 달빛과 크고 작은 유람선들이 화려하게 켜기 시작한 불빛으로 물결까지 춤추고 있다.
성벽 안에서는 8월의 마지막 축제를 위한 음악회가 열리고 사람들은 모두 자기만의 휴가를 즐기고 있다.
그들에게도 나에게도 이곳 두브로브니크의 8월 말의 아침은 오지 않을 듯이 길다.
지중해 아드리아의 바다를 처음 만났을 때, 영화 트로이에서 깊게 각인된 후 그토록 보고 싶어 하던 바로 그 투명한 코발트빛 바다임을 금방 알 수 있었다. 한없이 맑은 에메랄드 빛이었다가 흰옷이 파랗게 물들어 버릴것만 같이 깊은 블루로 변하는 이곳 바다는 짜릿한 태양과 함께 부드럽고 강렬하며 또 시원하고 뜨거웠다.
지중해에서 느끼는 달은 이처럼 가깝고도 몽환적인지. 이토록 달빛을 포근하고 길게 느껴본 적이 있었던가.
달 표면이 투명하게 보이는 것마저도 신비롭게 느껴진다. 고대 로마 그리스 신화가 전해주던 달빛이 저렇지 않았을까. 밤 달빛은 이번 여행을 마무리하는 훌륭한 벗이 되어주고 있다.
돌아가는 비행에서 나는 다음 비행을 꿈꾸기 시작한다. 몇 달 뒤 나는 어느 하늘에서 날고 있을까.
이번 여행에서 배운 것을 가지고 다음번엔 더 나은 여행자로서의 자세와 배움을 갖추어 가리라.
내가 추구하는 여행, 더 나은 다음으로의 여백을 남기는 그런 시간들을 말이다.
비행기에서의 아침을 맞는다.
하나둘씩 사람들이 잠에서 깨어나고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못다 한 이야기들을 나눈다.
오전 7시가 넘은 이 시간, 10시간의 긴 비행도 어느덧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서울에 발을 딛는 순간, 다시 일상은 시작되고 또다시 버둥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리라.
그리고 다음 여행을 기다리는 그 숭고한 마음으로 그 시간들을 견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