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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loresprit Jan 29. 2016

슬프도록 아름다운 모스타르

크로아티아 8막

2015년 8월 28일, 전쟁의 상처, 스타리 모스타르




여행의 마지막 날, 크로아티아를 벗아나 이웃나라인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Bosnia & Hercegovina 의 모스타르를 향했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인 된 하루 동안의 짧은 투어, 투어가이드의 유쾌한 설명 덕분에 더욱 흥미로운 길이 되었다.


두브로브니크로 가던 해안길을 거슬러서 국경지대인 네임을 지나 네레트바 강을 따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로 들어섰다. 두브로브니크로 가는 길을 막고 있는 2km의 해안 도시 네움 덕분에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내륙국의 신세에서 벗어나게 된 셈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북부는 보스니아, 남부는 헤르체고비나로 나뉘는데, 복잡한 역사가 보여주듯 국민 구성도, 문화도, 언어도 여러 가지인데, 특히 내전의 원인이 된 종교는 이슬람교, 세르비아 정교, 가톨릭 교가 나뉘어 서로 대립하는 복잡한 나라다. 내전은 ‘데이턴 합의안’으로 종결되고 모든 마을마다 무슬림 회랑과 가톨릭 성당과 크리스천 교회가 나란히 공존하는 나라가 되었지만, 민족 간의 내분은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여러 번의 내전과 종교 간의 갈등으로  대부분의 경제기반이 황폐화되면서 많은 부분을 외국 원조에 의존해 살고 있는 가난한 나라가 되었다. 2차선의 낡은 도로는 제대로 된 표지판 하나가 보이지 않았고 제대로 그어진 차선도 있지 않았다. 아마도 우리나라 산골길도 이렇지 않을 것 같은 길을, 고작 60km의 거리를 무려 4시간이 가까이 걸려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 후 가장 먼저 나를 반기는 것 역시, 아이를 안은 채 구걸을 하는 여인이었다. 마을 곳곳에는 아직도  총알구멍이 송송 뚫리거나 부서진 채 방치된 건물들이 내전의 상처처럼 복구되지 못하고 방치되고 있었다. 그나마 구시가지는 유네스코의 지원과 관광수입을 위해 복구가 빠르게 되었다고 한다.

구시가지는 둥근 자갈]이 깔린 좁은 길로 이어졌는데, 양옆에는 관광상품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소박한 가게들과 레스토랑이 자리 잡고 있었다.





모스타르라는 이름은 도시의 상징인 다리, '스타리 모스트 Stari Most '에서 유래되었다.

스타리 모스트란 오래된 다리라는 뜻으로 네레트바 강 위로 아치를 이루고 있는 이 다리는 오스만튀르크가 발칸에 남긴 최고의 걸작이란 평가를 받는다. 내전 때 폭격을 당해 완전히 부서졌다가 다행히 내전이 끝난 뒤 유네스코의 지원을 받아 재건되어 2004년에서야 다시 개통되었고, 다리의 한쪽에서 또는 어느 길의 모퉁이에서는 1993년을 잊지 말자는 구호가 담긴 표석들을 볼 수 있다.  

지금은 많은 관광객이 몰려드는 아름다운 다리로 내전과 비극의 상징에서 평화의 상징이 되었다.



"오래된 다리'는 이 도시의 발전과 번영을 향상시켰다. 다리는 이 시의 존재의 이유였다.” 

-유네스코






크로아티아와는 전혀 다르게 유럽 내에서 이슬람 분위기를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는 곳이면서 작은 터키라고도 불리는 곳, 모스타르.

어제는 이웃이며 동료였던 이들이 오늘은 적이 되어서 전쟁을 벌였던 곳. 이곳 발칸이 유럽의 화약고라 불리는 이유를 두브로브니크에서 이어 이곳에서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그때 죽어간 가족과 이웃들을 생각하며, 지금의 평화가 계속 지속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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