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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loresprit Jan 28. 2016

돌이 마술을 부린 도시, 두브로브니크

크로아티아 7막


2015년 8월 27일, 아드리아해의 진주





동문인 플로체 문에서 시작해 서문인 필레 문으로 향하는 성벽 투어를 시작한다.


13세기에 짓기 시작해 16세기에 완성한 두브로브니크 성벽은 총 길이가 1940m, 높이가 25m에 달한다고 한다. 성벽은 거의 원형 그대로 보존되고 있으나 성 안은 대지진 때 스폰자 궁전과 렉터 궁전을 빼놓고 거의 파괴되고 5000명이나 죽는 대참사를 겪었다. 나폴레옹의 침략과 유고 내전 때에도 2000발이 넘는 포탄이 이 중세의 성을 벌집처럼 만들었고, 그로 인해 도시의 80%가 파괴되었다가 이후 유네스코의 도움을 받아 재건한 것이 오늘날의 모양새를 갖춘 것이라고 한다.




쏟아지는 바다의 햇살을 받은 성곽은 점점 달아오르고 있었고 32도를 넘는 무더위가 나를 노려본다.

이미 긴 여정으로 피곤에 지친 다리는 성곽의 계단들에 더디게 한걸음 한걸음을 간신히 옮기고 있었고 강렬한 태양빛에 카메라는 기운을 내지 못했다. 중세의 단단한 돌로 무장한 성곽은 단조롭지만 무게감 있는 존재감을 내비치고 있었다. 성벽을 걷다 보면 아기자기한 골목길을, 오래된 집과 주민들의 일상이 보인다. 

과거와 현재가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는 곳.


걷는 내내 오래된 것의 가치를 인정하는 이곳 사람들이 부러워졌다. 개발이라는 명목 아래 지켜야 할 것과 버려야 할 욕심을 구분하지 조차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되는 우리의 현실이 더 서글프게 다가왔다. 아마 여행이 끝나고 돌아간다면 제일 먼저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운동에 서명부터 해야겠다고 마음먹어 본다. 




곳곳마다 빛을 발하는 붉은 지붕은 올드타운의 압권이다. 하지만, 성벽 위에서 보이는 이 아름다운

성벽 도시의 벽면에는 곳곳에 폭격의 흔적들이 여전히 남아있고 붉은 지붕도 내전의 슬픔이 남아있다.

바로 색이 바랜 기와는 전쟁에서 살아남은 건물이고, 선명한 주홍색을 띠는 기와는 복원될 때 새로 지어진 것들이다. 복원할 때 전쟁을 기억하기 위해 모든 흔적이 일부러 지워내지 않고 남겨두었다는 사람들, 슬픔을 용기로, 비극을 희망으로 바꿔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 따뜻하고 맑은 향기가 난다.


나는 이 아름다운 향기를 우리나라에서도 보고 싶어졌다. 아직도 슬픔에 아파하는 세월호 피해자, 강정마을 주민에게도, 위안부피해자 할머니들과 밀양어르신들에게도 그 상처가 남긴 흔적을 용기와 희망으로 바꿔가도록 지원하고 고통을 나누는 방법을 찾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말이다.





 

오 아름답다, 오 사랑스럽다. 오 달콤한 자유여. 신은 우리에게 모든 보물인 너, 자유를 주었다

너는 우리의 모든 영광의 진정한 원천이다 너만이 두브로브니크의 유일한 장식이다

모든 은, 모든 금, 모든 인간의 삶도 너의 순수한 아름다움과 바꿀 수 없다

- 이반 군둘리치



붉은 지붕과 얼러져 밖으로는 푸른 아드리아해 바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이곳은 과연 발칸의 진주라고 불릴 만하다. 게다가 성벽에 올라서 내려보는 시가지는 천상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는 기분이 들게 한다.

가슴이  벅차오르도록 아름다우면서도 풍경은 따뜻하고 낭만적이다.

중세의 꿈속을 한바탕 돌아보고 나가는 기분이다.



Walking Tour of Dubrovnik City Walls





성벽 투어를 마치고 찾은 두브로브니크 근처의 동화 속 마을 차브 타트  Cavtat는 관광객이 많은 구시가지에 비해 한적한 모습이다. 해안이 예쁜 마을이다.

수영을 하는 대신 해안산책로를 따라 한 바퀴 걷다가 잠시 두발만 지중해 물밑으로 담기로 한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염전이 있고 산 위로 유럽에서 두 번째로 긴 성벽이 있다는 스톤 ston과 크로아티아의 수제 자수 공예품을 살 수 있고 전통춤이 유명한 칠리 피 마을에 가보고 싶었지만, 두 곳 모두 두브로브니크에서 한 시간 남짓 거리라는데, 렌트를 하지 못해 이동이 여의치 않았다.

이런 아쉬움이 다시 이곳에 나를 불러오리라 믿어보며 다음을 기약하는  수밖에...



저녁에는 세기의 로맨스로 알려진 애드워드 8세와 심슨이 다녀간 것으로 유명한 레스토랑인 포르토에서의 이곳 고유의 달마티안 소스를 가미한 가재요리와 싱싱한 문어 샐러드, 그리고 이곳 바람과 땅이 키운 포토로 만들어진 화이트 와인을 마셨다. 이름만큼 맛있는 식사였다.



Old Port of Dubrovn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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