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의 헤어짐

읽고 버리기

by coloresprit

처음 내 집을 가진다면 무조건 서재를 가지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좁고 긴 창을 통해 햇살이 길게 드러눕는 이 작은 방에 청록색 벽지를 바르고, 긴 벽면을 가득 채우는 책꽂이를 만들었다. 창문을 바라다보이도록 책상을 배치하고 한쪽에는 피아노가 자리를 잡았다.

이제, 피아노는 그 자리를 비웠고 책장에는 가로로 세로로 겹겹이 책들로 가득 채워졌다.

밀리를 구독하면서도 종이책에 대한 집착은 계속되었다.


돌아보면,

두 번 세 번 손이 가는 책들은 몇 권이나 될까. 내용이 좋아서 산 적도 있지만, 소장하고 싶어서 산 책들도 꽤나 많았다. 오래된 책들도 좋아하던 작가의 책은 시대에 맞춰 새로 번역이 된 개정판을 다시 구입하게 되었지, 전자책으로 잘 읽게 되지 않았다.


첫 번째로 옷과 이별을 하고 이제 책과 이별을 하려고 한다.

점점 책들로 채워져 가는 방을 보면서, 페이지를 펼치며 밑줄을 긋거나 마음을 울리는 구절을 되새김하면서 행복한 때가 참 많았었다.

책들이 내 곁에서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필요한 곳으로 보내주고자 보낼 책들의 목록과 필요한 이를 정리하면서, 두 달여 동안 아끼던 책들은 다시 읽기를 하며 허전한 마음을 달래기도 했다.


직접 사인을 받은 책과 선물 받은 소량의 책을 제외하고

아끼던 미술전집은 갤러리 관장에게, 유명 소설류들은 출판사대표에게, 재미난 책들은 가까운 친구 중 필요하거나 원하는 이와 몇몇 지인들에게 분양을 보냈다. 고등학생 때부터 좋아해서 모았던 시집과 몇몇 책들은 오래되거나 원하는 이가 없어 버릴 수밖에 없는 게 마음이 아팠다.


보고 싶은 책은 또다시 구매하더라도 소장을 위한 책은 사지는 말자고.

오전에는 일을 하고 어머니의 점심을 차려드린 후, 산책 겸 나가는 도서관 외출이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도서관을 다니며 느리게 책을 읽는 것도 재미가 꽤나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