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을 제대로 보다
이사를 결정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무엇보다 어머니 때문이었다. 한동안 못 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많이 노쇠하고 약해진 모습을 보게 되면 서다.
아픈 다리가 더 심하게 부으면서 허리에 협착증이라는 합병증이 생기고, 걷기붏편해지면서 몇 번 넘어지다 보니 더욱 움직이지 않게 되고 근육이 빠지고... 모든 것들이 돌고 돌아 허리가 굽고 다리는 휘어지고 있었다.
그나마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걷는 건 가능한 상태라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한시적으로 함께 지내면서 생활 속 필요한 일들을 보조하면서 상태가 호전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빨래, 설거지, 밥 하기 등 기본적인 것과 병원에 다니시는 것들도.
기존에 언니가 하던 병원관련된 일들을 인수를 받고 예약을 확인했다. 담당의가 미국으로 연수를 가는 바람에 일 년 동안 병원을 가지 못하셨기 때문에 다리는 더욱 부어있었기 때문에 당장 봄에 재활의학과 예약을 당겨서 변경했다. 선생님이 귀국하시는 가장 빠른 날짜로 변경을 하고, 자잘한 약과 병원일정을 조절했다.
다행하게도 기억력은 또렷하셔서 약 먹는 시간과 종류는 혼자서도 잘 챙기신다. 어쩔 수 없이 날짜가 가는 것과 사람이름은 흐릿하게 기억하시게 되는 것 같다. 지난번에 지난번에 하시는데, 그 지난번이 어떤 것은 며칠 전, 어느 것은 몇 년 전이더라.
그토록 강인했던 분이 이제는 조그맣고 마른 아이처럼 보인다. 그래도 딸과 함께 사시니까 농담도 하고 잘 웃으시곤 하신다. 했던 얘기를 기본으로 5,6번은 듣는 것 같은데, 앞으로도 몇 번까지 하실지는 모를 일이다. 제대로 반응도 해주지 않고 대충 듣고 흘리고 말지만, 그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좋으신가 보다. 그럼 된 게 아닌가. 그녀도 나도!!!
평소 안 보던 드라마도 함께 본다. 이런저런 수다를 떨면서 에너지가 조금씩 올라온다. 불쑥 납골당과 장례에 대해서도 얘기를 하게 되고 먼 친척들 소식도 듣게 된다. 돌아가신 아버지 흉이 80, 좋았던 기억이 20퍼센트 정도로 이어진다. 미처 몰랐던 아버지의 악행(?)에 어머니가 고생이 많았겠구나 싶어, 이전에는 공감해주지 못했던 게 미안해진다.
아버지는 왜 그러셨을까. 옆에 있어주는 이가 얼마나 소중한지, 옛날 남자들은 정말 잘 모르고 살았던 것 같다.
집에 갈 때면 어머니 간식이나 맛있는 것들을 사게 된다. 기다리는 가족이 있다는 건 이런 건가 보다.
리스 부인과 루벤스 부인의 초상화 Portrait of Mme Lisle and Mme Loubens,
에드가 드가 Edgar Degas
출처 : 시카고 미술관 The Art Institute of Chic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