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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loresprit Jan 26. 2016

호수와의 숲의 하모니, 천상의 자연 플리트비체

크로아티아 3막

2015년 8월 23일, 신비한 요정의 땅 Plitvice Lake



이른 새벽, 요정의 숲을 보기 위해 자그레브에서 플리트비체로 움직였다.

눈에 익은 자그레브의 도니그라드를 지나 도보 구역이라서 유일하게 트램만이 다니는 옐라치치 광장에서 7번 트램에 오른다. 캐리어 분실사건으로 인해 자그레브를 제대로 다 보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이른 시간임에도 플리트비체행 버스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버스가 두 시간가량 2차선의 좁은 도로를 달려 목적지인 플리트비체에 도착할 즈음 산이 깊어짐을 알려주듯 비가 내렸고 안개가 올라왔다. 신비한 녹색 플리트비체를 보기 위해 8월 여행을 고집했던 나는 비가 계속 내리면 어쩌나 하고 걱정에 순간 사로잡혔지만, 곧이어 하늘은 구름을 헤집고 나와 밝은 얼굴을 반갑게 내밀어 주었다. 두 번째 숙소인 플리트비체 호텔에 도착해 체크인을 하고 바로 공원 투어에 나섰다.

주차장 쪽에서 오는 사람들로 붐비는 티켓박스의 줄은 한두 시간은 넘게 기다려야 할 듯 보였는데, 다행스럽게도 걸어서 들어선 티켓박스의 줄은 짧았고 바로 투어를 시작할 수 있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울창한 숲이 진하게 밀려오는 내뿜는 촉촉하고 싱그러운 공기가 폐 깊숙이 들어와 온몸을 휘감았다.





K코스에 숨겨져 있는 최고의 뷰포인트로 플리트비체가 한눈에 보인다



커다란 생태공원 같기도 한 이곳을 가장 잘 보기 위해 가장 긴 코스 중 하나인 H코스를 선택했다. 파노라마 카는 아슬아슬한 언덕길을 통과해 공원의 상부 쪽에 도착, 하류로 이어진 코스가 시작되었다. 아무래도 오르막길보다는 내리막길로 되어있어 체력적으로 부담이 덜했으나 제대로 된 감상을 보기 위해 자주 고개를 돌려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으로 담기 위해 계속 뒤를 되돌아봐야만 했다.  





플리트비체 호수 국립공원의 입구는 st1과 st2 두 곳이며, 이곳은 파노라마 카로 이동이 가능하므로 어느 곳에서 출발하든 상관없다. st1-st2 사이에 있는 호수 아래쪽 하이라이트만 돌아보는 짧은 코스인 A, B가 있다. 공원에서 가장 높은 70m를 자랑하는 벨리키 슬라프와 밀카 틀니나 폭포 같은 유명한 명소는 아래쪽 호수에 많으므로 시간이 없다면 아래쪽 호수만 둘러봐도 충분하다. 

호수 위쪽(st2-st4)과 아래쪽(st1-st2)을 모두 볼 수 있는 4~6시간 코스인 C, H가 있는데 C는 하류에서 상류 쪽으로 이동하므로 오르막길이 많아 체력적인 부담이 있으나 풍광이 좋다. 반면 H는 C와는 반대로 상류에서 하류 쪽으로 이동하는 코스로 체력적으로는 편할 수 있지만 풍광을 보기에는 불편한 점이 있다. 전기보트는 아래쪽과 위쪽 호수를 연결하는 가장 큰 호수인 코자크 호수(jezero Kozjak)를 연결해 이동이 가능하다. 충분한 시간과 체력이 있다면 공원을 전체를 걸어서 구석구석까지 볼 수 있는 트레킹 코스인 K가 매력적이다.
이 모든 코스들은 곳곳에 안내표지 만들 이 있어서 본인이 선택한 코스 데로 이동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또한 코스들은 중간에 변경해서 이동도 가능하다.




자연이 만들어낸 크고 작은 호수들 사이사이의 계곡과 숲을 잘 둘러볼 수 있도록 산책로를 만들어서 길을 내고, 호수와 호수를 연결한 나무테크 길을 만들어놨을 뿐. 이동하는 구간 내내 자연은 손상되지 않은 채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그저  나무테크판에 풀린 못을 고정해 주기 위해 인부가 가끔 망치질을 해주는 것이 전부인 듯 보였다.

그날도 공원관리인으로 보이는 분이 와서 주위 못 들을 유심히 관찰하고서는 살짝 들린 못을 가볍게 박아주고 사라졌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 유명해졌지만, 욕심내어 개발하지 않고 가치를 유지하는 그들에게서 부러움이 느껴졌고, 우리나라의 자연이 이 순간도 설악산 케이블카나 평창올림픽 등의 이슈로 온갖 시험대 앞에 놓여있는 현실에 더욱 안타까움이 커져갔다. 페이스북에서 환경운동단체 등 여러 분야에서 아무리 반대 서명을 하고 목소리를 높여보아도 눈앞에 보이는 욕심에 눈감고 귀를 닫는 정부의 바뀌지 않는 정책이 아쉽기만 하다.


크로아티아 최대의 국립공원 플리트비체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1979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이자

자연 유산으로 지정되었고 유럽에서 가장 아름답고 생태학적인 가치가 높다고 평가되고 있다.

깊은 계곡을 흘러내리는 크고 작은 92개의 폭포가 만든 16개의 호수는 마치 계단처럼 층층이 이어져 무수한 폭포와 수로에 의하여 서로 연결 있고,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한 품에 끌어안은 녹색의 울창한 숲. 유네스코에 따르면, 석회암과 백악(chalk)이 수천 년 이상에 걸쳐 석회 침전물을 쌓고 일련의 지질학적 과정을 통해 천연의 호수, 동굴, 폭포 등을 만들어 냈으며 물속에 포함되어 있는 탄산칼슘과 마그네슘이 비가 적은 여름철에는 그 농도가 짙어져 신기한 빛깔의 녹색을 연출한다고 한다. 이 현상들은 끝난 것이 아니라 오늘날까지도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신비한 요정의 땅, 이름마저 예쁜 ‘얕은 물’ 플리트비체(Plitvice)는 미네랄, 유기물 등의 함량과 햇빛에 물의 깊이에 따라 시시각각 녹색, 푸른색, 청록색 등으로 신비롭게 변화하는 투명한 물속은 밑바닥까지 속속들이 드러내 보이고 그 속의 고목이 수초를 머금고 아름다운 송어들이 노니는 곳,

쓰러진 나무들이 그대로 호수에 쌓여있고, 그런 모습도 그대로 보일 정도로 맑고 투명한 곳이다.

요정이 살만한 곳이다.



호수와 호수를 연결 지어주는 나무테크의 길과 그 안에서 노는 숭어들


 


16개의 호수가 믈라카 펠라(Mala Kapela) 산과 플례세비카(Pljesevica) 산 사이에 서로 잇닿아 있고 상류와 하류로 나뉘는데, 길을 따라가다 보면 갈대 습지가 나타나고 이어서 저지대에서 고지대로 가는 도중에 배가 다니는 유일하면서 가장 큰 호수인 코작(Kozjak)이 나타난다.

호수는 호수마다 이름과 호수의 위치를 단면으로 설명된 사인물들이 잘 정리되고 있는데, 지나가다 보면 ‘밀카 테르니나’ 폭포가 나온다. 바로 크로아티아 출신의 세계적인 오페라 가수의 이름을 딴 폭포다. 명지휘자 토스카니니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아티스트’라는 찬사를 받은 밀카 테르니나 Milka  Ternina는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조성과 보호에 큰 역할을 했고, 그녀의 활동 덕분에 공원의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길다는 K코스의 하이라이트이자 일반적인 코스에 포함되지 않아 많이들 놓치고 마는 플리트비체의 대표적인 뷰포인트를 보기 위해 움직였다. 빅 폭포를 지나 산 위로 엄청난 수의 계단을 오르고 올라

사람 발길이 느껴지지 않는 숲길을 지나고서야 겨우 그곳은 우리에게 그 모습을 보여주었다.

공원이 한눈에 보이는 굉장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겹겹이 나타나는 폭포수와 그 사이를 흐르는 초록의 호수 물.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나무계단과 작은 나무숲. 키 큰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고 , 이름을 알지 못하는 비밀스러운 생명체들이 살고 있는 곳. 왜 이곳을 비현실적인 신비스러운 숲이라 일컫는지 깨달아지는 순간이었다.

아마도 우리가 자연 앞에서 힐링을 받은 것 있는 그대로에서 나오는 자연이 주는 힘이 아닐까. 투명하게 나 자신을 드러내고 깊숙이 내면의 목소리와 마주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에 지치고 욕심에 때 묻고 사람에 외로워질 때 우리가 필요한 것은 자연의 소리 없는 위로가 틀림없어 보인다. 플리트비체가 주는 감동이 이곳의 신비하고 아름다움이 그저 유명한 풍광만이 아닌 무엇을 얻어가겠다는 생각 자체를 잊어버리게 하는, 존재하는 순간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하기에 가능한 듯하다.



시간과 공간, 현실과 상상의 구분조차 무색해지는 곳, 그래서 이 모든 것조차 잊게 되는 곳 초록색의 호수와 숲의 기운은 영화 아바타에서처럼 신비로움과 아름다움 그 이상을 느껴지기에 충분했다.  








아름다운 동화마을 라스토케 Rastoke

긴 코스를 마치고 근처에 있는 물의 마을, 또는 플리트비체의 작은 호수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마을 라스토케 Rastoke를 향했다.




사진 속 자연이 중세풍 그림 같은 마을,

마을의 밖에서 보이는 풍광은 시원하게 노래하는 계곡물을 따라 폭포와 급류가 펼쳐지고, 다리를 건너 안쪽으로 돌아서면 오래된 집 나무집 사이를 잔잔히 흐르는 냇물과 키가 큰 나무들이 그늘을 만드고 사람들은 여유롭게 차를 마시고 책을 읽는 한가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가까이에서 작은 폭포들이 내는 맑은 물소리들은 눈으로 보는 아름다움보다 귀로 듣는 아름다움을 깨닫게 하는 곳이다.

약 300년 전부터 폭포를 이용해 물레방아를 만들어 보리를 빻았다고 하는데, 지금도 20여 채정도의 집 바닥에는 물레방아가 돌아가고 있다고 한다. 한가로이 물소리를 벗 삼아 천천히 거닐기에 좋은 곳이다. 마을을 좀 더 안쪽으로 보려면 사유지인 슬로빈 우니크 라스토케에 들어가야 한다.  

라스토케는 아픈 다리를 이끌고서라도 보아야 할 만큼 충분히 근사한 곳이었다.

그곳은 진정 동화 같은 작은 마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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