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자본주의자, 박혜윤
박혜윤 작가 소개
숲속의 자본주의자 리뷰에 앞서 먼저 박혜윤 작가에 대해 간략히 짚고 넘어가야 할 듯하다.
그녀는 신기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4년간 동아일보 기자로 근무하던 그녀는 미국으로 건너가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지만, 더 이상의 교직 활동은 하지 않고 40대의 나이에 이른 은퇴를 결심한 남편, 아이들과 함께 미국 시골로 들어갔다.
정기적인 임금을 받는 노동을 하지 않는 대신 원하는 만큼만 일하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존할 수 있는지 실험하듯 시작한 삶이 8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숲속의 자본주의자' 외에도 '부모는 관객이다', '도시인의 월든' 등의 책을 썼다.
반감이 들었던 그녀의 이야기
작년 여름,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를 기억한다. 책 읽는 속도가 빠른 편에 속하는 나임에도 수시로 책을 덮어버렸다. 속도를 느리게 하는 책은 보통 두 가지로 나뉜다. 내용이 너무 어렵거나 혹은 나에게 와닿지 않는 내용일 때. 이 책의 경우 후자였다.
짜증을 부르던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나도 종종 시골에서 주택을 짓고 사는 삶을 상상한다. 누구보다도 자연을 가까이하는 삶을 살고 싶은 사람이다. 하지만 TV는커녕 인터넷도 없이, 블랙베리를 채취해서 먹고, 통밀을 갈아 빵을 구우며 간장을 직접 만들어 먹는 삶은 도무지 와닿지 않았다.
그런 내가 이 책을 다시 집어 든 것은 돈 때문이었다. 맞벌이에서 외벌이가 된 지 이제 만 4년. 고금리, 고물가 시대에 우리 가정이라고 특별한 대안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전에 하던 일을 다시 할 마음이 전혀 없는 나에게 조금 부족하지만 부족한 것에서 불행해하지 않고 살아가는 이 가족의 모습을 짜증을 걷어내고 조금 더 탐구하고 싶어졌다. 내가 가진 것의 풍부한 의미를 되살리는 것. 이것이야말로 내가 가장 취약한 부분 중 하나 아닌가?
작가는 한국의 삶을 정리하고 미국의 숲에 들어가 살기 시작하면서 깨달은 여러 가지 삶의 이치를 이 책을 통해 풀어놓는다. 어디선가 들어본 이야기 같음에도 이 책이 많은 독자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말로 뱉기는 쉬워도 행동하기 어려운 '삶의 풍부한 의미를 되살리는 작업'을 그녀가 실제로 해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삶의 복잡함에 나는 매 순간 얼마나 짜증스러운지 모른다. 그 복잡함을 경이롭고 즐거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공포로 받아들이니 지금의 나처럼 머리가 복잡해지고 몸은 느려진다. 작가는 책 속에서 이 복잡함을 즐거움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내가 무엇을 욕망하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나는 무엇을, 왜 욕망하는가
'숲속의 자본주의자'를 읽으면서 요즘 내가 왜 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최근 몇 달간 나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소비를 저지르곤 했다. 나도 모르게 남들이 좋다는 것은 사기도 하고, 아이를 재운 뒤 아이 옆에서 엄지로 스마트폰 화면을 열심히 끌어올리다 '특가, 오늘까지만 공구, 재입고 없음' 등에 넘어가 결제를 하기도 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는 작가의 말대로 무한대의 소비를 부추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참을 수 없는 상실감을 안긴다. 그 상실감에서 자유로워지려면 나만의 고유한 욕망과 욕구를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상기할 수 있었다.
참을 수 없는 가난에 대해
작가는 정기적 소득에 집착하지 않고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부러워하고 그 용기에 박수를 보내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은 용기 있거나 대단해서가 아니라 그저 <내가 가진 돈이 적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나에게 참을 수 '없는' 가난이 무엇인지 고민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혜윤 작가는 이 대목에서 여러 고전을 인용하며 가난에 대해 조금 더 고찰한다.
'가난'은 고통스러운 것이지만 그 안에서 내가 다른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통로를 찾을 수 있으며 사람마다 다른 가난에 대한 정의는 세상을 다채롭고 흥미롭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과연 내 마음을 '가난'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지금 내가 괴로워했던 그것이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이었을까? 나에게 무엇이 없을 때 나는 진정으로 '가난'을 느낄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조금 더 자유로운 소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끝을 보며 지금을 사랑하다
'숲속의 자본주의자'를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어떠한 상황이 펼쳐졌을 때, 상황을 있는 그대로 판단하고 포기해야 할 순간에 깔끔하게 포기하는 작가의 모습이었다.
작가는 에필로그에서 인생에서 꾸준히 노력하는 건 <열심히 노력하지 않기>라고 밝힌다. 욕망 자체에 집중하기보단 그 욕망을 내가 계속 좆아 끝까지 갔을 때, 내 모습이 행복할지 아닐지를 생각해 본다는 것.
시험공부가 힘든 것이 아니라 이 시험을 잘 보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다는 생각이 힘들다는 것이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과거에 미련을 가지고 미래를 내 마음대로 예측하며 멋대로 예측한 결과에 마음을 쓰며 괴로워한다.
박혜윤 작가의 삶처럼 현재에 집중하는 연습을 해보려 한다. 나의 욕구가 이끄는 한에서 최선을 다하고, 내 마음이 끝나는 지점에서 미련 없이 그만두는 것. 그 안에서 온전한 나를 발견하는 것. 그렇게 현재에 집중하는 삶을 살다 보면 그 끝은 결국 아름답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