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주도권을 찾기 위한 첫 번째 관문

언니들의 마음공부, 부모편 - 오소희

by 일상채색가 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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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자아를 찾는 과정에서 걸림돌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얼마 전 스태프 자격으로 참여했던 오소희 작가님의 신간 <언니들의 마음공부, 부모편> 북토크 후기를 포스팅했었다. 상세한 행사 후기는 아래 포스팅을 참고해 주시기를 바라며 오늘은 <언니들의 마음공부, 부모편> 책에 대해 더 깊게 리뷰를 해보려고 한다.


만 세 살 아들과 지구 곳곳의 제3세계를 여행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그리고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했던 오소희 작가님의 뒤를 이어 비슷한 고민을 안은 여성들이 모인 온/오프라인 기반 공동체가 바로 <언니공동체>다.

모이는 것 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그곳에 모인 여성들은 조금 더 주도적인 여성이 되길 원했다. 진정으로 삶의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삶을 가꿔나가고 싶은 욕망이 큰 여성들이었다. 생의 주도권을 찾으려 애쓰는 후배 여성들을 위해 오소희 작가님께서 만든 것이 바로 이 책의 기원인 <나를 찾는 글쓰기 모임>이다.

오소희 작가님은 17기까지 진행된 이 수업에서(현재 내년부터 시작되는 18기를 모집 중이다) 여성들이 자아를 찾는 과정에서 가장 방해가 되는 요소가 크게 부모, 남편 그리고 여성의 몸과 성으로 나눠볼 수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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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방해 요소 세 가지 중 첫 번째 이야기, 부모편이다. 글쓰기 모임 참가자들이 오소희 작가님의 리드로 부모와 나 사이에 정리되지 못하고 억눌려 있던 상처를 당당히 대면하고, 함께 치유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치유에도 단계가 있다


<나를 찾는 글쓰기 모임>이 진행되는 동안 참가자들은 각자 그들이 해결해야 할 상처를 마주하게 된다. 상처를 치유하고 나아가기 위해 오소희 작가님이 제안하는 방식이 바로 이 책에서도 언급된 <치유의 3단계 매뉴얼>이다. 치유의 3단계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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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이해를 돕기 위해 나의 사례를 예로 들어 간단하게 설명해 보겠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내면의 상처를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글쓰기 모임이 진행되는 기간은 두 달이었고, 모임 종료 후에도 함께 수업을 들었던 동기들과 오랜 시간에 걸쳐 이 매뉴얼로 상처를 치유하고자 노력 중인 단계다)

내 인생을 가장 무겁게 짓누르고 있던 것은 어린 시절 아빠에게 받은 상처(대면과 이해)다. 폭압적인 아빠 밑에서 자란 딸인 나는 아주 눈치가 빠르고 예민한 안테나를 탑재(위로와 긍정)한 어른이 되었다. 그래서 모든 것을 남들보다 빨리 캐치한다.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아주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아빠의 배경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가질 필요가 있다(지구위에서 바라보기). 폭압적이었지만 직장인이 되기 전까지 받은 여러 금전적 지원에 대해서는 감사한 마음을 가지되, 그 이상으로 감사를 표시하거나 절절 매지 말 것(퉁치기와 경계 설정).

치유의 3단계 후 이어지는 여섯 가지의 대표적 사례를 통해, 독자들은 나를 찾고 생의 주도권을 찾는 여정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 그리고 마음속에 비슷한 바윗덩어리가 있다면, 어떻게 대면하고 치유해 나갈 것인지를 안내해 준다.


우리는 듣지 못했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해줘야 하는 말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나를 찾는 글쓰기 모임> 졸업생 대부분은 '82년생 지영이'로 불리는 현재 30대 중후반~50대 초반의 여성들이다.


부모님 세대처럼 수시로 배를 곯는 일은 거의 없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지지는 기대할 수 없었다. 이를테면 따뜻한 포옹과 응원, 무한한 지지의 말이나 공감의 순간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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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고 상황이 다르진 않았다. 하지만, 엄마가 되기 전까지는 어린 시절 아빠와의 관계에서 받은 상처가 지금까지의 내 인생과 앞으로 펼쳐질 인생에 이렇게까지 깊은 영향을 주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게 별다른 준비 없이 맞이한 육아의 세계 속에서 나는 처절하게 무너졌다. 극심한 육아 우울증에 시달리며 한없이 예뻐하고 핥아줘도 모자랄 아이의 영유아 시기에 피눈물을 흘리기 바빴다.

그 시기 나를 가장 괴롭혔던 것은 시중에 흘러넘치는 수만 가지의 육아 서적이었다. 내가 부모에게 받은 상처를 내 아이에게는 줄 수 없다는 생각에 시작한 독서였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책 속의 이상적인 부모의 모습은 미처 아물지 못한 내 상처를 계속 덧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내 아이가 나처럼 굶주린 마음을 움켜쥐고 고통스러워하며 살게 하고 싶지 않았다. 시작이 어찌 되었든 내가 한 선택이었고, 나의 선택으로 이 세상에 온 아이를 20년 동안 제대로 책임지고 싶었다.



잠겼던 것이 열리며 새로운 것이 들어온다


책 후반부, 작가님은 정희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정서적 허기로 인해 소중한 것을 바라보지 못하고 살아온 대한민국 여성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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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마음속 상처를 대면하고, 치유하기 위해 함께 애쓰는 과정을 거치며 얻은 가장 큰 선물은 내 삶의 소중함을 다시 깨달았다는 것이다. 긍정의 지점을 찾고 퉁치기를 하며, 그저 보잘것없고 초라해 보이던 내 인생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방치되어 있던 나의 감정과 결정, 그 결정에 대한 존중을 받는 경험을 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내 인생으로 들어오는 가치들. 그리고 이것들이 모여 앞으로의 내 인생을 더 경이롭게 만들어 줄 것이라는 굳은 믿음의 발견.


이 믿음은 나뿐만 아니라 오소희 작가님의 글쓰기 모임을 거쳐간 수많은 여성들에게 '이제 비로소 내가 나의 인생을 주도하고 있다'라는 감격과 해방감을 선물했다.



스스로를 치유하는 여성은
앞서간 여성 모두를
그리고 뒤라올 여성 모두를
치유하는 것을 돕는다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여성들이 상처를 드러내고 치유하는 과정에서 연대할 수 있기를 바란다. 주도적으로 상처를 치유하고 생의 주도권을 찾아가는 과정은 우리를 더 강인한 존재로, 이 세상을 여성들이 살기 조금 더 좋은 세상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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