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에 대한 놀라운 열두 가지 이야기

열두 발자국, 정재승

by 일상채색가 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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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것을 쉽고 재미있게 말해주는 정재승 교수

나에게 정재승 교수는 어려운 이야기를 쉽고 재밌게 잘 풀어서 이야기해주는 분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그래서 처음 강연 모음집인 '열두 발자국'이 출간되었다고 했을 때부터 기대를 했던 책이고, 역시나 단숨에 읽었다.


이 책은 10년간 수많은 강연을 했던 정재승 교수가 가장 많은 호응을 받았던 12개의 강연을 선별하여 다시 집필해서 묶어낸 책이다. 강의했던 내용을 묶어내서 그런지 책을 읽고 있음에도 마치 세바시 강연을 보는 것처럼 몰입이 잘 되었다.



인간에 대한 탐구는 언제나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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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영을 시작한 '알쓸신잡'의 새로운 시리즈인 '알쓸인잡'에서도 인간이라는 키워드를 다루고 있다. 소설가, 물리학자, 천문학자, 영화감독, 뮤지션, 법의학자가 모여 인간에 대해 하나의 질문을 던지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중에서도 나는 특히 김상욱 교수의 이야기가 흥미롭다. 정재승 교수의 '열두 발자국'이 재미있었던 것 역시 과학자가 인간이라는 존재를 바라보며 내놓는 해석이 내 머리로는 불가능에 가까운 영역이라 그런 것 같다. 인간에 대한 탐구는 파도 파도 끝도 없이 나오는 마르지 않는 샘물 같다.



뇌과학으로 보는 삶의 성찰과 미래의 기회

'열두 발자국'은 1,2부로 나뉘어 각각의 장에 6개의 강연이 나뉘어 있다. 1부는 '뇌과학에서 얻는 삶의 성찰'에 대한 내용이고 2부는 '미래의 기회'에 대한 이야기다.


열두 발자국, 아니 열두 이야기 모두 흥미롭지만, 그중에서 내가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것은 아래의 네 개 강연이다.


결핍 없이 욕망할 수 있는가
인간에게 놀이란 무엇인가
창의적인 사람들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혁명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결핍과 놀이가 인생에 미치는 영향

우리의 삶 속에 일어나는 일상적인 현상들이 뇌과학을 통해 해석되는 과정을 다루는 1부 중 가장 흥미롭게 읽은 두 가지 이야기는 결핍과 욕망에 대한 이야기놀이의 중요성이다.


이제 곧 사십 대에 접어드는 내가 올해부터 가장 집중하고자 하는 것은 현재다. 흘러간 과거에 질척대고, 아직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붙들고 집착하지 않고 현재를 사는 것.


그런 삶을 살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나의 욕망을 파악하는 일이다. 생각보다 우리는 지금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에 약하다. 이 챕터에서 정재승 교수는 욕망에 있어 필연적인 존재, 결핍에 대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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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된 욕망을 가지고 사는 것은 이것이 내 욕망이라고 착각하고 달려다가 동력을 잃어버리는 순간 감당할 수 없는 좌절을 경험하게 한다. 나 역시 이런 경험이 있다.

정재승 교수는 아이들이 본인이 원하는 욕망을 파악하기 위해 결핍을 허락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정말 심심하고 무료해서 스스로 재밌는 게 없을까 찾아다닐 수 있을 만큼.

다음 이야기인 '인간에게 놀이란 무엇인가'라는 이 결핍과 욕망이라는 키워드와 연결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에서 발표한 어린이 행복 선언을 보면 <마음껏 신나게 놀고 나면 행복해요. 놀 곳과 시간을 주세요>가 첫 번째 선언이다. 그만큼 인간에게 놀이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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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자발적인 방식으로 이뤄지는 자유로운 놀이가 중요한 것은 이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정재승 교수는 어른들에게도 놀이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다들 그런 경험 있지 않나. 친구들과 실없는 이야기를 주고 받다 갑자기 전구에 불이 켜지듯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경우. 혁신과 창의는 먼 곳에 있지 않다.


정재승 교수의 말처럼 우리는 스스로 '어떻게 놀 때 즐겁고 행복한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 마음속 놀이에 대한 욕망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강연이다.



새로운 시대를 받아들이는 자세

두 번째 장에서는 좀 더 미래와 관련된 강연들이 펼쳐지는데 그 첫 번째는 많은 책에서 다뤄지는 키워드인 '창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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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승 교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만들어지는 순간을 뇌과학적으로 풀면서 은유, 메타포에 대해 이야기한다. 실제 그도 글을 쓸 때 글의 주제와 관계없는 문학 서적을 뒤적이다 절묘한 비유를 찾을 때 오히려 글이 술술 풀리는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또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주워 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꾸준한 운동,

충분한 수면,

독서와 여행, 다양한 사람 만나기

결국 내 인생을 무료하게 흘려보내지 말고 세상이 제공하는 다양한 자극을 적절하게 누려야 한다는 뜻.

혁명에 대한 강연을 읽으면서 4차 산업혁명으로 갈음되는 여러 변화에 대해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 과학자의 입장에서 들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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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인잡'에 출연 중인 김상욱 교수가 직업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다른데 과학자들이 대체적으로 낙관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고 말한 적 있다. 나도 그 의견에 동의하는 바다.

'열두 발자국'을 읽으면서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 처음 4차 산업혁명, 사물 인터넷, 인공지능이라는 단어들이 들려오고,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겼을 때 마치 세상이 끝난 듯 체념하는 이들이 있었다. 절대 일어나면 안 될 일이 일어난 것처럼.

하지만 알파고가 등장하고 몇 년이 흐른 지금의 세상이 그 시절 비관론자들이 말한 세상처럼 비극적으로 바뀌진 않았다. 작가의 말대로 혁명은 '굉장히 느리게 천천히' 오는 편이니까.

나 역시 세상을 바라보는 기본적 자세가 비관적인 사람이다 보니 이렇게 긍정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 조금 안심이 되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정재승 교수는 '혁명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오기를 바라는 미래를 상상하는 능력에서 시작된다'라고 책에서 말한다. 아직 오지는 않았지만, 왔으면 하는 미래. 그런 세상을 꿈꾸는 것은 헛된 일이 아니다.

과학자들이 펼쳐내는 인간과 삶에 대한 탐험의 여정은 나에게 유쾌한 위로가 된다.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를 기억하고, 지금에 충실한 삶을 살며, 충분한 수면과 독서, 여행을 즐길 것! (그런 의미에서 1월 제주 여행을 잡은 나를 칭찬해 주고 싶다ㅋㅋ)

인간이라는 존재를 긍정하게 해주는 과학자들이여, 애정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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