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능동적인 휴식의 힘

오티움, 문요한

by 일상채색가 다림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을 쓴 양다솔 작가가 한 팟캐스트에 나와서 '어찌하면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을 가질 수 있나에 대해 이야기하다 이런 말을 했다.


저는 저만의 전통이 여러 개 있어요.



그녀가 가진 전통은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봄이 오면 봉숭아를 심는다.

여름이 되면 그 봉숭아를 따서 봉숭아물을 들인다.

여름엔 바질을 심어 바질 페스토를 만든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 자신에게 묻는다.


내 인생에 전통이라
불릴 만한 행위가 있는가?
남들이 보기에 무용해도
날 즐겁게 하는 것이 있는가?


없었다.


전통을 만들려면 내가 좋아하고 아끼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딱히 그런 게 책 읽는 것 말고는 없었다. 올해 2월, 이 팟캐스트를 듣고 2022년 한 해 동안 무용한 것을 이것저것 해보면서 나만의 전통을 만들어보기로 결심했었다. (그런 취지에서 매주 수요일마다 도예 수업을 듣기 시작했고, 대만족 하며 다니고 있다!) 문요한 작가의 <오티움>은 '나만의 전통 만들기'에 심취해 있던 그 시기에 지인이 추천해 줘서 읽게 된 책이다. 나에게 많은 영감을 준 책이라, 처음엔 빌려 읽었다가 구입까지 해서 여러 번 다시 읽었다.



오티움(Otium)

책 소개에 앞서 먼저 '오티움'이라는 단어의 뜻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오티움'이라는 단어는 라틴어로 크게 세 가지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여가, 은퇴 후 시간, 학예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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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이기도 한 문요한 작가는 꾸역꾸역 죽지 못해 살아가던 내담자들이 능동적인 여가 활동을 찾아 그 활동에서 주는 기쁨을 맛보고 그로 인해 활기를 되찾는 과정을 목격한다. 능동적 여가를 즐기는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한 뒤 쓴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나를 채우고 내가 주인공이 되어 살아가는 삶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다.



우리에게 오티움이 왜 필요한가

그렇다면, 왜 우리에게는 '내적 기쁨을 주는 능동적 여가 활동' 즉, 오티움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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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 부분을 읽으며 나의 부모님과 그 시대를 살아간 어른들을 떠올렸다. 가진 것 하나 없이 시작해 가족을 일군 수많은 부모님들은 이제 시간과 돈을 가졌음에도 자신의 여가 생활을 가꾸는 법을 모르는 분들이 많다.


나의 부모님도 마찬가지다. 이제 여가 생활을 충분히 즐길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있음에도 '해야 하는 일'로 하루를 채우지, '하고 싶은 일'을 하루 일과에 전혀 넣지 못하신다. 늘 행복을 미루며 살아왔기에 현재의 행복을 즐기지 못함은 물론이고, 행복을 즐겨본 적이 없어 미래의 행복도 갖지 못하는 삶.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오티움은 어른의 놀이

문요한 작가는 능동적 여가 생활에 대한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 어른들에게도 놀이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물론 여기서 쇼핑, 게임, 음식, 스포츠 관람, TV나 인터넷 서핑은 진정한 놀이가 아니라 '유사놀이'라고 말한다. 능동성과 창조성이 떨어지는 유희성 놀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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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아이들에게 놀이의 중요성은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어른이 되는 순간 놀이는 '비생산적이고 비효율적인 행위'로 전락하고, 허락되지 않는다. 작가는 행복의 감각을 되찾기 위해서는 반드시 어른에게도 놀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책에서 인용했듯, 실제 정신과 의사도 '놀지 못하는 상태에서 놀 수 있는 상태로 변화시키는 것'을 치유라 정의하기도 했다.



삶은 또다시 새로워진다

인생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여러 가지 위기를 마주한다. 그중 하나가 '중년의 위기'일 텐데, 오티움은 이 시기를 지날 때 큰 힘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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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의 전반부를 겉모습을 치장하는 데 사용한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끊임없이 앞을 보고 달려왔던 것 같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보다는 자신의 삶에 집중하고 싶다는 욕망이 일어나는 시기가 오게 된다. 그리고 그제야 돌아본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뭐지? 나는 어떤 취향을 가지고 있지?




취향이란 인간 그 자체다

취향의 사전적 정의는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이다. 나를 이루고 있는 내부의 세계를 만들어가려면 내 취향을 파악하는 것이 먼저인데, 말처럼 쉽지 않다. 알고리즘이라는 기술로 인해 우리는 내 고유의 취향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요즘 사람들이 주목하는 것에 자꾸 시선을 빼앗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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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요한 작가는 전 생애를 통해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왜 이것은 끌리고 저것은 싫은지' 질문하고 탐색하고 응답으로 심화하는 과정을 이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오티움은 난지행이다

작가는 2014년 안식년 여행을 거치며 행복은 아주 간명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내 영혼을 기쁘게 하는 활동'이 바로 행복이라는 것. 대자연 속에서 여행을 하며 느낀 행복을 일상에서도 찾기 위해 노력했고, 일상에서 무엇을 할 때 기쁨을 느끼는지를 유심히 관찰했다고 한다. <오티움>을 읽으며 능동적 여가 활동을 찾고 가꾸는 것이 생의 주도권 회복과 진정한 삶의 행복을 찾는 것의 첫걸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오티움은 '난지행'이라고 말한다. 이도가 있지만 속적인 복의 줄임말이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블루를 앓았다. 질병 자체가 주는 공포와 경제적 타격도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격리로 인해 주어진 많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몰라 어려움을 겪었다. 우리는 늘 시간과 돈을 핑계로 여가 활동을 우선순위에서 밀어낸다. 여가 활동을 뒤로 밀어낸다는 것은 결국 '나'를 마주하기를 거부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 내일이면 2023년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된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 각자의 난지행을 찾는 여행을 시작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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