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결정, 페터 비에리
2023년 계묘년을 시작하며
2023년 계묘년의 첫 번째 책 리뷰를 어떤 책으로 하면 좋을지 고민이 되었다. 한참 고민하다 작년 한 해 읽은 책 중 새해를 맞이하며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을 골라보았다. 망설임 없이 한 권이 떠올랐다. 이미 두 번을 읽었고, 필사를 하며 읽기도 했지만 한 해를 시작하며 한 번 더 읽고 싶은 책.
바로 페터 비에리 교수의 <자기 결정>이다.
작가 소개
페터 비에리 교수는 현존하는 독일 최고의 철학 분야 석학이라 불린다. 소설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작가이기도 하다. <자기 결정>은 페터 비에리의 '삶과 존엄' 3부작 중 두 번째 책이며 존엄성을 지키며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방식으로 '자기 결정'의 철학은 이야기한다.
이 책은 페터 비에리가 2011년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강연을 기록한 것으로,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철학의 가장 본질적인 질문에 대해 이야기한다. (출처: 교보문고)
자기 결정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이 책은 총 3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강연 내용을 책으로 옮긴 것인데, 분리된 이야기가 아닌 유기적으로 연결된 내용이다.
첫 번째 장에서 먼저 작가는 우리 삶에서 자기 결정권을 갖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설명한다.
페터 비에리는 자기 결정을 '자기 마음대로 사는 것이 아닌 규범의 틀 안에서 외부로부터 강제가 없는 삶'이라고 정의한다. '외부 세계의 압제에 맞서 내 삶을 스스로 지휘하는 것을 넘어 내 삶의 작가, 내 인생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다'라는 자아상을 가지고 있다. 작가는 그런 자아상과 우리의 삶이 조화롭게 어울리는 삶을 자기 결정적 삶이라고 말한다. 그 일체감을 이루기 위해 인간은 자기 인식의 과정을 거쳐야 하며, 우리가 제대로 알고 말로 표현하며 살고 있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기 결정적 삶을 살기 위해서는 우리가 삶에서 접하며 얻는 지식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작가는 문학이 자기 결정적 삶의 강력한 아군이라고 말한다.
올해 여러 가지 글을 써보면서 이 부분에 크게 공감했다. 내가 직접 겪은 사건이지만, 그 사건을 글로 써보는 것은 단순한 경험과 아주 큰 차이가 있었다. 사건에 파묻히지 않고 한 걸음 떨어져 나와 객관적 관찰이 가능해졌고, 그 과정 속에서 '내 목소리와 울림'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자기 인식은 왜 중요한가?
두 번째 장에서 페터 비에리는 자기 결정적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자기 인식의 과정에 대해 설명한다. 자기 인식에서 주체가 되는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확신과 희망, 욕구에 대한 확인인데 이런 질문에 명확한 대답을 하기 위해서는 '타인을 이해하려 할 때와 비슷한 시선'으로 나를 보아야 한다고 한다.
작가는 자기를 인식하는 것이 자신에 관해 결정하는 것의 한 형태라고 말하며 우리의 생각과 경험, 바람을 인식하는 작업은 각각 분리된 작업이 아니라 서로 의존하며 상호적으로 받쳐주는 여러 생각들의 복합체를 알게 되는 과정이라고 밝힌다.
감정과 소망을 인식하는 것에도 더 날카롭게 인식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는 내 욕구를 파악하는 것과도 연관이 될 것 같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을 '정확하게'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것. 새로운 인식이 기존에 인식된 것에 개입하며 자기 결정으로 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준다는 것이다. '인식되지 않은 것'을 '인식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자기 인식의 확장이다.
작가는 여기서 글쓰기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언급한다. 글을 쓰며 스스로를 알아가고 자신의 감정이 어떤 중심점을 두고 있는지 정확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만의 언어를 통해 어떠한 길을 밟으면서 살아왔는지 떠올려보기. 이 또한 자기 인식의 한 형태라고 한다. 작가는 우리에게 자기 인식이 필요한 이유를 '우리의 삶과 감정이 더 이상 서로 맞지 않을 때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 모두는 특정 시점에 내 삶이 내 욕구와 어긋나는 시기를 마주한다. 그럴 때 내 삶에 주도권을 가지고 방향성을 재정립하기 위해서는 작가가 말한 자기 인식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문화적 정체성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마지막 장은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방식으로 문화의 영향을 받는데 이것은 우리의 사고뿐만 아니라 감정, 소망과 행위의 지침이 되는 중요한 요소다.
단순히 신체적 조건만으로 '나'라는 사람은 구성되지 않는다. 문화적 조건도 구성 중 하나인데 작가는 문화적 조건의 만드는 기본적인 능력으로 언어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언어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서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 정한 일정한 규칙이므로, 언어에 대한 분명한 지식을 가지고 문맥을 이해하고 그 틀 안에서 내 목소리를 발전시키는 것은 문화적 정체성을 이뤄낸 것이라 말할 수 있겠다.
여러 번 읽고 써보면 좋은 책, 자기 결정
책 소제목에 적혀있듯 '행복하고 존엄한 삶은 내가 결정하는 삶'이다. 그리고 그 결정을 위해서는 반드시 먼저 나를 알아야 하는데, 이 책은 나를 알기 위해서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면 좋을지를 알려주는 가이드북이다.
<자기 결정>은 100페이지 미만의 얇은 책이지만, 한 장을 넘기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굉장히 밀도가 높은 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번 다시 읽어야 이 책의 진가를 느낄 수 있고, 특히 필사하면서 읽으면 더 좋은 책이기도 하다.
<자기 결정>과 함께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깊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추천한다. 내 삶의 주체는 나'임을 명확히 느끼면서, 행복하고 존엄한 삶을 누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