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해지지 않는 마음, 양다솔
양다솔을 만나고 온 밤엔 꼭 글을 쓰게 되었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순전히 이슬아 작가 덕분이다. 양다솔과 친한 친구인 그녀가 '양다솔을 만나고 온 밤엔 꼭 글을 쓰게 되었다. 양다솔과 친구가 아니었따면 결코 쓰지 못했을 문장들이 내 책엔 수두룩하다'라는 추천사를 남겼기 때문이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현 이십 대 여성의 목소리가 가득하다. 가난한 마음을 가진 나는 결코 가난해질 수 없는 풍요로운 마음을 지녔다는 여성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필요했다고 말하는 것이 조금 더 정확하겠다.
양다솔 작가의 첫 에세이집인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은 독립출판물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언리미티드 에디션에서 8시간 만에 완판 기록을 세운 뒤, 여러 독립서점 추천도서로 선정되고 10쇄 이상 팔린 독립출판물 <간지럼 태우기> 속 글과 '격일간다솔'에 연재된 글까지 그녀가 10년에 걸쳐 쓴 글들을 갈무리한 책이다. (출처: YES24)
기억에 새긴 풍요로운 그녀의 문장들
에세이집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다, 웃다, 먹먹하다 오만 난리 부르스를 떨면서 읽은 책은 참 오랜만이다. 삼십 대 후반 기혼 여성인 나에게 처음 양다솔 작가의 세계는 생소했다. 멋있긴 한데 한편으로는 처절하고 화려한 듯하면서 구질구질하고, 너무 행복할 것 같으면서도 불행했다. 처음엔 웃으면서 읽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눈물이 나기도 했다.
작가가 자신의 직장 생활을 곱씹는 장면이 그랬다. 처음엔 '그래, 그때는 나도 그랬지'라는 노친네스러운 마인드와 함께 별생각 없이 읽었다. 하지만 천천히 차를 우려내어 마시는 그녀의 모습을 상상하다가, 때론 정성스럽게 저녁을 차려 먹으며 내일의 죽어가는 나를 위로했던 그녀의 모습을 보며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헷갈리는 슬픔을 느꼈다.
가진 것이 많이 없는 이십 대 시절, 이제 막 성인이 된 사람들에게 사회는 많은 것을 요구한다. 석사 이상 학위에 경력 3~5년의 30대 미만 사원을 채용하는 공고처럼. 가고 싶지 않은 회사를 가고, 사회가 만든 견고한 격차를 체감하는 그 시기. 안 그래도 나를 알아갈 시간이 부족한 한국의 청년들은 그렇게 나 자신을 점차 잃어간다. 양다솔 작가는 그렇게 '내가 무너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대신 '나를 위해 세워낸 시간'을 가졌다.
눈을 뜨자마자 창밖으로 날씨를 확인할 것
방금까지 꾼 꿈들을 헤아려 볼 것
무슨 일이든 꼼지락거리며 손을 움직일 것
꾸준히 온몸을 흔들며 춤을 출 것
언제나처럼 밥 먹는 일을 세상에서 제일 중요시 할 것
비극과 희극을 넘나드는 그녀의 글은 가족 이야기를 풀어낼 때 빛을 발한다. 양다솔 작가가 대학교 1학년이 되던 해 그녀의 아빠는 스님이 되겠다고 선언하고 집을 나가버린다.
궁핍해진 사정으로 장학금을 받기 위한 신청서를 작성하며 그녀는 울었지만 이내 앵글을 달리하면 비극이 희극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신청서 위에서 죽어버렸을 수많은 희망의 순간'에 대해서 생각한다.
아빠의 출가 사건을 두고 그녀가 보여주는 객관화된 시선이 감탄을 자아낸다. 인생에 있어 큰 사건이 터졌을 때 그 사건을 대하는 시선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이십 대의 나는 사건에 매몰되어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작가는 하나의 사건을 여러 관점에서 바라보며 먼발치에서 둘러볼 줄 아는 능력이 있다.
작가가 엄마, 이모 혹은 할머니와 나누는 에피소드에 대한 글도 쫄깃하다. 아니 읽으면서 좀 울기도 했다.
과거를 살아온 사람들이 지금의 나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과거를 위해 애쓰는 모습은 항상 짠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양다솔처럼 살고 싶다
그 사람만의 고유한 무언가를 가진 사람에게는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 결국 그 고유함이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을 만드는 방식이 된다. 한참 이 책에 빠져있던 시기, 양다솔 작가가 팟캐스트 '책읽아웃'에 나와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Q: 많은 사람들이 '가난해지지 않는 마음'을 갖고 싶어 해요. 팁을 줄 수 있다면요?
A: 저는 많은 분들이 더 무용한 것을 사랑했으면 좋겠어요.
이걸 지금 읽어서 뭐해?
이걸 지금 해서 뭐해?
도대체 무슨 의미야 이게?
(희번뜩한 눈으로) 이런 게 제일 재밌어요. 무용한데 동시에 이거에 정성을 쏟는 게 하나도 아깝지 않을 것들요. 그런 것들이 내 인생을 만드는 것 같아요.
이런 대단한 진리를 이미 깨닫고 실천하는 그녀의 삶은 절대 가난해지지 않을 거라 믿는다. 가수 요조가 추천사에서 말한 것처럼 '무슨 일이 있어도 양다솔처럼 살고 싶다.' 상황이 어떠하든 인생은 쉼 없이 계속 흘러간다. 그 안에서 무너지지 않는 것은 온전히 내 몫이다. 그녀의 단단한 마음을 본받고 싶다.
고물가, 고유가 시대에 마음이라도 가난해지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