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사사키 후미오
대한민국을 휩쓴 미니멀리즘 열풍
언제부터였는지는 기억이 희미하다. 한동안 '미니멀리즘', '미니멀리스트'라는 단어가 화두였던 시기가 있었다. 너도나도 물건을 버리고 집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는 미니멀 라이프가 대중적 인기를 끌기 시작했을 때 곤도 마리에와 함께 늘 거론되는 책 중 하나였다.
정작 너도나도 미니멀 라이프를 꿈꿀 때는 관심이 그닥 없던 내가 이 책을 처음 읽은 것은 아이가 태어난 후였다. 남편과 나만 살던 집은 미니멀 라이프에 가까운 공간이었다. 아이가 태어난 순간 내 몸과 마음의 평화를 위해 끊임없이 물건을 사들이기 시작했고, 정신을 차려보니 '물건 때문에 숨을 쉴 수 없다'는 느낌이 오는 집이 되어버렸다.
작가도 처음부터 미니멀리스트는 아니었다
내가 이 책을 망설임 없이 읽은 것엔 작가가 처음부터 미니멀리스트가 아니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사사키 후미오 작가는 원래 작은 메모지 한 장도 못 버리는 성격이었다고 한다. 그랬던 그가 무슨 계기로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고 그것을 책으로 쓰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누구나 처음에는 미니멀리스트였다
작가는 '우리는 누구나 미니멀리스트였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생각해보면 태어나면서 손에 무언가를 쥐고 세상에 나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무것도 쥐지 않고 태어난 우리가 어쩌다 보니 물건을 소유하고, 소유를 넘어 집착하고 버리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는 것일까.
작가는 이 대목에서 여행을 예로 들어 물건에 우리가 어떻게 지배 당하는지 설명해 준다.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 캐리어에 다시 짐을 싸다 마구 헝클어지고 늘어난 짐 때문에 캐리어 정리가 안되어 짜증 났던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미니멀리즘의 선두주자들
미니멀리즘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바로 스티브 잡스다. 필수적 버튼만 가진 심플한 디자인을 고수하는 애플 제품들은 모두 그의 미니멀리즘적 성향을 담고 있다. 또한 테레사 수녀도 세상을 떠났을 때 남은 유품이 '낡은 사리와 카디건, 손가방과 닳은 샌들'이었고, 마하트마 간디의 방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는 왜 새로운 물건을 원하는가
작가는 우리가 계속 새로운 물건을 사려고 하는 습성이 익숙함이라는 감정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마치 수영복을 갈아입고 처음 수영장 물에 들어가면 조금 물이 차갑게 느껴지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물이 별로 차갑게 느껴지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고.
결국 마음이 문제였다. 남이 보기엔 충분히 괜찮고 좋은 물건이지만, 내가 싫증이 나면 그 물건의 수명은 다한 것이다. 아니, 다한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검색 창에 검색만 몇 번 넣으면 각종 SNS에서 내가 검색한 물건의 판매처를 내가 구매할 때까지 노출하며 소비를 유도한다. 그야말로 무한대의 소비를 부추기는 세상이다.
비움의 기술 대방출
작가는 거의 70페이지에 가까운 분량으로 '인생이 가벼워지는 비움의 기술'을 무려 55가지나 알려준다. 이 책에 나와있는 비움의 기술은 이후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는 많은 동영상과 강의, SNS로 인용되었다.
그 중 나에게 도움이 되었던 기술을 적어보면 아래와 같다.
버리지 못하는 이유를 확실히 파악하라
지금 당장 버려라
확실한 쓰레기부터 버려라
일 년간 사용하지 않은 물건은 버려라
물건씨의 집세까지 내지 마라
여분을 비축해두지 마라
마트를 창고로 생각하라
버릴까 말까 망설일 때 버려라
사복을 제복화하라 건
강할 때 인생 정리를 하라 미니멀리즘은 목적이 아닌 수단이다
물건을 줄이니 변화와 행복이 찾아왔다
책 4장에서는 사사키 후미오 작가가 미니멀리스트로 거듭난 뒤 인생에서 찾은 12가지 변화에 대해 이야기 한다. 주변이 간소해지니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되었고, 물건에 둘러싸여 살던 시절엔 죽어도 하기 싫던 청소를 즐겁게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언제든 간소한 물건만 가지고 쉽게 이사를 다닐 수 있으니 자유로워졌고, 남과 비교하지 않게 되었으며 집중력과 행동력이 높아지고 안전한 환경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한다. 실제 일본에서 미니멀리즘 열풍이 먼저 불었던 이유도 2014년 일어난 도쿄 대지진 이후였다고 한다.
행복은 마음이 결정한다
우리는 현재를 자주 잊는다. 이미 지나간 과거를 생각하며 후회하고,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멋대로 예측하며 사서 걱정을 한다. 작가는 행복은 '느끼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라는 시간에만 우리는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행복은 지금 이 순간 내가 느껴야 하는 것인데 작가는 물건을 줄이는 미니멀 라이프를 통해 지금 느끼는 일이 가능해졌다고 한다. 물건을 줄이면서 작가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결국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더 집중할 수 있었다고 한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등원한 뒤 틈틈이 집 정리를 시작했다. 빈틈없이 곳곳에 가득 찬 물건들에게 내 집을 빼앗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간 아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가정 보육 중이라 물건을 다 들어내고 정리하고 버릴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미룬 정리를 제대로 시작해보려고 한다.
우리 가족은 3~4년 뒤 배낭 하나씩만 들고 세계 여행을 떠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내 목표는 떠나기 전까지 가장 기본적인 살림살이만 남기고 불필요한 모든 짐을 정리한 뒤 떠나는 것이다. 아마 등 뒤에 배낭 하나만 메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다 보면 더 비우고 싶어지겠지. 그렇게 조금씩 가볍게, 자유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