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8월, 아이와 치앙마이에 2주 살기를 했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 아이는 잊혀질때쯤 한번씩 치앙마이에 다시 가고 싶다고 이야기 한다. 오늘 등원길에 문득 생각이 나서 물었다. 왜 엄마랑 여행을 가고 싶냐고.
"매일매일 수영해서 좋았어."
"또 좋았던 게 있어? 율이 기억에 남는?"
"음.. 나는 인천공항이 너무 좋아."
(만 4세가 공항 냄새를 알아버렸다 ^^;;)
"아~ 공항 냄새가 좋구나. 엄마도 엄청 좋아하지.. 또?"
"음.... 엄마랑 춤추고 노는게 너무 재밌었어."
내가? 춤을? 도대체 언제?
어린이집까지 운전을 하면서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내가 또 쓸데없이 양반기질이 있어서 술이 들어가지 않는 이상 가무를 하지 않는 사람인데 언제 내가 너랑 춤을 췄냐 싶어 집에 와서 사진첩을 뒤적거리다 알았다.
택시를 기다릴 때 혹은 가까운 거리를 걸어서 이동할 때, 더운 날씨에 투정 부릴 아이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자주 노래를 불러주었다. 때론 핸드폰으로 틀어놓고 불러주기도. 내가 노래를 부르면 아이는 노래에 맞춰 춤을 췄고, 그 모습이 귀여워 나도 덩달아 췄었더랬다. (아.. 나 술 없어도 춤 출수 있는 사람이네)
그 중에서도 유달리 즐거웠던 치앙마이 버전 동묘시장과 올드타운 밤거리를 정처없이 걷던 날의 사진이 남아있었다. (이래서 사진을 찍어야 한다. 결국 남는 건 사진이다.) 아이가 신나서 춤을 추면 지나가던 여행객도, 현지인들도 잠시 아이를 바라보며 즐거워했다. 그럼 아이는 사람들이 자길 바라봐주는 게 좋아서 더 신나게 추고... 어른인 나에게도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인데 아이도 그걸 기억하고 있었다.
아이가 어려서 아무것도 기억 못할 것이라는 생각은 어른들의 오만. 여행의 기억은 아이들의 핵심 기억으로 몸과 마음에 다 남는다는 것. 다시 한번 깨달았다.
아이와 더 자주 떠나야겠다.
그리고 일상에서도 자주 함께 춤추는 엄마가 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