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고 살아서 미안합니다

더 코브

by 일상채색가 다림

돌고래는 아이큐가 80나 된다고 한다. 인간으로 치면 4세 유아와 비슷한 지능이며 인간과 소통방식이 다른 거지 돌고래끼리 의사소통 수준이 인간과 흡사하며, 돌고래 언어에 사투리도 존재해서 서식하는 지역이 다를 경우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다고. 또한 돌고래는 자의식이 있는 동물 중 하나다. 이것은 내가 누구인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내가 어떤 환경에 있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인지한다는 것이다. 인간과 다를 바가 없다. (아니, 더 월등한 것 같다. 돌고래 평균 수명과 유사한 세월을 산 나는 아직도 내가 가끔 누군지, 뭘 원하는지 모르는데 말이다.)


또한 야생에서 사는 돌고래는 인간보다 나은 공동육아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모, 할머니 돌고래처럼 이미 출산과 육아 경험이 있는 돌고래들이 함께 아기 돌고래를 돌보며 육아 노하우를 전수한다고. 인간도 공동육아 시스템이 있었다. 30대 중반인 나 역시, 나의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나와 놀아주고 돌봐준 어른이 여러 명이었고 같은 동네에 사는 오빠, 누나, 동생들과 허물없이 우르르 몰려다니며 온종일 놀다가 해질 때쯤 집에 저녁밥 먹으러 갔던 기억이 있다.


또한 그들은 평균 수명이 40세로 꽤나 긴 세월을 살며 바다에서 하루에 65km까지도 움직일 수 있는 운동량이 괴물인 동물이다. 물론 이것은 바다에서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고 자라는 돌고래 기준이다.


수족관에서 자라는 돌고래의 경우 수명이 최대 10년을 넘기기 힘들고(한국 수족관에서 사는 돌고래의 경우 4년 정도 산다고 하니 수명이 무려 1/10로 줄어든 것이다) 임신을 하는 경우 갇힌 공간에서 사육당하며 보내는 스트레스로 인해(태어나도 고통의 연속인 게 홀로 있으니 함께 키워 줄 선배 돌고래들도 없고, 당연히 육아지식도 습득 불가, 진정한 독박육아월드가 열리는 것이다) 좋지 않은 상태로 출산을 하니, 건강한 돌고래가 태어나기 어렵다고 한다.


내가 가장 충격을 받은 건 돌고래쇼를 위한 훈련 방식이었다. 길들이기 쉬운 어린 아기 돌고래를 포획해서 무려 한 달간 굶긴 후 먹이를 주면서 돌고래쇼에서 우리가 보는 여러 스킬들을 가르친다고 한다. 내가 엄마가 되어서인지 아기 돌고래를 한 달을 굶긴다는 소리에 내 아이에게 감정이입이 돼서 뚜껑이 열렸다. 아니 금쪽같은 내 새끼 한 끼만 제대로 안 먹어도(이건 지가 안 먹는 건데도!) 엄마 마음이 바싹바싹 마르는데.. 한 달을 굶긴다고?


이걸로 모자라서 옆 나라 일본의 작은 어촌 마을에서는 매년 천마리 이상의 돌고래가 잔인하게 포획되어 팔려나가거나 죽임을 당하고 있는데(미개한 일본이라고 흥분하며 욕하기 이르다. 다이지 마을에서 불법 포획한 돌고래 수입국 중 하나가 우리나라) 그 잔인함의 정도가 대충 아래 화면과 같다.


방구석 1열 170화 - 더 코브

위 화면은 지난주 방구석 1열에서 방영한 ‘더 코브 - 슬픈 돌고래의 진실’이라는 다큐멘터리 화면을 캡처한 것이다. 화면 속 빨간 물이 보이는가? 저게 모두 숨구멍이 작살에 찔려 죽임을 당한 돌고래들의 몸에서 나온 피다.


처음 저 장면을 본 순간..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난 대단한 동물 애호가도 아니며, 싫어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좋아하지도 않는 정도의 거리를 두고 살아온 사람인데도 저 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도대체 동물에 대한 인간의 잔혹함은 어디까지인 걸까? 인간이라는 동물은 어디가 바닥인 걸까? 이쯤 되면 인간이라는 동물 내면에 존재하는 악마성에 대해 두손 두발 다 들고 싶다. 늘 이런 식이다. 너무 악랄하다 싶은 사건이 터지면 그보다 더한 사건으로 할 말을 잃게 한다.


사람과 똑같이 자의식이 있는 돌고래들이 날카로운 작살에 처참하게 찔려 죽어가면서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 내가 아무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는데 저런 처형식을 당했다면 죽으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인간은 단 한 번도 이 지구의 주인으로 ‘이 땅의 모든 다른 생명체들을 너희 마음대로 대하라’라고 허락받은 적이 없다. 성경에서도 함께 조화롭게 살라고 하지, 저렇게 필요 이상의 잔인한 방식으로 살육을 하고, 열악한 환경에 가두고,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학대하며 훈련시키라고 하지 않았다.


돌고래뿐만이 아니다. 이미 수많은 전문가들이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자 인간의 잔혹함을 제일 잘 보여주는 것이 ‘공장형 축산업’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공장형 축산업으로 인해 생기는 환경오염과 탄소 배출도 심각하지만 그 모든 과정에서 철저하게 동물의 권리는 파괴된다.


특히 나는 소에서 우유를 착취하는 방식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먼저 소를 강제로 임신을 시켜야 하는데, 소가 움직이지 못하게 묶은 상태로 사람이 손으로 인공 관을 소의 성기 안으로 집어넣어 임신을 시키는 것이다. 완벽한 강간이다. 그 이후는 더 잔인하다. 그렇게 태어난 송아지는 바로 어미와 분리당한다. 왜냐? 송아지가 먹고 커야 하는 우유를 인간이 먹어야 하니까. 그렇게 격리된 송아지는 성별에 따라 또다시 착취의 전철을 그대로 다시 밞는다. 그렇게 철저히 모든 권리가 박탈된 상태로 사육되니 소가 건강할 리가 없고, 많은 이들이 알고 있듯 그런 소들에겐 다량의 항생제가 투여된다. 그런 소고기를 우리가 먹었고, 먹고 있으며, 고기로 모자라 우유도 먹고, 온갖 유제품을 만들어서 또 먹는다.


나도 사실 몰랐다. 관심이 없었기에 축산업의 동물 학대 행위나 다이지 마을의 돌고래 학살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았다. 나에게 변화가 찾아온 것은 최근 몇 달간 점차 심해지는 내 몸의 어떠한 현상 때문이었다.


고기로 식사를 하면 속이 너무 더부룩하고 다음날 몸이 심하게 찌뿌둥했고, 무엇보다 배탈이 자주 났다. 소고기는 거의 백발백중 설사를 유발했고, 그나마 괜찮던 돼지고기와 닭고기도 종종 탈이 나서 화장실을 들락거리거나 배에 가스가 차서 하루 종일 배에서 꾸르륵거린다. 우유도 마찬가지다. 원래 그러지 않았는데 최근 들어 멋모르고 카페에서 라테를 마셨다가 된통 고생을 한 이후로 커피는 무조건 아메리카노만 마시고 있다.


그렇게 나는 비건 라이프와 비건식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와 관련된 책과 영상들을 틈틈이 찾아보고 있다. 사실 당장 비건식을 실천할 용기는 없다. 하지만 찾아보고 공부할수록 결국 내가 아니,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은 이쪽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전 글에도 썼듯이 비건식까지는 힘들더라도 탄소 배출량이 높은 소고기나 양고기는 먹지 않는다던가 하는 방식으로라도. 지구도 걱정이지만, 난 인간이 동물에게 이 정도까지 잔인한 방식으로 도축을 하고 모든 것을 착취한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우리가 그들보다 나은 것이 뭔가? 이미 우리는 ‘한낱 동물보다도 못한’ 짓을 하는 인간들을 너무 많이 보았다.


그래서 나는 지금부터 붉은 덩어리 고기를 먹지 않는 것부터 해보려 한다. 기존 식단에서 먼저 고기반찬만 빼는 것이다. 다행히 우리는 한식이라는 좋은 식습관을 가지고 있다. 또한 수많은 비건식 레시피들이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 차고 넘쳐난다. 심지어 간단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이다! 요리라면 학을 떼는 나도 ‘해볼 만 한데?’ 싶은 요리들이 많다니.. 좋은 세상이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지금부터라도 작은 것부터 하나씩.


하나씩 해보자.

난 할 수 있다. 우린 할 수 있다.


Dolphin image from Pixabay

방구석 1열 170화 캡처 by 딩크엄마

이번 글은 ‘아무튼 비건 - 김한민’ ‘바다, 우리가 사는 곳 - 핫핑크돌핀스’ 두 권의 책을 많이 참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