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때로는 큰 위로가 된다

‘밝은 밤 - 최은영’

by 일상채색가 다림

누구나 한 번쯤 눈물이 주는 개운함을 겪어본 적 있을 것이다. 내 마음속에 응어리진 한을 어떻게든 밖으로 쏟아내고 싶은데, 남에게 쏟아내긴 부끄럽고 담고 있자니 괴롭고. 그럴 때 일부러 눈물샘을 자극하는 책이나 영상을 보며 울어본 적 있는 사람이 설마 나 혼자는 아닐 거라 믿는다.


이 책을 그러려고 본 건 아니었다. 소설 부분 베스트셀러 도서들을 훑어보다가 책 표지가 예뻐서 충동적으로 구매한 책이다.


나를 눈물짓게 한 지점은 여러 곳이었고, 가슴이 뻐근해질 만큼 답답해지는 지점도 있었다. 이혼을 한 주인공에게 사람들이 이혼녀를 얼마나 우습게 보는지 아느냐며 남자는 ‘안 때리고, 바람 안 피우고, 도박 안 하면’ 상급이라는 말을 하는 친정엄마의 모습에 화도 나면서 동시에 서글펐다. 주인공의 증조모가 백정의 자식이라고 온갖 핍박을 받는 장면도, 딸을 낳아 죄인 취급받는 모습도 여러 번 비슷한 장면을 드라마나 책에서 봤음에도 볼 때마다 속이 허해진다.


대한민국의 여성들은 세대를 거치며 각기 다른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것 같다. 일본군에 잡혀가지 않기 위해 생판 모르는 남자와 혼인하여 개성으로 가는 딸에게 다음 생에 너의 딸로 태어나 못다 한 것 마저 해주겠다는 고조모부터 삶이 그저 To do list처럼 버겁기만 한 주인공까지.. 그들은 모두 가슴에 큰 상처를 하나씩 품고 살아간다.


하지만 시궁창 같은 현실 속에서도 세대를 아우르는 정신적 연대가 펼쳐진다. 서툴고 투박해서 때론 가슴에 생채기도 내지만, 결국 서로의 아픔을 끌어안는다. 그리고 하루하루를 살아낸다.


주인공 지연은 여러모로 힘든 상황에 처한 인물이고 삶에 대한 자세 역시 긍정적이거나 밝은 캐릭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강인하다. 그런 그녀의 강인함이 나에게 힘을 주었다. 지연이 할머니인 영옥을 만나 증조모 삼천과 새비 아주머니, 희자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인 미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으며 조금씩 마음의 깊은 상처를 회복할 때 나도 함께 힘을 내게 되었다.


개운하게 함께 울며 나에게 힘이 되어준 고마운 책. 그리고 잘 버티고 이겨낸 지연에게 제일 고맙다.


고마워, 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