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노키즈존을 너무나 지지했던 사람이었다.
아이는 그저 나에게 폐를 끼치는 성가신 존재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일련의 수련(?) 과정을 거치며 나의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이 세상의 모든 아이라는 존재에 대해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내 마음속 불편한 과거와 상처를 아무 잘못 없는 다른 아이들에게 돌렸으니 아주 비겁한 어른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노키즈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할 때마다, 선뜻 노키즈존은 잘못된 생각이야! 그딴 건 없어!라고 외치기는 좀 거시기했다. '아이가 성가신 존재인 건 맞잖아. 민폐인 것도 맞고, 타인의 공간과 시간을 침해하는 것도 맞는데, 무작정 봐달라고 하는 것이야말로 민폐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얼마 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율뽕이가 좀 더 자라서 나에게 이렇게 물으면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까?
엄마! 노키즈존이 왜 있는 거야? 왜 우리를 못 들어가게 해?
준비되지 않은 질문이다. 그러게 말이다. 왜 우리는 너희들을 못 들어가게 막을까? 그게 과연 옳은 것일까? 그저 지금의 어른 세대보다 좀 더 늦게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어떠한 공간을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 것이 과연 괜찮은 것인가?
모든 종류의 차별이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음에도 아이들은 아주 쉽게 자신들의 존재를 거부하는 장소를 마주할 수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노아줌마존, 노아가씨존, 노총각존, 노아재존은 없지만 노키즈존은 있으니까 말이다. 또한 특정 대상에 대한 혐오성 발언 중 가장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는 발언이 반려동물과 아이에 대한 혐오일 것이다. 과거의 나 또한 '난 애들이 싫어'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다녔으니까. 요즘은 반려동물의 포지션이 급격히 격상되어 아이들을 싫어할 수 있어도 동물을 혐오하는 발언은 다들 자제하는 분위기가 아닌가.
노키즈존을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려면 "노무개념부모존"이라고 부르는 게 맞을 듯싶다. 근데 나라에서 '당신은 개념 부모가 될 자격이 있어 이 자격증을 수여합니다'라고 자격증이라도 줘가지고 부모를 개념/무개념으로 나눠 QR코드라도 찍고 입장을 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고, 사업주가 손님 관상을 보고 '저 사람은 필히 무개념 부모일 상일세'라고 하며 출입을 막을 수도 없으니 애꿎은 아이들이 타깃이 되어 노키즈존이라고 불리게 된 것 같다.
뭐가 되었든지 간에 결국 이 또한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기본 매너가 없는 어른들의 잘못이다. 식당 테이블 위에 지 자식 똥오줌 기저귀를 놔두고 온다거나, 아이가 돌고래 소리를 내며 영업장을 무방비 상태로 활개 치고 다니게 내버려 둔다거나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 맞다. 하지만 이게 아이의 잘못인지, 그 아이의 보호자인 어른의 잘못인지는 정확히 구분했으면 한다.
내가 아이를 키우면서 느낀 것은 인간이라는 존재는 원래 성가시고 폐를 많이 끼치며, 정신 사나운 존재가 맞다. 날 때부터 어디를 가도 조용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음식이나 물을 쏟지 않으며, 안아달라고 칭얼거리지 않고 얌전하게 있는 아이는 단 한 명도 없다.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밖에서 난리를 친적이 없는 아이가 있다면 어서 방송국에 제보를..) 그저 그렇게 좌충우돌하며 자라는 와중에 어른들의 도움으로 공공장소에서 지켜야 할 예의범절을 배우며 자라는 것이 인간이라는 동물이다.
'노키즈존'이라는 말을 보고 철렁했다. 개인의 시간과 공간이 침해당하지 않을 권리를 내세우며 식당이나 카페에서 아이들 출입을 금한다는데 그 논리가 옹색하다. 우리는 누군가의 시공간을 침해하면서 어른이 됐다. 여전히 힘 있는 어른들은 자기보다 약한 자의 시공간을 임의로 강탈하면서 자기를 유지한다. 왜 아이들을 대상으로만 권리를 주장하는 걸까? 그래도 되니까 그럴 것이다. 나 역시 양육의 책임을 나누지 않는 어른(배우자)에게 가야 할 원망이 애꿎은 아이에 대한 부정으로 나타나곤 했으니까.
- 다가오는 말들, 은유 저
작가 은유는 인간 사회는 원래 민폐 사슬이며 인간은 나약한 존재기에 사회성을 갖는 것이고, 타인에게 기댐을 하지 않고 살 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폐 끼치는 상황을 두려워 말아야 하며, 공동체는 아이들을 군말 없이 품어야 한다고. 또한 이렇게 어릴 적부터 배제를 당하면서 자란 '키즈'들이 타자를 배제하는 어른이 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한다.
그렇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어른들의 잘못이다. 우리는 또 이렇게 좋지 않은 것을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있는 것이다. 이래놓고 나중에 '너는 왜 이렇게 배려심이 없냐' '너는 왜 너만 생각하고 남을 생각할 줄 모르냐' 라고 타박이나 안 주면 다행이다.
나중에 아이가 저렇게 질문을 한다면, 이렇게 대답해주려고 한다. 쓰다 보니 너무 옹색한 답변이네. 엄마가 네 말문이 트이는 동안 좀 더 생각을 다듬어 볼게.
미안해, 율뽕아.
노키즈존이라는 건 잘못된 말이야.
일부 몰상식한 어른들이 끼치는 피해를 아무 잘못이 없는 아이에게 탓하는 거야.
함께 하는 과정을 가르쳐도 모자랄 판에 서로 선을 긋는 모습을 보여줘서 미안해.
너희는 아무 잘못이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