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성의 추억

스페인 바르셀로나

by 일상채색가 다림

1852년 스페인에서 한 아이가 태어났어. 어릴 적부터 몸이 약했던 아이였지. 그 아이는 그림을 꽤나 잘 그리는 아이였대. 아이는 커서 바르셀로나라는 도시의 건축학교에 입학했고, 25살이 되던 해에 건축사 자격증을 땄대. 그 이후 여러 프로젝트를 수주받으며 건축가로 유명해지기 시작했어.


그리고 1883년, 그는 모든 것을 바쳐 한 성당을 설계하고 짓기 시작했어. 여러 가지 문제들이 생겨서 성당 짓기를 하는 동안 그는 많은 고생을 해야 했어. 그럼에도 그 건축가는 매일 아침 성당에 가서 미사를 드리는 것을 잊지 않았다고 해.


1926년 6월, 그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성당에서 미사를 드린 후 자신이 짓고 있던 성당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만 전차에 치여 크게 다치고 말았어. 행색이 남루했던 그 건축가를 전차 운전사는 알아보지 못했어. 집 없이 길을 떠돌아다니는 사람이라 생각해서 병원에도 데려가지 않았던 거야. 나중에 사람들이 그를 발견했고, 우여곡절 끝에 병원에 갔지만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했어. 모두가 그의 행색만 보고 치료를 거부해 버렸던 거야. 겨우 정신을 차린 건축가가 자신의 이름을 말했을 때, 그제야 모두가 놀라 그의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대. 결국 건축가는 사고를 당한 지 3일 뒤에 7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어. 평생의 염원이었던 성당을 미완성 상태로 남겨놓은 채 말이야.


이 이야기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의 이야기란다.


네가 엄마에게 오기 바로 몇 달 전, 바르셀로나에서 가우디가 완성하지 못하고 떠난 그 성당,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봤단다. 엄마가 갔을 때도 공사 중인 상태였지. 미완성 상태인 건축물이 그렇게 아름답기도 어려울 거야. 처음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본 순간을 엄마는 잊지 못한단다. 사실 엄마는 유럽에서 대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성당을 수도 없이 많이 봤거든. 하지만 그 성당은 뭔가 달랐어.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뜨거운 감정이 느껴졌단다.


엄마라면... 내 안의 모든 것, 세상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직 신만 바라보며 지독하고 정교하게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 엄마라면 그렇게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니, 한없이 부끄러워졌어. 엄청난 천재였고, 자연과 신을 사랑한 건축가가 이 지구에 남기고 간 최후의 작품. 어찌 위대하지 않을 수 있겠니. 엄마는 아마 가우디처럼 살 지 못할 거야. 엄마는 너무나 연약하고 내가 불편한 것을 참지 못하는 사람이거든.


그래서 였을까. 그날 엄마는 눈물이 많이 났단다.


이렇게 아름다운 건축물을 만들어 준 그에게 고마웠고, 이런 천재를 선물해 준 신께 고마웠어. 자연과 인간이 모두 행복할 수 있는 건축이 얼마든지 가능하고 동시에 우리의 눈이 즐거운 건축물이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어. 그리고 이 위대한 유산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바르셀로나 시민들의 노력을 보며 또 한 번 고마웠단다.


너와 완공된 천재 건축가의 마지막 성당을 보고 싶어. 성당 건너편 광장의 그늘진 돌벽에 걸터앉아 아름다운 바르셀로나의 하늘과 성당을 바라보고 싶어. 우리는 시원한 음료수를 마시고 있거나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겠지? 엄마가 2018년에 보았던 미완성 시절의 사진을 보며 완공된 모습과 비교해 보기도 할 거야. 그리고 성당 안으로 너의 손을 잡고 들어가서 엄마가 한참을 넋 놓고 바라본 햇빛에 반사된 스테인드글라스 조명을 볼 거야. 아마 너도 깜짝 놀랄 거야. 너의 눈만큼 깊고 아름다운 천장을 함께 볼 날이 어서 오기를 바라.





2021. 11. 13

너와 가보고 싶은 곳의 기록.


+ 아쉽게도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완공 시기는 2026년에서 더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함. 원기옥 모을 시간이 더 늘어난 것은 좋습니다만… 완공.. 하긴 할거지?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