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조인성은 없었지만..

인도네시아 발리

by 일상채색가 다림

때는 2004년, 한 드라마가 엄청난 인기였어. 네 명의 남녀가 각자의 사정으로 얽히게 되고, 그들이 처음 만나는 곳과 헤어지는 곳이 발리였던 드라마. 최고의 허니문 휴양지 중 한 곳이자 신들의 섬이라 불리는 발리지만, 드라마에서 발리라는 공간은 아주 비극적인 곳으로 그려져. 발리라는 곳이 너무나 아름답고 평화로워서 그들의 비극적인 인연이 더 극대화되어 보였는지도 몰라.


2006년, 내가 일 때문에 갔던 발리는 비극적인 순간이 더 많았어. 시작부터 쉽지 않았지. 6개월 치 짐이 들어있는 커다란 이민가방을 들고 신혼부부, 가족 단위 여행객들 사이로 나 홀로 공항에 도착했을 때부터 이 여정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렇게 온종일 덥고 습하고, 이따금씩 폭우가 쏟아지는 발리의 날씨는 처음 겪어보는 것이라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았어.


엎친데 덮친 격으로 엄마는 '물갈이'라는 것을 호되게 경험했단다. 먹는 족족 전부 위, 아래를 가리지 않고 몸 밖으로 배출이 되는데.... 정말 견딜 수가 없었단다. 엄마가 일했던 회사 동료를 제외하면 영어도 잘 통하지 않아, 물도 제대로 마시지 못하고 며칠을 누워 있어야 했지. 어찌어찌 도움을 청해 동료의 차를 타고 갔던 병원은 여기가 병원이 맞긴 한 건지 의심스러웠어. 의사가 먹으라고 약을 주긴 했는데 약을 먹어도 아무런 차도가 없었어.


엄마는 발리에서 머무는 6개월 동안 수시로 몸이 고장 났어. 몸이 고장 나니, 마음도 같이 고장 난 다는 게 문제였어. 마음이 한번 고장 나기 시작하면, 그곳에 대한 정이 떨어지는 건 시간문제였거든. 인턴십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갈 날만 손꼽아 기다렸단다.


그리고 꽤 오랜 시간이 흘러 엄마는 다시 발리에 갔어. 이번에는 쉬기 위해서 갔어. 평화로운 신들의 섬을 제대로 즐겨보려고 말이야. 그제야 엄마는 2006년에 보지 못한 발리라는 곳이 주는 매력에 빠져들었단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손짓, 발짓을 동원해 나를 도와주려 하던 발리 사람들의 순박함을, 아침마다 정성스럽게 신께 봉양을 하던 그들의 신실함을, 수많은 여행자들의 안식처가 되고 세계문화유산과 아름다운 예술품이 가득한 발리섬의 황홀함을 말이야.


물론 그곳에서 엄마는 드라마 속 여주인공처럼 잘생긴 데다 돈까지 많은 남자를 보진 못했지만,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느긋하게 먹고, 쉬고, 내 몸을 사랑해주는 경험을 했어.


너에게 먹는 행복, 쉬는 행복, 그리고 스스로를 사랑하는 행복을 느끼게 해 줄 곳은 어디가 될지 궁금해. 먼저 엄마가 너에게 만들어준 우리 집. 여기가 너에게 안식을 주는 공간이 되어주길 바라.


네 스스로 찾아낼 너만의 Comfort Zone은 어디가 될까. 빛나는 너와 잘 어울릴 그곳에 나중에 엄마도 꼭 초대해 주렴.





2021. 11. 17

너와 가보고 싶은 곳의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