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베프는 아니야

미국 뉴욕

by 일상채색가 다림
Start spreading the news, I'm leaving today
I want to be a part of it, New York, New York
- Frank Sinatra "Theme from New York, New York"


솔직히 말하면 그곳의 일부분이 되고 싶지는 않았어.

아주 매력적이지. 소중하고 아름다운 도시야.

하지만 나에게는 딱 맞는 옷이 아니었다고 표현하면 될까.


나에게 있어 뉴욕은 매끈하게 몸에 딱 맞는, 내 몸을 곧고 날렵하게 보여주면서도 허리와 배, 엉덩이를 불편하게 하지 않고, 오래 입어도 질리지 않는 블랙 원피스 같은 느낌이었어. 내가 뉴욕에 갔을 때, 나는 원피스를 입을 준비가 되지 않은, 아니 입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서 이걸 어떻게 입어야 하나 허둥지둥하고 있었어. 그냥 용감하게 '한번 입어나 보자' 하고 쓰윽 걸쳐 입었어도 되었을 텐데 말이야.


처음 일주일은 혼란스러웠단다.


12시간 가까이 걸린 비행시간 내내 잠을 자지 못한 나는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내리 반나절 이상을 잠을 잤어. 너무 오래 자는 나를 보고 숙소 주인이 '저 사람을 깨워야 하나' 걱정할 정도로 말이야. 덕분에 한방에 시차 적응에 성공했어. 볼 것도 많고, 먹을 것도 많고, 할 것도 많았지만 뭔가 내가 보고 싶었던 뉴욕의 모습은 이런 것이 아니었어. 나만 이 도시에서 겉돌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지. 게다가 더운 바깥 날씨와 오들오들 떨릴 정도로 강력한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실내 공간을 왔다 갔다 하면서 호되게 걸린 감기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어.


원피스가 너무 예뻐서 샀는데 '오메, 내가 이걸 왜 샀지?!'라고 자책하며 며칠을 흘려보내고, 점차 뉴욕의 공기에 적응하기 시작하자, 비로소 이 도시가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어.


엄마가 가장 좋았던 것은 뉴욕의 크고 작은 공원들이야. 관광지로 유명한 센트럴 파크나 브라이언트 파크, 유니온 스퀘어 파크 같은 곳도 좋았지만 길을 걷다 보면 언제든지 나타나는 이름 모를 작은 공원들은 나에게 '이제 마음 편히 이곳을 즐겨 봐!'라고 말하는 것 같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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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공원에서 만난 수많은 뉴욕의 사람들. 머리부터 발끝까지 멋스럽게 꾸민 직장인,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온 할머니, 커다란 책가방을 메고 이어폰을 꽂은 채 하염없이 앉아 책을 보던 젊은 학생.. 모든 이들이 멋진 이 도시의 퍼즐 한 조각이었지. 그들이 모여 이 도시를 완벽하게 꾸며주고 있었어.


네가 좀 더 커서 많은 사람들을 사귀다 보면, 저 사람은 멋진 사람이지만 나와는 마음을 깊게 나누는 친구가 될 것 같지는 못한 사람을 만나게 될 거야. 엄마에게 뉴욕은 그런 곳이었어. 엄마의 베스트 프렌드는 아니지만 좋은 사람이라고 너에게 소개해주고 싶어. 뉴욕이라는 퍼즐의 한 조각이 될 순 없지만, 감상하는 것은 아주 즐거운 일이었어.


너는 뉴욕과 어떤 관계를 맺게 될까?

너는 어떤 도시와 베스트 프렌드가 될까?


네가 너에게 딱 맞는 베프를 찾아가는 신나는 여정, 엄마가 늘 응원해.





2021. 11. 14

너와 가보고 싶은 곳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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