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12일
방콕에서 레알 방콕을 하고 지내던 날이었다.
어느 날 누군가 우리 ‘피마이’나 가자라고 했고 그렇게 우리는 피마이로 갔다.
방콕에서 동쪽으로, 이싼 지방의 입구쯤.
작은 앙코르와트로 알려진 곳인데 유적지와 그 앞의 시장이 전부인 곳이었다.
거기에서 뭘 봤는지 뭘 했는지 아무것도 기억은 안나지만
그냥 가끔 그 공터 비슷하게 헛헛하던 피마이 시장에 노을지던 모습이 떠오른다.
태국의 동쪽끝에 우본라차타니라는 지역이 있다.
기억나는 거라곤 매일 밤, 세상이 끝날 것 처럼 내리던 비와 숙소 양철 지붕으로 떨어지던 엄청난 빗소리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이면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말갛던 하늘과 땅
이 곳엔 Pha taem 국립공원이 있는데 선사시대 벽화가 있다. 교과서인줄…
풍광이 진짜 아름다웠지만 20년전이라 잘 생각이 안남.
우본라차타니에서 총멕 국경을 넘으면 라오스의 빡세에 도착한다.
라오스 남부로 가는 관문인데 거기서 시판돈이 있는 메콩강 지역으로 이동하게 된다.
빡세의 기억은… 문신 잔뜩한 히피 노인들이 시끄럽게 맥주를 마시고 있었던 장면 정도
우연찮게 한국인 여행자를 만나서 뭔지 모를 맛있는 음식을 먹었던 것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곳을 어떻게 찾아갔는지도 의문이다.
핸드폰은 커녕 여행중에 인터넷도 못하던 시절이었고 저런 지역은 정보 조차 거의 없었는데.
시-4
판-1000
돈-섬,
사천개의 섬이라는 뜻.
나는 사천개의 섬중에 돈뎃에서 머물렀는데 전기가 안들어오는 곳이어서 촛불켜고 있다가 저녁 7시도 안되서 강제 취침해야했다.
정말 할거리라곤 1도 없는 곳이었다.
메콩강에는 민물 돌고래가 있어서 돌고래 구경을 갔고, 카약도 탔던 것 같다.
해먹에 누워 책을 읽으면 멀미가 나서 어지러웠다.
지금은 와이파이 쌩쌩 터지겠지?
나는 사이판에 가기전까지 바다나 섬에 특별히 관심이 없었다.
저가항공 같은 건 없었고 왠만한 지역은 열시간씩 버스타고 다니는게 일상이었기에
섬에 간다는건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꽤나 복잡한 일이었기 떄문이다.
장기여행자에겐 번거롭지만 끽해야 2-3주 휴가밖에 못가는 직장인에겐 섬만한 곳이 없음.
오랜만에 생각나서 태국 지도를 보는데 설레는 지명이 많았다.
농카이, 우돈타니, 콘껜, 나콘라차시마, 뿌리람, 시사껫, 암낫짜룬, 묵다한…
버스를 타고, 걸어서, 썽태우를 타고 누비던 태국의 온갖 길들이 갑자기 그립다.
그렇다고 엄청 가고싶은건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