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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희 Mar 28. 2023

변호사 워킹맘 다이어리

- 어린이집 적응일지

변호사 워킹맘 다이어리 – 정신없는 지방 출장     

이번 주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연달아 잡혀 있었던 지방 출장 때문이다. 시흥에서부터 포항까지, 입회와 재판 일정 등으로 여기저기를 쏘다니느라 그야말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워킹맘에게 지방 출장은 마치 ‘비상 상황’과도 같다. 평상시와 같은 시간에 집에 복귀해서 아이를 돌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빵꾸(?)난 시간에 아이를 돌봐줄 수 있는 분이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하고, 그때마다 늘 송구스러운 죄인의 심정이 된다. 이번에도 역시 부담을 한가득 안고 KTX에 올랐다.      


기차에서는 많은 것을 할 수가 없다. 다른 승객들을 위해 오랜 시간 통화를 자유롭게 할 수도 없고, 문서 작업이나 서류 검토도 아무래도 자유롭지가 않다. 어쩔 수 없이 일이 ‘일시정지’ 하는 상황에 놓여지게 되는 것이다. 사실 나는 그래서 기차 타는 시간을 좋아한다. 워킹맘이란 얼마나 고된 직업인가- 일과 육아, 가사 등으로 늘 복잡스럽고 쫓기는 듯한 시간을 보내다가 멍-때릴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선물을 받는 것 같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덧 봄이었다. 창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이 싱그러웠다. 온전히 나만을 생각하며 멍-한 시간을 갖겠다던 나였지만, ‘이런 날 아기랑 같이 나들이를 가면 참 좋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오늘 재판에서의 변론은 어떤 부분을 특히 효과적으로 강조해야 할까’ - 일 생각도 당연 빠지지 않았다. 나는야 정말이지 어쩔 수 없는 충실한 워킹맘인가보다.      






2. 어린이집 적응일지 – 어린이집 옮기기 이후 어린이집 버스 적응 중      

  

어린이집 옮기기 이후 이제 한 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문 앞에서 늘 눈물을 터뜨리던 아이는 이제 신발을 벗고 정신없이 뛰어 들어가느라 바쁘다. 근심 가득한 표정들이 보여지던 키즈노트 사진첩에는 이제 해맑게 웃고 있는 아기의 사진들이 꽉-차있다. 배 볼록 발레복을 입고 빙그르르 돌고 있는 모습과, 친구들과 똑같은 단체복을 입고 산 둘레길을 씩씩하게 산책하는 아기의 모습이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다. 어린이집 옮기기와 어린이집 적응으로 걱정이 많았는데 정말이지 다행인 부분이었다.     


이제 마지막 관문이 남았다. 어린이집 버스 적응 문제이다. 4월이 되기 전에 버스를 타고 등하원을 할 수 있도록 적응을 꼭 시켜야 하는 상황이었다. 직접 데려다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워킹맘에겐 허락되지 않은 자유다.      


‘노랑 버스는 우리 아가만 탈 수 있어. 엄마도 타고 싶은데, 정말 부럽다 우리 아가, 정말 멋져!’     


아기에게 수도 없이 말해줬지만, 막상 버스를 타고 엄마와 떨어지는 아기의 마음이 쉽지만은 않을 것임을 잘 안다. 하원하는 버스에서 먼저 내리는 친구 엄마에게 자기도 데려가달라며 눈물을 보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회사에서 눈가가 시큼해졌다. 


그래도 오늘 아침에는 처음으로 울지 않고 웃으며 어린이집 버스를 탔다.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는 중인 것 같다. 따스한 4월이 되면 분명 어린이집 버스를 타는 아기의 얼굴에 더욱 웃음이 가득해지리라고 믿는다. 


우리 딸 파이팅, 워킹맘인 나도 파이팅     


언제나 너를 응원해 아가!



– 변호사 워킹맘의 3월의 어린이집 적응일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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