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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희 Jan 20. 2023

'더글로리'보다 더 잔혹한 현실, 학폭 변호사의 시선

얼마 전 대구의 한 모텔에서, 중학생들이 동급생의 옷을 벗기는 등 가해행위를 하며 그 모습을 SNS를 통해 생중계한 사건이 있었다. 대구 학폭 가해학생들은 피해학생인 동급생의 옷을 벗겼을 뿐만 아니라 피해학생을 때리는 장면까지를 라이브로 방송하고 또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 대구 학폭 가해학생들에 대한 경찰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학교폭력 피해자의 처절한 복수 이야기를 담은 학교폭력 드라마 ‘더글로리’의 인기가 계속되고 있다. 고데기와 다리미로 친구의 살점을 지지고, 이런 모습을 깔깔대며 즐거워하는 학교폭력 가해학생들의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고 있는 듯 하다. 실제로 이 정도 수준의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인지, 더글로리라는 학교폭력 드라마는 과연 실화를 모티브로 하고 있는지 등과 관련하여, ‘고데기 학교폭력’, ‘다리미 학교폭력’ 등의 검색량까지도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더글로리에 등장한 ‘고데기 온도체크’ 장면은 청주에서 있었던 여중생 학교폭력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는 것 같다는 보도들이 쏟아져 나왔다. 당시 가해학생들은 피해학생의 고데기로 인한 화상 상처가 미처 아물기도 전, 상처 위에 앉은 딱지를 손으로 떼내면서까지 피해학생을 지속적으로 고통스럽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글로리에는 학폭 피해자 문동은이 소리 지르는 것을 막기 위해 가해자가 강제로 입맞춤을 하면서 입막음을 하는 소름돋는 장면이 나왔다. 이 장면은 마치 대구 학폭 사건에서 가해자들이 동급생의 나체에 음식을 올려 놓고 먹었다는 것과 그 맥락을 같이 하고 있는 듯 하다. 학교폭력 드라마인 더글로리보다 더욱 잔혹한 현실이 실제 학교현장에서도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포털 사이트에 ‘학교폭력’이라는 키워드로 조금만 검색을 더 해보면, 최근 문제된 대구 학폭, 대구 동급생 학폭 같은 성 사안 뿐만 아니라 폭력 사태, 따돌림 등 각종 충격적인 사건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생각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학폭 피해자 문동은은 자신의 온 생을 걸어 학폭 가해자들에 대한 복수를 준비했다. 초등학교 교사라는 특정 직업을 선택한 이유도, 과외를 하며 악착같이 돈을 모았던 이유도, 앞으로 살아갈 동네를 선택한 이유까지도. 삶의 모든 이유가 학폭 가해자들에 대한 복수에 그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도무지 잊을 수 없는 끔찍한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그 정신적인 트라우마는 분명 살면서 끊임없이 치유 받아야 할 부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사건이 있었던 그 때이 아이의 고통을 제대로 바라보고 이해해줄 사람들이 조금만 더 많았더라면또 당시 학폭 가해자들이 자신의 행동에 대한 합당한 처분이라도 받을 수 있었다면문동은은 가해학생들을 위한 복수에 들였던 시간을 온전히 자신의 상처를 아물게 하고또 치유하는데 사용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내 행복을 위한 선택을 온전히 할 수 없는 상황에까지 놓이게 되었다는 것주어진 시간을 온전히 나만을 위해 쓰지 못한 채 복수에 들여야 하는 상황에까지 처하게 되었다는 것이 더글로리 주인공 문동은을 생각하면서 가장 마음 아프게 생각되는 부분이었다     




오늘도 학폭 변호사이자 학폭위 위원장으로서 학폭심의위원회에 다녀왔다. 학폭심의위원회가 늦은 시간까지 계속되는 바람에 늦은 밤이 되어서야 겨우 집에 도착했다. 







오늘 나는 과연 사건의 진실을 제대로 바라보고 이해했을까.
늘 최선을 다해 정성껏 심의에 임하지만.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학생들의 아픔이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부디 학생들이 학폭 사건으로 인한 고통에서 벗어나, 앞으로의 시간을 스스로를 위하는 일에 온전히 사용할 수 있게 되기를,
학폭 변호사로서의 책임감을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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