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시작으로 다양한 법정 드라마가 소개되었다. 인기 있었던 드라마의 영향 때문인지 요즘 들어 미래에 "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된다. 이런 학생들을 위해 나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다.
학생 시절의 나는 어떤 과로 대학을 진학해야 할지 고민해본 적이 없다. 당연히 법학과에 진학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별한 목표나 원대한 꿈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재잘재잘 수다쟁이었던 나는 모든 가족들로부터 ‘미래 변호사가 되면 딱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수다 떨기를 좋아한다고 변호사가 어울리는 것은 아닌데... 어찌 되었던 주입식 교육이란 이렇게나 무섭다.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로부터 학생 시절 내내 변호사가 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줄곧- 들으며 자란 탓에, 진로를 고민할 틈이 없었다. 순진한 학생(?)이었던 나는 결국 가족들의 권유로 법대에 진학했고, 친구 따라 강남간다고. 그저 친구들과 함께 과정을 밟아나가다보니 어쩌다 변호사가 되었다.
생각 없이 직업을 선택한 죄(?) 때문일까. 변호사가 된 이후부터 나는 엄청난 심적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어려움들은 모두 변호사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어떤 자질이 있으면 좋은지 등에 대한 아무런 이해 없이 일을 시작한 데서 비롯하는 것 같다.
변호사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를 하고, 사람들을 설득하는 이야기를 해야할 때도 많다. 새로운 의뢰인, 새로운 사건, 새로운 상황, 새로운 지역 등낯선 상황에 마주하는 일도 일상이다. 송무 변호사의 경우 낮에는 회의와 재판 출석을 해야 하기에, 법원에 제출할 서면을 작성하는 일은 업무 시간 외에 하게 된다. 야근이 일상이 된다는 점에서 변호사란 많은 체력을 요구하는 직업이기도 하다. 서면 중심의 재판이 이루어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글 쓰는 일로 업무 시간의 절반 이상을 보내게 되기도 한다(수다쟁이라고 해서 변호사가 어울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mbti 검사에서 늘 내향형(I) 사람이라는 결과가 나오는, 부실한 체력의 소유자인 나는 이런 변호사 직업의 특수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탓에 처음에는 많이 당황스러웠다. 물론 8년차 변호사인 지금은 익숙해지고 노련해진 부분들이지만, 저년차 시절 겪었던 심적 어려움이 꽤 상당했기 때문에, 나는 학교에 미래 변호사를 위한 진로특강을 나갈 때마다, ‘스스로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강조해서 하곤 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주절주절 했지만, 미래 변호사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몇 가지 이야기를 정리해보자면 아래와 같다.
1. 변호사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일한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 듣는 일을 좋아한다면, 미래 변호사 직업에 대해 굉장히 긍정적으로 생각해봐도 좋겠다(물론 변호사 일은 다양하기 때문에 내향적인 사람도 변호사로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걱정하지 말 것)
2. 변호사는 말하는 일도 많지만, 글 쓰는 시간도 아주 많다. 일기 같은 글이라도 자주 써보면서 생각을 글로 옮기는 연습을 해두면 반드시 도움이 된다.
3. 변호사 직업은 체력이 필수다. 체력관리에 신경을 기울이자.
4. 오랜 시간 많은 양의 공부를 해야하기 때문에, 이 모든 과정을 견디기 위해서라도 ‘나는 왜 변호사가 하고 싶은가?’, ‘변호사가 하는 일은 나의 성향에 맞는 일들인가?’ 등 스스로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