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던 나를 찾게 해준 연애
“ 연애하니까 나도 모르는 내 성격이 나오더라. “
최근 밥 먹다 문득, 남자 지인이 내게 한 말이다. 적게는 20년, 길게는 30년, 40년 동안 몰랐던 내 성격을 한순간에 알게 되는 순간이 바로 연애할 때다. 나도 청소년기에는 내가 남자 때문에 울게 될 줄은 몰랐다. 헤어지자 하면 헤어지면 되고, 좋아하면 좋아한다 말하면 되는 이 간단한 것에 왜 울고 웃는단 말인가. 그러나 세상 누구보다 가장 구질구질하게 울고 매달린 과거가 있음을 고백한다. 그런데 역으로 그 흑역사 덕분에 나도 나에 대해 더 잘 알게 됐다면 비겁한 변명일까.
어렸을 때부터 언제나 핑크로 치장해왔던 내 모습에 늘 별명은 핑크, 핫핑크, 핑크돌이 등등이었다. 그런 내 모습에 할머니가 되서 핑크 할머니로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오는 것 아니나며 반 농담 반 진담하던 지인들이 있을 정도로 내 일생 핑크를 사모해왔다. 영원할 줄 알았던, 변하지 않을 줄 알았던 내 핑크 사모 인생.
변했다. 이젠 핑크보다 청록색이 좋다. 청록색은 영어로 Blue Green. 완벽히 초록에 속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딱 파랑이라고 보여지는 색도 아니다. 그 경계 어디에 미묘하게 걸쳐있는 색. 딱 떨어지지 않는 그런 푸르스름한 컬러가 끌린다.
남자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도 그렇다. 어렸을 적엔 나와 생각이 같아 척하면 척 통하는 그런 남자를 꿈꿨다. 내가 한마디만해도 열마디를 이해하는,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은 남자. 그런 남자를 만나면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수없이 연애를 실패하며 깨닫게 된 것은 세상에 나와 같은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다는 사실이다.
동양사상에 음양 오행이라는 것이 있다. 음과 양, 땅이 있으면 하늘이 있고, 달이 있으면 태양이 있다는 뜻이다. 나와 같은 사람을 만나서 서로 같은 것으로 기뻐도 하지만 같은 것 때문에 상처받진 않았을까. 그래서 정반대의 사람에게도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사람과 5년을 사귀게 된다.
항상 내 마음을 너무 잘 안다고 생각하지 말자. 사실 나도 모르는 내면의 또다른 내가 있을지도 모른다.
“난 절대 ㅇㅇ 사람만 좋아. "
“난 ㅇㅇㅇ 아니면 싫어 .”
이런 프레임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상대를 찾고 만나보자. 생각보다 더 좋은 인연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네이버 연애결혼 연애학개론에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