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장수 연애의 비결
노랑(Yellow) 만큼 동서양의 인식이 판이한 색이 또 있을까. 한국에서 노랑이라 하면 어린이, 유치원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긍정적이다, 밝은 느낌이라는 것이 한국에서 노랑에 대한 뉘앙스다. 그렇다면 서양에서도 노랑은 긍정의 의미로 통할까?
노랑은 서양에서 부정적 의미를 가지는 색 중 하나다. A yellow look 샘이나는 표정 이라는 표현도 있으며 yellow 단어 그 자체로 겁이 많고 소심하다는 뜻도 가지고 있다. 겁보, 질투, 비열 등의 좋지않은 이미지다. 또 선정적인 기사를 싣는 언론의 행태를 yellow journalism 황색저널리즘이라 일컫는다. 신문의 인기만화 노란꼬마(Yellow Kid) 의 신문사들의 영입전쟁에서 시작된 이 용어는 시작은 노랑의 역사와 상관없었으나 노랑의 부정적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에 한몫했다.
문화권에 따라 색은 의미가 순수하고 밝은 어린아이에서 겁이 많고 질투심 많은 이미지로 바뀔 수 있다. 그런데 한국사람인 내가 떠올리는 노랑과 미국인이 떠올리는 노랑은 같은 노란색이 맞을까? 노랑도 레몬옐로, 개나리색, 갬부지, 머스타드, 허니 등 수많은 카테고리가 존재한다. 도대체 어떤 노랑을 말하는 것인가부터 밝혀내야 한다.
뉴욕하면 떠오르는 것은 Yellow Cab, 노란택시다. 그런데 뉴욕에서 노란택시를 아무리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뉴욕 여행 이틀째 되는 날에서야 옐로우 캡이 뭔지 알 수 있었다. 택시 옆문에 I ❤️ NY 를 보지 못했다면 나는 영영 뉴욕 택시를 알아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게 yellow 라고?” 내가 처음 뉴욕택시를 보고 든 생각이었다. 서울 택시의 꽃담황토색이랑 비슷해보였다. 그렇다. 내눈엔 황토나 오렌지색으로 보였다. 한국에서 노랑이란, 거기서 조금 더 붉은기를 빼야 한다.
컬러연구소 팬톤의 수장, 리트먼즈 와이즈먼은 2015 팬톤 트렌드컬러쇼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간의 기억은 왜곡되기 쉽다. 그래서 정확히 어떤 컬러인지 설명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사물, 사진 등을 제시해야 한다.” 같은 노랑(yellow)을 말하지만 실상은 다른 색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 마치 뉴욕의 옐로우와 한국의 노랑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 이 간극을 줄여주기 위해 팬톤이 탄생했다. 디자인, 건축 등 컬러를 쓰는 업계에서는 팬톤이라는 공통언어를 활용해서 소통한다. ’밝은 노랑으로 칠해주세요’ 가 아닌, ‘Pantone 101UP’ 로 칠해주세요 라고 해야 드디어 같은 컬러를 마주할 수 있게 된다.
말도 컬러와 다르지 않다. 같은 표현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인다. 어떤 이들 사이에선 욕도 친근함의 표현이지만 친분이 없는 사이에선 어림없다. 누구나 그렇듯 우리 커플 또한 많은 세계대전을 치루었다. 뭐든지 정반대인 우리가 싸우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다. MBTI 유형 중 ENTP 와 ISFJ 커플이니 알만 하지 않나. 우리의 가장 큰 싸움 중 하나는 전화통화였다. 전화로 싸우던 중 감정이 격해진 나는 “끊어요!!!!!”를 시전했다. 대체로 여자의 ‘끊어요’란 진짜 끊으란 얘기는 아니다. 지금 끊고 싶을 만큼 화가 났으니 나를 달래라는 뜻이지만 남자친구는 정말로 즉시 전화를 끊음으로 응답했다. “나는 끊으라고 하면 끊어야 하는 줄 아는 사람이에요.”
이후 우리 커플은 우리 둘만의 사인을 만들었다. 전화로 싸우다 내가 전화를 끊는다면 10번 정도는 내가 끊어도 다시 걸어주기로. 비효율적인 행동이지만 우리 커플 사이에는 신뢰의 표식이다. 나는 몇번을 끊어도 다시 전화를 걸어주는 상대에 감동하고(이미 약속한 거지만) 상대는 아무리 내가 전화를 끊어도 10번의 시도 안에는 받아들일 것을 아니까 안심이 된다. 불필요하고 비효율적인 이런 행위 역시 둘만의 약속이다. 약속을 지키고 나면 이미 그 전의 싸움은 안중에도 없다. 서로가 약속을 지킴으로써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으니 서운함보다 애틋한 마음이 생긴다. 이렇게 서로가 생각지못했던 행동, 말 등을 발견할 때면 우린 우리만의 새로운 규칙을 정했다. 이렇게 하나하나 쌓인 우리만의 규칙은 우리의 애정을 견고하게 만들었다.
7년을 연애했다. 어찌 그리 오래 연애할 수 있냐고 묻는 이들이 있다. 외모가 이상형이라서? 서로가 배려심이 넘쳐서? 아니다. 우리만의 규칙이 쌓아올린 견고한 의리 덕분이다. 불타오르는 것보다 더 길고 오래 가는 것은 단단한 신뢰다. 신뢰는 오해를 줄이는 데서부터 시작이다. 다른 사람이 어찌 연애하는지가 무에 중요할까. 내 앞에 있는 사람과의 소통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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