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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해정 Oct 31. 2019

결혼 전 마음의 소리, 메리지 블루

일본 소설에서 유래한 단어, 메리지블루



결혼 전에 겪는다는 결혼전 우울증, 메리지블루.

이 단어가 일본 소설에서 유래한 사실을 아는지. 메리지블루는 유이카와 게이의 소설에서 결혼생활을 의미하는 메리지와 서구권에서 우울과 슬픔 을 뜻하는 의미로 쓰는 블루를 합쳐 만들어진 합성어다. 메리지(marriage)는 결혼보다 결혼생활 을 뜻하기에 결혼 전 우울감을 설명하려면 웨딩(wedding) 이라는 단어가 더 적합하다. 우울증의 의미로 블루(blue)를 표현하고자 한다면 산후우울증의 maternity blues처럼 s를 붙이는 편이 맞다. 결혼전 우울증이란 의미는 웨딩블루스가 더 적확할 거라는 전문가의 고견을 받았다.







왜 결혼 전에 우울감을 겪는걸까

최근 결혼을 하면서 대다수가 겪는다는 메리지블루를 경험했다. 나는 아니겠지 했는데 예외는 없 었다. 연애를 6년이나 해왔는데 도대체 무엇이 새롭다고 결혼 전 우울증을 겪는 것인지. 스스로의 감정에 대해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나말고 다들 어떤 감정에 휩싸이기에 이런 단어가 생겼을까 궁 금해졌다. 그렇게 메리지블루는 일본 소설 제목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소설은 결혼으로 인 해 달라지는 두 여자의 삶을 보여준다. 작가는 결혼 전 과거에 대한 아쉬움, 예측할 수 없는 앞날에 대한 불안을 메리지블루로 설명한다. 결혼이란 선택으로 자신의 일을 그만두어야 했던 과거가 한 국과 일본에 있었다. 그래서 결혼은 여자에게 일생일대의 큰 선택일 수밖에 없었다. 거기서 오는 나의 삶의 변화에 대한 불안감이 바로 메리지블루였다.




나의 우울은 나의 현재를 정면으로 바라보게 된 데서 시작했다.

어렸을적부터 나는 미운오리새끼라고, 평범한 오리들 사이에 낀 비범한 백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 현실은 시궁창일지라도 언젠간 내가 내 날개를 펴고 빛을 발할 날이 올거라 믿었다. 그런데 그 영광의 날이 오기는 커녕, 내 자신은 평범한 오리조차 못되는 메추리라는 걸 결혼을 준비하면서 깨닫게 됐다. 내가 비웃은 평범한 오리가 되는 것도 피나는 노력을 해야했던 것이다. 결혼은 내 현재 스코어를 정면으로 보 여주는 무서운 거울이다. 그동안 대충 비슷하다 여겼던 이들이 결혼으로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는 것을 보며 졸렬하고 격렬한 질투를 느낀다. 내가 백조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는 것, 그것이 내가 겪은 메리지블루였다.







왜 블루는 우울을 뜻할까

음악 장르 중 하나인 블루스 (blues)나 산후우울증 (maternity blues)처럼 블루는 서구권에서 우 울을 뜻하는 단어로 쓰이곤 한다. 영국의 극작가 조지 콜먼의 블루 데빌스(Blue Devils)에서 가져 왔다는 설이 유력하다. 그러나 서구권에서 블루는 사실 긍정의 의미로 사용되어왔다. 영국의 결혼 식 풍습 중에 신부가 오래된 것, 새로운 것, 빌린 것 그리고 파란색의 물건(Something old, Something new, Something borrowed, Someth ng blue)을 신부가 지니는 풍습이 있다. 또한 중세 서양화를 보면 마리아의 의상색이 블루다. 블루는 서구권에서 사랑과 정조를 의미했다. 또한 최근 연구 중에 블루를 보면 사람들은 희망과 긍정을 떠올린다는 결과도 있었다.







블루는 사실은 희망의 색이다

결혼식 후에 왜 그런 걱정을 했냐는 듯이 편안하고 안정감있게 결혼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결혼 전 무엇엔가 홀린듯 남과의 비교 전쟁이 한차례 끝나고 나의 삶을 돌아보니 마이너스보다 플러스 가 많았다. 부모님을 떠나 꾸린 우리만의 소중한 보금자리, 안정적인 남편과의 관계는 나의 일과 성격에 좋은 영향을 주었다. 편안이라는 감정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언어는 사물의 자각이나 기억에 영향을 끼치다 못해 왜곡시키기도 한다. 사과색이란 무엇인가. 빨 간색인가? 초록색 사과도 있고 그 경계에 있는 사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사과 색은 실제 사과와 상관없는 채도 높은 빨간색이다. 언어가 사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다면 메리지블루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해보자. 메리지 블루라는 결혼전 우울증이라는 단어가 없었다 면 그냥 지나갔을 감정이, 다시한번 내 심상에 꼭꼭 박혀 우울한 감정을 생산해낸 것은 아니었을 까. 블루의 희망적 메시지를 담아 청사진(blue print)의 의미로 결혼 후 펼쳐질 내 앞날이란 뜻으 로 메리지블루를 사용하는 편은 어떨까.











네이버 연애결혼 #연애학개론 에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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