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해정 Nov 01. 2019

당신의 연애, 그린라이트

불행과 행운의 양면성을 지닌 그린 GREEN




서양에서 녹색은 불행을 초래한다는 미신이 붙은 불길한 색이었다. 중세부터 녹색은 악마의 색으로 유명해 프랑스에서는 녹색옷을 입은 사람은 하인과 광대뿐이었다. 그런데 꼭 녹색이 언제나 불행만을 의미했던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녹색은 자연의 푸르름을 표현하고 연상시켜 언제나 긍정의 의미가 있었다면, 중세 서양에서의 녹색은 비소를 포함한 악마의 부정의 의미가 강했다. 행운의 의미가 있다한들, 도박판의 색으로 요행수를 뜻하기도 했다. 불안정하고 변하기 쉬운 성질을 가진 행운. 그것이 녹색을 뜻했다.
 





요샛날 녹색의 만국공통의 의미 중에 하나는 허가의 의미다. 어렸을 적부터 녹색의 신호를 보고서 건너라는 아주 간단한 허가의 의미부터 인터넷 허가 통지의 녹색 체크  표시까지. 당신의 통행을 허한다는 의미를 가진 모든 것에는 거의 전세계적인 기호로서, 녹색이 붙는다. 그린라이트는 연애와도 관련있다. JTBC의 예능 프로그램 <마녀사냥>에서 연애에서 긍정적인 신호를 그린라이트로 표현했던 것을 계기로 한국에서 그린라이트는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가 됐다.






요즘 한국에서 이성친구로서의 덕목 중에 최고는 바로 ‘안전’이다. 혹여 특정 인터넷 게시판을 이용하진 않는지, 남혐(남자혐오)나 여혐(여자혐오)가 있는 타입은 아닌지, 데이트 비용을 한쪽에게만 부담하진 않는지 등등등. 나와 같은 생각과 행실을 가진 사람인지 검증하길 원한다. 그래서인지 상대방을 파악할 수 있는 ‘테스트’가 인터넷에서 인기가 있다. 선 검증 후 연애 라는 것이다.





옛날 사람인 내가 보기에 꽤 낯선 풍경이다. 예전엔 여자친구의 최고 덕목은 ‘미’ 였고 남자친구의 최고 덕목은 ‘능력’이었다. 특정 성향인지 뭔지 파악하기보다 상대가 얼마나 예쁘고 얼마나 능력있는지가 더 중요했다. 그래서 서로 누가누가 더 예쁘고 능력이 좋은지 뽐내기 바빴다. 결승선을 향해 달리는 경주마같은 외길 열정.그 시절의 사랑, 연애를 떠올리면 새빨간 레드같았다. 요즘의 연애를 떠올리면 레드보단 역시 그린이다. 예쁜 것도 중요하고 능력도 중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사상검증’이 제일 중요한 때니까. 과거의 기준이 더 옳다거나 현재가 낫다던가 판단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없다. 1960년대까지 동성연애를 하면 감옥에 갖히는 형벌을 가졌던 영국에서 동성연애를 합법화한 것을 보면 말이다. 시대가 바뀌면 사람이 바뀌고 기준도 바뀐다.


녹색은 역설적이게도 불행과 행운의 의미를 모두 가진 색이다.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말이다. 녹색의 속성은 언제나 뒤집어보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네이버 연애결혼 #연애학개론 에서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6699513&memberNo=38753951&vType=VERTICAL


이전 20화 삶의 질과 연애의 상관성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