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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해정 Dec 27. 2019

진짜 나의 연애 욕망

나는 정말로 샤넬백을 갖고 싶은 걸까

나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을까.

우리는 가끔 착각을 한다. 내가 내 욕망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고 말이다. 그러나 사실 우리는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 지금 내가 간절히 원하는 샤넬백이 내가 정말로 순수하게 내 의지로 갖고싶어진 걸까? 날씬한 여자에게만 성욕을 느낀다고 말하는 것은 실제 나의 생각인가 아니면 사회의 생각을 내가 받아들인 건가.




핑크만을 좋아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핑크로 도배하는 여성이 있었다. 그녀의 어린시절 사진을 보면 핑크공주의 현신이다. 그런 성향은 성인이 되서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녀가 처음 루이비통이라는 가방을 알게 됐을 때 그녀의 표정은 못볼 것을 본 것처럼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저렇게 못생긴 색만으로 만든 가방이라니. 그녀에게 갈색은 아주 답답하고 지루한 색이었기에 갈색으로 버무려진 루이비통 캔버스백을 내가 좋아할 리가 만무했다. 그런 그녀가 몇년 뒤 루이비통을 갖지 못해 눈물을 흘리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모두가 루이비통을 원하니 그녀도 그 백을 원하게 된 것이다. 이젠 그 가방이 너무도 스타일리쉬해 보이고 그 가방을 든 사람은 아주 세련되고 품위있어보인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당신이 이미 성인이라면 당신의 욕망은 더이상 당신만의 것이 아니다. 우린 모두 사회화라는 이름으로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 그것은 연애에서도 다름이 아니다. 내가 진짜로 어떤 사람을 원하는지, 어떤 연애에 행복해하는지 알지 못한다. 우리는 주변 사람들에게서, 인터넷에서 욕망을 배운다. 반반 내는 데이트가 정석이고 그것이 진정한 평등한 연애라 한다. 그런 연애를 내가 스스로 원한 것인가? 내가 조금이라도 돈을 더 내면 화가 나고 손해보는 것 같아 견딜 수가 없나? 왜?

기념일에 이성친구에게서 명품 가방을 받고 미슐랭 레스토랑에 가서 밥을 먹어야 제대로 된 연애를 하는 것이라 한다. 그것이 행복인가. 그렇다면 가방을 사주고 미슐랭 레스토랑에만 데려가면 나는 어떤 사람과 함께 해도 상관이 없는 걸까?


예쁜 여자와 만난다 -> 남들이 부러워한다 -> 우월감이 느껴진다 -> 기분이 좋다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는다 -> 남들이 부러워한다 -> 우월감이 느껴진다 -> 기분이 좋다


스스로 언제 자신이 행복한지 들여다보지 않은 사람은 타인의 욕망에 쉽게 전염된다. 다들 남만 의식하고 있지 진정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지는 않는다. 그러고서 상처입었다 쉽게 말한다. 사실 진정으로 자신을 상처입히는 사람은 내 욕망을 들여다봐주지 않는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



언제나 남성미를 강조하던 남성이 있었다. 그는 남자라면 운동이지! 매일 운동함으로써 남성미를 보여줄 수 있는 근육은 언제나 겸비해두고 있었다. 그는 지독한 네이비 매니아였다. 어떤 옷을 고르던 블루계열을 벗어나는 법이 없었다. 누가봐도 그는 늘 단단하고 강직한 모습의 듬직한 군인을 연상시키는 남성이었다. 그런 그가 제일 싫어하는 덕목은 ‘철없음’이었다. 그는 아이처럼 철없이 구는 것을 극도로 혐오했다. 정말로 철없는 행동만 보면 진저리를 칠 정도로 싫어했다. 그가 제일 싫어하는 색은 파스텔 옐로우. 피도 안나올 것 같은 그에게 애교많은 어린 시절이 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 다른 사람들 앞에서 노래도 잘부르고 애교도 많았던 그. 남자는 강해야한다는 엄격한 부모에게서 여리고 약한 모습을 부정당했다. 그는 사춘기를 거치며 내면의 부드러움을 숨기게 되었고 가장 어두운 색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정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가장 어두운 색을 보호색으로 정한 그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까. 자신의 내면을 숨긴 채 살아가는 삶은 결국 어디선가 들통이 나게 된다. 연애할 때가 바로 그 때다. 웬만한 사회생활에선 자기 자신을 어느정도 숨긴채 살아갈 수 있다. 그것이 덕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연애할 때는 우리 모두 원초적 자아로 돌아간다. 다른 조건에서 다 괜찮은 그가 자꾸 짧은 연애만 반복하는 등 지속적인 연애를 못하는 것은 어린시절의 자아, 내면의 부드러움을 스스로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연약함을 인정받고 싶은 욕망, 기대고 싶은 욕망을 스스로 억제하다보니 당연히 연애가 잘 될리가 없었다. 만나는 사람이 바뀌어봐야 문제가 내 안에 있는데 해결될 수가 없다.


내 진짜 욕망을 알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하나. 서른이 되기 전까지는 제한없는 수많은 경험을 권한다. 경험하지 않고 상상만으로는 그 세계를, 사람을 다 이해하기 어렵다. 직접 경험해본 결과, 나와 맞지 않는 조건을 소거한다. 그렇게 거르고 거르다보면 나의 취향 지도라는 것이 탄생한다. 연애도 결국 취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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