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색안경 끼고 보는 세상
실행
신고
라이킷
9
댓글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장해정
Sep 01. 2020
빨간방을 기억하세요
빨간실로 만들어낸 공간, 시오타 치하루
색안경 쓰고 보는 미술
너와 나의 연결고리
선으로, 실로 연결해서
하나의 면, 공간을, 우주를 만들자
시오타 치하루
Between Us
2020 in Seoul
인스타그램을 도배한 시뻘건 인증샷.
이 전시의 주인공은 시오타 치하루입니다.
일본인이면서 독일에서 활동하고 있는
설치미술가예요.
이 작가를 알게 된 것은
2019년 6월.
도쿄에서 였습니다.
미술여행을 하며
목록에 있던 모리미술관에서
이 시뻘건 사진을 만나게 되었는데,
징그러워서 가기싫더라구요.
그래서 가뿐히 패ㅡ스 해주었던 전시.
그런데 어느 순간
인스타그램에서 이 괴기스런 빨간장면이
다시금 눈에 들어오지 않겠어요?
그때 알았습니다.
이사람이 시오타 치하루라는 것을.
이상하게 서울에서 이 전시를 한다하니
구경가고싶어집니다.
일본에서 이 사진을 봤을 땐
이토준지 만화를 보는듯하게
섬뜩한 느낌이 있어서
꺼려졌었는데 말이죠.
색은 분명 양기가 가득한 색인데
느낌이 음산한 게 음기가 가득하게 느껴지는
모순이 가득한 전시.
지금은 혼자 구경 안갈꺼니까
이 끌리는 마음대로 구경을 갑시다.
이 전시에 와서야
시오타 치하루의 남편이
한국사람인 것을 알았습니다.
전시작품에 작품명은 없고
나누어주는 a4한장에 의지해야합니다.
주로 전 작품볼 때
작품명을 보지 않고 마음대로 상상해서
내 마음대로 제목도 짓고
의미도 생각하는 버릇이 있어요.
그래서 이렇게 작품명이 없는 편이 더 좋습니다.
이 작가의 작품은
#실
#입체적
#red
세가지의 큰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
빨간 실을 실뜨기하듯 엮어서
집, 행성, 삼각형, 사각형 등등을 만듭니다.
선들이 모여 하나의 면을 만들고,
그 면들이 모여 입체적 공간이 되고.
이 작가는 칸딘스키의 점선면의 살아있는 예 같습니다.
이 빨간실은 동양의 정서가 물씬
뿜어져나옵니다.
중국이 생각나기도 하고
일본이 떠오르기도 하고
한국에서 전통적으로
청실 홍실 이라하여
하늘이 맺어준 천생연분을 말하곤 합니다.
실로 나와 너의 인연이 이어져있다 하지요.
비슷한 전설은 중국에도 일본에도 있습니다.
일본에선 타고난 인연끼리
빨간실로 이어져있다 라는 민담이 있어요.
"인연이 실로 이어져있다"
동북아 문화권 사람들은
마음 속 깊이 아로새겨진 정서입니다.
그래서 빨간 실을 보자마자
단박에
#인연
이라는 단어를 떠올립니다.
독일은, 또 다른 문화권은 어떨까요.
같이 간 사람은 거미줄 같다한 집의 형상을 한 작품
이 엮어진 실이 거미줄 같다 합니다.
집 모양이라 그런지 더 그래보이네요.
요 작품은 어떠신지.
현미경으로 보는 혈액세포같기도 하고
곰팡이 같기도 하고
피같기도 하고
거미줄 같기도 하고
많은 것을 연상케 합니다.
이 역시 실 작업.
사진으로 이래보이지
실물은 꽤 커요.
저 빨간덩어리 하나가 얼굴만 합니다.
사이즈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압도받는다는 느낌을 주게 해요.
작으면 전체가 눈에 들어오지만
사실 작품이 크면 뒤로 가기 전엔
부분만 눈에 들어옵니다.
부분과 전체 차이
느낌은 꽤 달라요.
이 작품이름은 skin 이었던 거 같아요.
이것이야말로 곰팡이?
곰팡이를 엑스레이를 찍어놓은 듯한 모습
또다르게 보면 선들이 모였다 뭉쳤다
따로 또 같이의 면을 보입니다.
이건 어쩌면 세상 사람들의 모습아닐지
하나가 또 여러 사람과 엮이는 클러스터
요즘 코로나19로 감염되는 사람들의 경로를 보다보니
이 작품역시
코로나감염으로 번지는
지역사회 모습같기도 해요.
결국 이건 사회 의 한 단면 .
평면화에서도 빨간 실은 계속 등장합니다.
사람과의 관계성을 계속해서 알려주는
빨간실
주로 빨간색과 블랙이 등장하는 이 전시에
5%를 차지하는 블루.
수많은 동그라미와 파란뭉탱이는 무엇을
보여주는 걸까요?
저는 어머니의 양수
저 파란뭉텅이는 자궁
우리가 언제나 돌아가길 원하는 곳은
태초의 시작 엄마의 뱃속
자궁
모든 사람은 어머니한테서 태어납니다.
거기서부터 시작되는 관계들
이 전시는 계속해서
관계, 사람, 우리에 대해 말합니다.
흔히 세사람의 파국의 연애관계를
삼각관계라고들 말하죠.
여러 삼각관계들이 모여
또 더 큰 삼각형을 만들고.
관계의 층층을 보여줍니다.
요 전시에서 아주 마음에 들었던 작품
key
state of being 의 작품명이
거의 대다수예요.
그중 이 작품은 key
수많은 연락, 관계 혹은 핏줄 사이에
숨겨진 열쇠
관계를 풀어나갈 키가
관계 속에 숨어있다
아이러니하고 요상하고 좋아요.
시각적으로도 의미적으로도.
요작품은 어때요?
자세히 보면 장기 내부도가 보여요.
여기서 빨간 실은 더이상 관계를 말하지 않네요.
혈액, 핏줄
사람을 구성하는 요건입니다.
사람을 구성하는 뼈, 장기
그리고 빨간 실로 표현하는 피
인간 그자체를 말합니다.
작가의 작품 구현 방식이
제가 한번쯤 해보고싶었던 타입이에요.
존재의 의미를 낱낱이 해체해서 재구성하는 것.
인간이란 무엇인가
뼈, 장기, 피로 구성된 존재다.
단순명료한 존재
별 거 없다 그쵸.
이 전시의 클라이막스는 빨간방입니다.
빨간방이라 하면
마티스의 붉은방 혹은 붉은 화실만
떠올렸었는데
이제는 시오타 치하루의 빨간방이 떠오를 듯합니다
대체로 레드는 양기를 뜻함인데
이렇게 많은 빨강이 모여서
음기를 만들어냈다는 게 놀랍습니다.
작가가 일본인이라도
독일에서 거의 활동해왔고
생활 해온 것으로 아는데
일본인의 정체성이 이렇게 잘 살아나는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
충격적이에요.
괴기스러워서 전시가기 싫다고
빠꾸 많이 맞았는데
그정도로 호불호가 격하게 갈리는 작품 스타일
저에게는 극호
빨간 터널을 지나며 생각합니다.
가느다란 선 하나로
결국 이렇게 큰 공간을 창조해냈다.
결국 하나의 관계는
하나의 우주와 같다.
의자는 사람이 앉는 것이거든요.
의자는 또 한사람의 존재를 뜻하기도 합니다.
한사람한사람마다에서 폭발하는 실들은
결국에 하나의 숲을 이룹니다.
저마다의 실
저마다의 관계
우린 서로 모두 이어져있는 사이
between us
너와 나의 연결고리
전시를 나오기 전에
입구 한귀퉁이에 걸려진 사진을
지나치려다 흠칫 놀랍니다.
이 전시를 관통하는 핵심 사진.
관계의 실에 달린 키
그것을 내미는 손
이 작품, 전시
내가 제대로 읽어낸 거 같아
후련합니다.
색안경 쓰고 보는 미술
컬러아나
keyword
그림
전시
미술
장해정
소속
컬러살롱
직업
자영업자
사람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 속에 들어가기 싫은 ENTP
구독자
384
제안하기
구독
매거진의 이전글
부동산에 미치면 생기는 일
색에 대하여
매거진의 다음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