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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해정 Sep 29. 2020

행복이란 무엇인가

몇 평에 살아야 행복한가요




행복이란 무엇인가 




20대엔 부모님을 떠나 

방 한칸이라도 나만의 공간을 가지고 싶었다. 

그러면 행복할 것 같았다. 



30대가 되어서 나는 그 소원은 이루어졌다.

방 한칸 원룸으로 독립했다. 

부모님의 통금이 없는 삶을 누리는 행복을 누렸다.

너무 행복했다. 

그런데 그 행복은 머지 않아 사라졌다.

다른 소원이 생긴 것이다. 



방 한칸은 너무 답답했다.

침대 하나 놓으면 끝인 공간. 

주방과 분리되지 않은 공간. 

나는 거실이 생기면 행복할 것 같았다. 

주방과 거실과 방이 분리된 곳

그런 곳에서 살면 삶의 질이 올라갈 것이다. 



그 소원은 곧 이루어졌다.

15평 투룸으로 이사갔다. 

처음으로 쇼파라는 것을 샀다. 

잠자고 밥 먹는 용도 외의 공간이 생겼다. 

책도 읽고 음악만 들을 수 있는 공간이었다. 

행복했다.

그렇다고 생각했다. 


행복감은 찰나이고 또 다른 것들이 보였다.

엘레베이터가 없는 빌라는 

불편한 것이 많았다. 

일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올 때

힘든 몸을 이끌고 계단을 한계단씩 오를 때

삶의 만족도가 한칸 한칸 떨어졌던 것이다. 



엘레베이터가 있는 아파트에 살고 싶다. 



그 소원은 곧 이루어졌다. 

나는 결혼을 했고 

남편과 함께 

경기도 신도시에 있는

25평 아파트로 이사가게 된 것이다. 


남편이 출근하고 나간 아파트는

너무나 컸고 넓었고 아늑했다. 

풀 리모델링이 되어있는 전부 하얀 공간. 

오롯이 내 취향으로 전부 꾸밀 수 있는 공간. 

나처럼 워라밸 높은 삶을 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복도식 아파트는 문제가 많았다. 

소음이 문제였다. 

층간소음은 물론, 

이사 오가는 세대가 많아 인테리어 공사소음도 허다하다. 

계단식 아파트는 소음이 덜하다던데. 

남들은 30평 아파트에 산다던데.

누구는 신축 아파트에 산다던데. 

누구는 강남에 산다던데.



그래, 서울이다. 

사람은 모름지기 서울에 살아야해. 

그래, 강남이다. 

사람은 모름지기 강남에 살아야해. 



왜 나는 강남에 살지 않는거지?

강남 아파트에 살지 못하는 나는 불행해졌다. 

나는 더이상 행복한 사람이 아니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남편과 동네 산책을 하였다. 

연휴를 앞두고 동네는 벌써부터 침묵에 잠겼다.

왁자지껄 동네를 돌아다니던 아이들도

늘 산책하시던 어르신들도 없다. 


남편과 나는 평소에 아이들이 많아 타지 못했던

벤치 그네를 차지할 수 있었다. 


각각 한 벤치씩 차지하고 그네를 신나게 타고 있노라니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따사로운 햇살에, 초록초록한 풍경에 

기분이 좋았다.




아, 행복하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햇살이 따뜻하게 나를 감쌀 때 행복하다. 

바람이 솔솔 불어서 내 몸의 열기를 날릴 때 행복하다. 

파란 하늘을 볼 때 행복하다.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나는 햇살이랑 바람이랑 파란 하늘이 있어야 행복한 거 같다고.



남편이 말했다. 

당신은 식물 같다고.

전생에 식물이었음이 틀림없다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알뜰장에서 파는 

바로 부쳐서 파는 뜨끈한 녹두전을 사먹었다. 



아, 살맛난다.



나는 사람이 아니라 식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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