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라기엔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좋은....
2026년 1월 그가 나에게 먼저 대화를 걸어왔다.
"너 완전 내 스타일이야." 꽤나 Cheesy 하다고 생각했지만, 대화는 마다하지 않는 나.
그의 프로필을 살펴보았는데 인상이 참 좋아 보였다. 눈에는 아름다운 보석을 품고 있는 남자.
그런데 나와 무려 8살 차이가 나는 33살의 청년이었다. 근데 뭐, 내가 결혼할 것도 아니고 데이트가 목적이다 보니 대화를 마다 할 이유가 없었기에 매칭을 수락했고 대화를 시작했다.
그는 전형적인 너드 스타일의 남자였다. 참고로 나는 너드 스타일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렇게 며칠간 인상적인 대화를 이어 갔다. 주거니 받거니 죽기 참 잘 맞았고, 서로 유혹하고 끼 부리는 가벼운 대화가가 아니라 좋아하는 책들을 추천하거나 좋아하는 영화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외에도 다양한 주제의 것들을 말하며, 다양한 생각들을 공유했다.
그러다가 어느 토요일 갑자기 대화가 끊겼다.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메시지를 보냈는데 전송할 수 없다고 나왔다. 접속 문제인가 해서 Wi-Fi를 끄고 대답을 해도 안 됐다. 그리고 결국에는 그 사람이 계정이 없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 정말 말이 잘 통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갑자기 사라져 버리다니... 고스팅 당하는 기분이란 당해보지 못한 사람은 절대 헤아릴 수 없는 기분이다. 내가 뭔가 말실수를 했나 싶었지만 그런 정황은 전혀 없었다.
그래서 2가지 가능성을 생각했다.
첫 번째, 나 이외에 또 다른 매칭된 이가 있어서 나는 정리당했다.
두 번째, 여러 여자들과 대화를 하다가 불건전한 목적 또는 파트너에게 비매너 행동을 해서 계정이 신고당했거나... 이 가능성이 맞다면 분명 이 사람은 쓰레기라는 소리인데... 제발 이 이유만은 아니기를...
그러나 이러한 가능성을 생각한들 내가 뭘 할 수 있었겠는가? 정말 찝찝한 마음으로 며칠을 보내다가 그냥 잊어버리기로 했다. 내가 느꼈던 감정은 분명 우리 사이에 뭔가 있었던 것 같았는데 내 촉이 다시 똥이 되었나 생각했다. 어쨌든 채팅으로만 대화했기 때문에 마음을 많이 두지 말자 애써 지워버리려고 했다.
그렇게 딱 7일이 지난 금요일에 그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안녕, 나 그때 si-fi guy야. 계정이 지워져서 너에게 다시 돌아오려고 노력 많이 했어."
나와 얘기했던 그가 정말로 다시 돌아왔다. 그의 메시지에 대해 매칭을 수락하거나 무시하는 액션을 취하기 전에 그의 새로운 프로필을 쭉 다시 살펴보았다. 그는 전부 새로운 사진을 이용했고, 킥복싱하는 영상도 있고 내가 아주 미미하게 알던 그와 비교했을 때 조금은 낯설었다.
그리고 '나의 삶의 목표라는 질문'에 에 대한 그의 자문자답은
'너와 데이트 하는 것.'
이게 나한테 하는 말인가? 아니 웬 도끼병이야...(스스로 질책!!) 아니면 이건 모든 데이트가 가능한 여자들한테 하는 말이고, 내가 알던 그는 완전 다른 사람인가? 싶었다.
어쨌든 나는 궁금했다. 좀 더 날카롭게 굴 수도 있었지만 침착하게 대처했다. 왜 갑자기 대화하다가 사라져 버린 건지 해명할 기회는 한 번 주고 싶었다.
"잘 돌아왔어. 난 네가 나 말고 다른 인연이 생겨서 네 계정을 지운 줄 알았지."
그랬더니 그가 바로 나의 카카오 톡 계정을 물어봤다. 나는 즉시 계정을 알려주었고 그는 카카오톡으로 3분여의 긴 장문의 음성 메시지를 보냈다. 그 음성 메시지를 들으니 대부분의 의문점이 풀렸다. 그러나 여전히 확실한 것은 없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왜냐하면...
메시지의 내용이 100%로 진실이라면 정말 이렇게까지 노력한 거야? 싶을 정도로 감동스러웠기 때문이다.
그걸 듣고 나서 할 일을 모두 마친 후 늦은 밤에 통화를 했다.
나의 입장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고 그의 이야기도 듣고...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궁금했던 건 어떻게 날 찾았는지였다. 사실 데이팅앱의 특성상 랜덤이겠지만 한번 파트너 제안을 보여주면 다시 똑같은 사람을 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어보았다.
'프로필에 2장의 운동하는 사진을 업로드하려고 했어, 몸이 노출되는 사진은 전혀 아니라서 앱 정책에 위배될 것 같지는 않았은데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그 이후로 갑자기 계정이 삭제되었어. 내가 Developer인데 내게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
우리는 계속 거의 며칠간 연속으로 많은 시간 대화를 했고, 사실은 마지막 메시지를 보냈던 토요일에 직접 너를 만나고 싶다고 제안하려고 했는데 어쩐 일인지 그날은 메시지가 너무 안 와서 살펴보니 계정이 갑자기 사라져 버린 거야... 정말 데이트 신청하기 바로 직전이었거든...
나는 진짜 멘붕이 와서 계속 계정을 만들려고 시도했어. 그러나 계속 계정 생성은 반려당했고, 결국에는 여러 가지를 시도하다가 되지 않아 다른 휴대폰, 다른 번호, 웹상에서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사진 등 계정 생성을 반려당할 모든 가능성을 최대한 배제하려고 했고, 결국 계정을 만들었어. 내 이름마저도 바꿨지.
그렇게 일주일 동안 방법을 찾아내서 겨우 계정을 다시 만들 수 있었어.
그렇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지. 이제는 추천 파트너로 네가 보이도록 필터링해서 너를 찾는 일이 남았지. 네 나이는 애초에 보지 않았어서 몰랐기에 그냥 내 나이와 비슷한 나이대로 설정했어, 그리고 혹시 몰라 하루에 한 번씩만 필터링을 해서 추천 파트너들을 살펴보며 네가 나타나기를 기다렸어.
그리고 결국 네가 나타났어! 드디어 너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었지. 그렇지만 혹시나 네가 나를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는 가능성도 생각했어. 내가 너와 얘기했던 남자들 중 한명일 수도 있으니까.
우리가 Si-fi 영화랑 책에 대해서 이야기했었잖아. 그래서 그렇게 메시지를 보낸 거야. 그리고 이렇게 다시 기회를 줘서 너무 고맙고 기분이 너무 좋아.'
그렇게 설명을 듣고 나서 드는 궁금증이 또 있었다. 이렇게까지 해서 나를 찾은 이유.
무슨 이유로 이렇게까지 나를 열심히 찾았는지 말이다.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너의 사진을 보는 순간 긍정적인 에너지가 바로 느껴졌어. 그리고 대화를 하면서 더 좋은 느낌을 받았고 정말로 데이트 신청을 하기 직전이었는데 정말 너무 좌절스러웠어. 근 몇 년간래 이렇게 강한 느낌이 든 적은 없었거든. 그래서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널 찾았고 진짜로 너와 다시 대화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아.'
나를 놓칠 수 없어서 이렇게 까지 노력하는 사람, 흔치 않다...
인생 별거 있나? 느낌 가는 대로 위험하지 않게만 행동하면 되지.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나는 그를 만나야만 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눈 날의 다음날은 나의 41살 생일. 나는 그래서 바로 나의 생일날 저녁에 만나자고 말했다.
이렇게 먼저 데이트 신청을 한 건, 나 스스로에게 선물을 주고 싶은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에 생일은 별날 아니라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큰 기대감이 없었다. 원래 그래왔기 때문에. 생일이라고 기대했을 때 실망하는 경우가 더 많았고 특별한 일도 일어난 적이 단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이건 정말 진짜라기엔 너무 좋았다. 아마 대부분의 여자들도 이런 경우를 겪는다면 기분이 꽤나 황홀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