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앱 이야기 2. 내 인생 최고의 깜짝 생일선물

나도 이제는 내 생일에 뭔가를 기대를 해봐도 될까?

by colorsense

지난 이야기의 주인공인 Si-fi Guy와 얽힌 이야기이다.

그렇게 내 생일이 되었고, 이른 저녁 시간에 힙지로에서 그와 만나게 되었다.

얼굴이 하얗고 사진 그대로 길고 그윽한 눈에 옅은 파랑빛의 보석이 콕콕 박혀있었다. 잘 빗어진 머리카락과 다부진 몸도 눈에 들어왔다. 나를 보자마자 그는 나에게 엄청나게 큰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의 미소는 마치 승무원의 웃음처럼 한껏 올라간 입꼬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야말로 그의 미소는 완벽했다.


우리는 타코를 먹으러 갔다. 타코를 먹으면서 계속 우리가 겪은 드라마에 대해서 이야기했고 정말 흥미로웠다. 물론 우리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는 계속 미소를 잃지 않았다.

나는 계속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정말 예상치 못한 내 생일 선물인 거 같다. 그리고 이 사람의 미소가 나를 향한 진짜 미소였으면 좋겠다. 이 사람이 진짜로 나를 좋아하고 원했으면 좋겠다'라고.

이렇게 나에게 관심을 주고 노력하고 좋아해 주는 사람이라니... 물론 과거에도 이런 사람들이 있었긴 했지만 이렇게 까지 마음을 엄청나게 흔들 정도로 로맨틱한 경우는 없었다. 단 몇 장의 사진이었지만 나에게 특별한 에너지를 느끼고 이렇게 까지 인연을 만들어가는 것 자체가 현실적이지 않은 느낌이었고 내가 특별한 사람이 된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다음 혼술바로 자리를 옮겼다. 내가 생일날 혼자 가려고 미리 예약해 둔 곳이었는데, 콘셉트를 제대로 알았더라면 취소하고 다른 곳으로 갔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의 시간도 참 좋았다.

혼술바에 커다란 소파와 의자들이 탁자 사이에 있었는데, 그가 어떻게 앉았으면 좋겠냐고 물어보았고 나는 그가 선택해 주길 원했다. 그리고 결국 우리 둘은 편안한 소파에 나란히 앉게 되었다. 그리고 몸이 조금씩 닿기 시작했다. 그 슬쩍슬쩍 닿는 느낌에 설렘이 있었고 다른 사람들과 얘기하는 도중에 그는 나의 손을 슬며시 잡아주었다. 기분이 나쁘지 않았지만 동시에 약간 낯선 느낌도 들었다.

그를 만난 지 몇 시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대화한 것도 며칠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자연스러워도 되는 건가? 그러나 딱히 거절할 이유를 찾을 수 없어서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었다.

그렇게 친밀해지는 시간?을 갖고 바를 나와서 골목길에서 그와 키스를 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실 혼술바에 있는 내내 너에게 키스하고 싶었어."라고 말해주었다. 너무 좋았지만 또 동시에 이게 맞나 싶었다. 왜냐하면 이 사람이 실존하는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내 기준에 완벽한 조건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그는 스타트업 공동 대표이자 개발자이고 따로 외주로 프리랜서 일을 한다. 그는 자신의 일을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본국에 자가로 세를 주고 있으며 외형적으로 남자답고 멋졌고, 운동도 잘하고 자기 시간관리(일과 쉼의 조절)도 잘하는 것 같았다. 다양한 얘기를 나눌수록 감수성도 풍부한 사람이라고 느꼈다. 이점이 데이팅 앱에서 다른 사람들과 달리 대화를 오래 할 수 있던 포인트였는데, 이런 사람이 내 생일에, 싱글맘인 나와 이렇게 데이트에 키스까지 하다니...

내 스스로를 부족하다고 전혀 생각하지는 않지만, 결혼을 염두에 둔 결혼 경험이 없는 싱글들에게는 어쩌면 그렇게 매력적인 조건의 파트너는 아니라고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어쨌든 이날은 내 생일이었다. 그래서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맘껏 누리자!'라고 생각했다.


내가 얘기했다. "내 생일이니까 살짝 알딸딸한 기분을 느끼고 싶어." 라고 그래서 힙지로를 떠나 또 한 번 서순라길로 자리를 옮겼다.

토요일의 추운 밤거리에도 사람들로 꽉 찬 바들을 돌아다니다 겨우 2층에 있는 조용한 바를 찾을 수 있었다. 그 바에 앉아서 주문을 한 뒤 내가 얘기했다.

"사실은 오늘 내 생일이야. 너한테 부담 주고 싶지 않아서 그냥 내 생일이라고 얘기하지 않았어. 근데 너를 만난 건 정말 내가 나에게 선물하는 최고의 생일선물이라고 생각해. 고마워!" 그랬더니 그는

"내가 먼저 생일축하해라고 말하며 너의 생일을 축하해주려고 했는데..."라고 하면서 계속해서 들고 다니던 허름해 보이는 쇼핑백에서 꽃다발 한아름을 꺼내 내게 안겨주었다.

이 상황이 내게 진짜로 일어나는 일인 건가? 싶으며 볼을 꼬집어봐야 될 지경이었다.

왜냐하면 정말 41년 평생 살면서 이런 서프라이즈는 처음 받아보기 때문이다. 생일은 혼자 보내거나 예상되는 미적지근한 상황이 많았고, 선물은커녕 심지어 가족들에게도 잊혀 축하받지 못한 경우도 허다했기 때문이다. 결혼 생활에서도 내가 원하는걸 미리 얘기해줘야 할 만큼 전남편의 선물 센스는 폭탄 수준이었고 놀라움은 전혀 없었다. 그래 왔기에 나는 내 생일에 대한 기대감이 '0'이었고 그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축하받으면 족했을 뿐이었다.

특히 이날 받은 '꽃'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선물이다. 나는 내가 필요한 건 내가 스스로 사거나 물건에 대한 집착이 크지 않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꽃은 내게 특별한 기분을 선사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잠시 과거로 돌아가자면, 예전에 잠깐 사귀었던 외국인 남자친구의 일화 때문에라도 더 꽃은 내게 특별했다. 그와 사귀던 당시 아무런 특별한 날이 아니었던 비 오던 어느 날, 전 남자친구는 나에게 노란 장미꽃 한 송이를 선물해 주었다. 한송이의 장미꽃도 아름다웠기에 나는 고맙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의 말이 더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그냥 비 오는 길을 걸으며 지나가는데 꽃집이 보였고 노란 장미가 내 눈에 들어왔어, 그리고 바로 네 생각이 났어 그래서 장미를 산 거야."

내가 받은 선물 중에 정말 가장 특별한 마음이 담긴 선물이었다. 이 선물은 나를 너무나 특별한 사람이라고 느끼게 해 주기에 충분했다. 그냥 특별하지 않은 어느 날에 나를 생각하는 그의 마음과 진심이 내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기억은 가물가물 하지만 이 선물은 나에게 절대 잊지 못할 선물이 되었고 어쩌면 요청하지 않아도 가끔씩 받고 싶은 소중한 선물의 종류가 되었다.

반면, 내가 전남편에게 이런 선물이 좋다고, 둘이 싸우다가 화가 나도 꽃 한 송이만 보면 내 마음은 정말 눈 녹듯 풀릴 거라고 아무리 얘기를 해도, 연애기간 1년 그리고 결혼생활 6년 동안 내가 받아본 꽃은 첫 데이트 때 한번 그리고 생일 때 단 한 번밖에 없었다. 참으로 애처로운 기억이 아닐 수 없다...


꽃을 보니 말문이 막혔고 현실인가 꿈인가 헷갈렸다. 이런 상황이니 '말도 안 돼. 이거 진짜야?'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반면에 나의 마음이 그에게 열리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말하지도 않았는데 그는 아마도 내 카톡의 생일 알림을 보고 준비했던 것 같다. 이렇게 선물을 준비해 준 것을 보니 나에 대한 그의 마음이 컸다는 반증이기도 했기에 더 고마웠다. (완전 센스쟁이... 디테일 장인, 영민한 녀석... 너 진짜 33살 맞니?)

이날은 그야말로 나에겐 완벽한 생일이었고 그와 계속 많은 이야기를 했다. 좀 더 사적이고 친밀한 이야기까지 나누었다. 그의 아버지와 가족이야기, 그의 몸에 새겨진 타투이야기 그리고 나는 엄마가 돌아가신 것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를 안아주기도 하고 이마나 코를 부비기도 했다. 그리고 그의 눈을 보니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런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여서 "Awww~ 너 지금 울려고 하는 거야?"라고 말하며 그의 얼굴을 쓰다듬어 주었다. 아주 완벽한 명분이었다. 스스로 이런행동을 하면서도 '그가 내가 보여주는 모든 것이 진심일까?' 하는 의구심이 계속 들었다. 이건 의심병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너무 행복하면 불안해지는 심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분명 나도 행복을 선물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인데 계속 이게 현실로 일어날리가 있을까 자문하며 이 상황을 의심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또 한 번 물었다.

"네가 나에 대해 이렇게 특별하게 느끼는 게, 나에게 다시 말을 걸기 위해 했던 너의 여정이 험난했기 때문에 너의 감정을 헷갈리는 게 아닐까? 너는 꽤나 이성적이고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너의 삶의 태도가 있으니까 그와 맞물려 나를 찾고자 하는 너의 소소한 목표가 실현돼서 그 환희를 나를 좋아 감정이라고 착각하는 것일 수도 있잖아?"

그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고 지난 5년간 데이트는 했어도 진지한 관계로 만난 사람은 없었으며, 이런 기분이 들게 하는 사람은 거의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한 번 눈시울이 붉어지는 걸 볼 수 있었고 그의 마음이 진심일 수 있겠다 생각했다.


어쨌든 정말 놀랍고 완벽한 생일이었다. 평생 살면서 잊지 못할 생일이 될 듯. 그리고 그에게 정말 이런 선물을 선사해줘서 지금도 고맙고 다시한번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너무 좋으면 마음이 붕 뜨면 나는 스스로 그 기분을 억누르고 온전히 느끼려는 것 자체를 거부했던 것 같다. 아마도 상처받기 싫은 방어기제가 늘 동작되는 것 같았다. 이제는 나도 이런 생각을 거두고 나도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어야겠다. 그래야 이런 마법 같은 순간들이 나에게 더 일어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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